정부 ‘백신 이전에 치료제 사용’ 방침 맞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확보에 뒤처진 정부가 국산 치료제 상용화에 힘을 실으면서 치료제 개발 현황에 눈길이 쏠린다. 셀트리온과 GC녹십자, 대웅제약, 종근당 등 주요 제약사가 개발하는 치료제 후보물질이 국내외 임상에서 효과가 속속 확인되면서 내년 상반기 중으로 사용 여부가 결정될지 관심이 고조된다.

13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는 국내 제약사들이 내년 상반기 조건부 승인 등을 목표로 임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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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두는 GC녹십자·셀트리온

코로나19 치료제 후보 중 가장 앞선 곳은 코로나19 혈장치료제와 항체치료제를 각각 개발하는 GC녹십자와 셀트리온이다. 특히 GC녹십자가 치고 나간다. 국내 확진자가 하루에 700명 가까이 발생하는 가운데 혈장 치료제 수요가 급증하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4건의 치료목적 사용승인을 추가로 획득했다.

GC녹십자 코로나19 혈장치료제는 완치자 혈장에서 면역원성을 갖춘 항체를 추출해 만드는 치료제다. 의료현장에서 고위험군 환자를 중심으로 사용된다. 효과도 입증됐다. 최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항바이러스제 렘데시비르와 스테로이드 제제 덱사메타손을 투여받아도 별 진전이 없던 70대 환자는 GC5131A 투여 후 완치 판정을 받았다. 현재는 최종 음성 판정 후 격리 해제된 상태다.

셀트리온도 GC녹십자와 함께 선두를 달린다. ‘연내 식약처 조건부 승인’을 목표로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CT-P59 임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환자 32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글로벌 임상2상 투약을 마치고 결과 도출을 기다리고 있다.

CT-P59는 유전자 재조합 중화항체치료제다. 코로나19 완치자 혈액에서 바이러스 중화 능력이 강한 항체의 유전자를 삽입한 후 세포를 배양해 생산한다. 투약 즉시 체내에 항체가 형성되는 것이 특징이다.

셀트리온은 임상 2상 결과가 나오면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유관기관과 협의해 조건부 허가를 신청할 방침이다. 셀트리온은 식약처 조건부 허가에 대비해 이미 송도 생산시설에서 CT-P59 초기 물량 생산을 완료한 상태다.

후발주자도 희소식 속속

대웅제약과 종근당 등 후발주자도 치료제 개발과 관련해 희소식을 전해온다. 특히 다양한 코로나19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갖춘 대웅제약이 최근들어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인다.

회사는 내년 1월을 기점으로 카모스타트 성분의 코로나19 치료제(호이스타정)를 환자에게 제공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최근 국내 경증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에서 유의미한 반응을 이끌어내면서 나온 목표다.

대웅제약은 칼레트라정(에이즈 치료제로, 코로나19 경증 환자 치료제로 사용되는 약제)과 호이스타정 비교 실험을 통해 자사 치료제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인했다. 현재 진행 중인 임상2상도 유사한 결과를 확보했다는게 대웅제약 측 주장이다. 호이스타정을 코로나19 환자와 밀접접촉자, 증상 의심자, 자가격리자에게 투약할 수 있는 1차 치료제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대웅제약은 이밖에도 우리나라 식약처에 니클로사마이드 성분의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 ‘DWRX2003’의 임상2상 시험계획을 신청한 상태다. 해당 신청은 앞서 대웅제약이 비임상 시험에서 확보한 DWRX2003의 효능 데이터를 토대로 이뤄졌다. 회사는 강력한 항바이러스 효능과 항염증 효능을 확인했다. 연말 안으로 경증 및 중등증 환자 200명 대상의 DWRX2003 임상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해외 임상1상 안전성 자료를 바탕으로 미국 임상2상 신청도 준비하고 있다.

종근당이 러시아에서 진행 중인 코로나19 치료제 임상2상도 순항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 데이터안전성모니터링위원회(DSMB)로부터 긍정적인 임상2상 중간평가 결과도 얻었다.

종근당은 "러시아 DSMB가 나파벨탄 임상2상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중간평가한 결과 유용성이 있음을 확인하고 임상을 지속할 것을 권고했다"며 "이번 권고를 바탕으로 올해 내 임상시험을 끝낼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내년 1월에는 국내에서 조건부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종근당은 현재 식약처와 임상 결과와 관련한 심사·허가 일정을 협의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백신보다 치료제 상용화가 더 빨리 이뤄질 전망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19 수도권 방역상황 긴급 점검 회의’에서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되면 우리는 백신 이전에 치료제부터 먼저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며 "정부는 치료제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하루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