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 중단과 감산 소식이 잇따라 나온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차량용 반도체를 구하지 못해서다. 귀한 몸이 된 차량용 반도체는 부르는 게 값이지만, 삼성전자는 생산 증대나 인수합병(M&A)을 망설이는 분위기다. 낮은 수익성 탓이다.

6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제너럴모터스(GM)는 최근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한국 부평을 비롯한 세계 공장 4곳을 감산에 들어간다. 폭스바겐, 포드, 스바루, 도요타, 닛산, 스텔란티스 등도 감산을 결정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최대 2개월의 재고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항공사진 / 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항공사진 / 삼성전자
재고 부족에 따른 차량용 반도체 가격 급등을 기점으로 삼성전자가 차량용 반도체 업체 M&A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네덜란드의 NXP와 스위스의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미국의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일본의 르네사스 등이 타깃으로 거론된다.

앞서 삼성전자는 2018년 차량용 반도체 브랜드를 출시해 차량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엑시노스 오토를 아우디에 공급한 바 있다. 테슬라의 전기차용 반도체 ‘HW 3.0’도 공급해왔다.

자율주행과 파워트레인 전동화·전장부품 확대로 자동차에 필요한 반도체 수도 점차 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는 현재 대당 200~300개 정도가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율주행 기술이 고도화 할수록 수요는 더욱 폭증할 전망이다. 1일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자율주행차 시대에는 차 1대당 2000개 이상의 반도체가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2019년 418억달러(47조원)에서 2024년 655억달러(73조7000억원)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차량용 반도체는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의 핵심사업이 아니다. 파운드리 1위 대만 TSMC는 차량용 반도체의 비중이 전체 매출의 3%에 불과하다. 삼성전자도 파운드리 부문에서 차량용 반도체 생산은 거의 하지 않는다.

이는 스마트폰, PC 등 산업용 반도체 대비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매력적이지 않아서다. 최근 일시적 품귀로 가격이 10~20% 오르는 추세지만 잠깐의 수익을 위해 큰돈을 들여 차량용 반도체 생산라인 가동을 확대하는 것은 파운드리 입장에서 합리적 선택이 아니다.

차량용 반도체 대부분이 8인치 웨이퍼(반도체 원판) 공정으로 생산되는 것도 진입장벽 중 하나다. 주력 품목인 마이크로 컨트롤러 유닛(MCU), 전력관리용 칩, 마이크로 전자 기계 시스템(MEMS) 등은 8인치 웨이퍼에서 만들어진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대세인 12인치 웨이퍼는 5~20나노 기술을 적용하는 반면 구형 제조 장비인 8인치 웨이퍼에서는 아직 90~180나노(㎚)대 제조 공정을 활용한다"며 "반도체 생산량도 12인치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역대급 호황에도 파운드리 업체들이 고마진인 12인치를 포기하고 8인치로 갈아타기 어려운 이유다.

결국 삼성전자가 차량용 반도체 수요에 가장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M&A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도체 업체가 단기로 8인치 웨이퍼 생산라인 증설을 시도하더라도 최소 6개월 이상의 시일이 걸리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 품귀는 3분기 이후 일시 개선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TSMC로 주문 쏠림 현상이 심화해 공급 부족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삼성전자는 이같은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차량용 반도체 기업 M&A를 저울질하고 있을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