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KAIST)가 차기 총장 후보의 적격성 논란으로 내홍에 휩싸였다. 후보가 3명으로 압축된 가운데, 특정 후보가 2020년 자율주행차 관련 핵심 기술 유출과 연관됐다는 의혹과 함께 상대 후보를 견제하기 위한 음해 행위라는 주장이 충돌한다.

카이스트 대전 본원 정문 / 카이스트
카이스트 대전 본원 정문 / 카이스트
4일 업계 및 학계에 따르면 총장 후보에 오른 A교수는 최근 논란이 된 ‘자율주행 기술 중국 유출’ 사건에 연루됐다는 주장이 나온다. 카이스트 이 모 교수는 중국의 해외 인재 유치 계획인 ‘천인계획’에 참여해 자율주행차 관련 라이더 기술을 팔아넘긴 혐의를 받는다.

A교수는 문재인 대통령 후보 싱크탱크인 ‘국민성장’의 과학기술분과위원회의 일원이었으며, 문재인 정부 제1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카이스트 내부 관계자는 "모 방송사 보도의 녹취록에 등장했던 A교수가 총장 후보로 나왔다는 것은 이미 교내에서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다"며 "부적격한 후보라는 것을 대부분 인지하고 있지만, 청와대와 연줄이 닿아있는 사람이기에 불똥이 튈까 이의제기를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현 정부가 신성철 총장을 무리해서 낙마시키려 한 것은 그 자리에 공신들을 앉히기 위한 시도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술 유출은 상당히 중요한 문제인데, 이와 연관이 있는 사람이 총장 후보가 된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카이스트 측은 최근 A교수와 관련해 비슷한 내용의 문의를 많이 받고 있다면서 이같은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카이스트 관계자는 "총장 후보를 선임하기 전 교수협의회에서 직접 당사자에게 해당 사건과 관련이 없다는 것을 확인 받았다"며 "방송에서 등장한 녹취록은 기술유출 혐의 당사자의 해명을 듣기 위해 마련한 대책회의 내용이며, 대화에서 A교수의 비중은 10%정도밖에 되지 않는데도 그 부분만 중점적으로 방송이 돼 부각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숨길 내용이 있었으면, 학내 커뮤니티에 해당 녹취록을 공개하지도 않았을 것이다"며 "게다가 라이더가 핵심기술인지 여부는 아직 검찰에서 수사하고 있기 때문에 A교수가 핵심 기술 유출에 가담했다는 주장은 경쟁 후보 측에서 상대 후보를 음해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카이스트 측은 A교수가 청와대 인맥이라는 의혹도 부인했다. 과거 싱크탱크에 참여한 것은 타인의 추천을 통해 이뤄진 것이며, A교수는 당시 동참한 수십명의 교수들 중 한명일 뿐이란 것이다.

카이스트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분류된다. 기관장 임명권이 정부에 있다. 청와대는 2020년 말 과기정통부에서 간추린 3명의 후보를 인사검증 중이다. 이달 초 인사검증이 끝나면 이사회가 열린다. 참석 이사들 중 과반수가 선택한 후보를 과기정통부·교육부 장관의 동의를 얻어 총장으로 승인한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