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송'과 ‘접속' 용어 놓고 논리다툼 이어가
용어와 개념 정리 위해 기술 PT 진행 예정
SKB 반소 의사 밝혀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와 국내 통신사 SK브로드밴드의 망 이용대가를 둘러싼 법적 다툼이 점입가경이다.

15일 오전 서초 중앙지방법원에서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소송 2차 변론이 열렸다.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의 재판이 열린 서울중앙지방법원 법정 / 류은주 기자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의 재판이 열린 서울중앙지방법원 법정 / 류은주 기자
넷플릭스는 2020년 4월 SK브로드밴드에 망 이용대가를 지불할 의무가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SK브로드밴드는 망 사용료를 내지 않은 채 부당하게 이득을 취하고 있다고 맞선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의 소 제기에 대응하기 위해 반소도 준비 중이다. 넷플릭스의 법률 대리인은 법무법인 김앤장, SK브로드밴드의 법률 대리인은 법무법인 세종이다.

2020년 11월 열린 1차 변론에서는 망 이용대가와 관련한 기술적 정의가 핵심 쟁점이었다. 2차 변론에서도 ‘접속'과 ‘전송’의 개념을 둘러싼 양측의 공방이 증언시간 대부분을 차지했다.

넷플릭스 "전송은 무상, ISP 책임을 우리에게 전가"

넷플릭스는 피고 측이 주장하는 망 이용대가는 무엇인지 모호하고, 전 세계적으로 확립된 ‘접속' 개념에 반한다고 주장한다. 넷플릭스는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직접 접속한 인터넷제공사업자(ISP) A에 대해 ‘접속료(access fee)'만 지급하고, 접속 이후 트래픽을 전송하는 ISP B에 대해서는 ‘전송료(delicery fee)'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것이 세계에서 통용되고 있는 인터넷 기본원칙이라고 주장한다.


 SK브로드밴드, 넷플릭스 로고 / 각 사
SK브로드밴드, 넷플릭스 로고 / 각 사
이날 넷플릭스 변호인은 "망 이용대가의 본질은 ‘전송료'를 달라는 것인데, 넷플릭스는 ISP A에 지불해야할 자체 CDN인 오픈커넥트를 구축했다"며 "SKB가 이용자에게 지켜야할 약속을 원고에 떠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또 "양 사의 약관만 봐도 의무가 뭔지 알 수 있는데, 넷플릭스의 역할은 연결지점까지 콘텐츠를 가져다 놓는 것이다"며 "또 이용자가 콘텐츠를 보기 위해 망을 이용하는 것이지 원고가 (SKB)망을 이용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SKB "없는 원칙 주장, 한국법에 ‘접속' 명시돼 있다"

SK브로드밴드 변호인은 넷플릭스가 통신망을 통해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는 것은 전문가를 통해 확인 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또 ‘전송은 무상이다'는 인터넷 기본원칙은 존재하지도 않지만, 만약 원고의 주장에 따르더라도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가 배타적 사용권한을 보유한 인터넷망에 직접 접속해 콘텐츠를 전송하고 있으므로, ‘접속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반박했다.

SK브로드밴드 변호인은 "접속과 전송의 개념에 대해 주장하면서 외국법을 참고하는데, 여기는 한국 법정이며, 우리 전기통신사업법 상호접속기준에서 ‘접속'이란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며 "합리적 판단능력이 있는 법조인이라면 이해가 가능한 개념이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우리나라법은 ISP와 ISP간 접속이라고 하는데, 원고는 액세스라고 하고, 우리는 한자로 접속이라고 한다"며 "원고 측이 용어를 자의적이고 임의로 만들어 쓰면서 법리적 논점을 흐리는 게 이 사건의 첫번째 잘못이다"고 말했다.

이에 넷플릭스 변호인은 상호접속고시는 ISP 간 관계를 규정하는 것인데 다른 규정으로 ‘접속'과 ‘전송'의 개념을 흐리려 한다 반박했고, SK브로드밴드 변호인은 ISP와 CP 간 관계를 규정했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접속'이라는 용어가 어떻게 사용하는지 보여주기 위해 설명한 것이라고 재차 반박했다.

‘채무부존재 소’ 성립 여부도 쟁점

양측은 본안전 항변(원고가 제기한 소에 대해 부적법이나 소송요건의 흠결을 이유로 본안(本案)의 변론을 거부하는 것)을 두고 법리적 다툼을 이어갔다. 즉,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의 적격성을 두고 다투는 것이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왕의 망 이용대가 분쟁을 겪자 방송통신위원회에 재정을 신청했다. 하지만 넷플릭스 재정절차 중에 소를 제기해 재정이 중지됐다. 이번 소가 성립하기 위해선 넷플릭스가 재정절차 대신 소를 지게 해 얻게 되는 이득(채무 부존재)이 확인돼야 한다.

넷플릭스 변호인은 "당사자 간 합의가 성립하면 우리 법률은 합의를 이행하라고 강제할 수 있다"며 "현존하는 불안과 위험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SK브로드밴드 측은 방통위 재정은 강제력이 없는 절차기에 본안전 항변에 대한 원고의 주장이 부당하다고 맞선다.

SK브로드밴드 변호인은 "사업자 양측이 합의안을 도출해 계약서를 작성했을 때야 비로소 발현되므로 원고들이 이 사건의 소를 취하하지 않는이상 이 사건 재정절차가 재개될 가능성은 없다"며 "원고는 재정 신청 가능성만으로 협상의무 부존재 확인을 구하고 있는데, 존부가 불확실한 재정신청을 가정해 미리 협상의무가 없다고 확인을 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3차 변론서 기술PT 증인심문 예정

양측의 공방이 30분 넘게 이어지자 넷플릭스 변호인단은 테크니컬 프레젠테이션(PT)를 제안했다. 용어 사용에 대한 양측의 오해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SK브로드밴드 변호인단과 판사도 이를 승인했다.

SK브로드밴드 변호인은 엔지니어들을 증인으로 불러, 심문한 후 반소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넷플릭스 변호인도 피고 측이 반소하면 우리도 입증 수단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정확한 판단을 위해 4월 30일 기술 프레젠테이션과 증인 심문을 한 번에 진행할 것을 주문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