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人] 할리우드 맞먹는 승리호 CG 비결은 R&D

류은주 기자
입력 2021.02.27 06:00
영화 ‘승리호’가 넷플릭스에서 공개되자마자 ‘컴퓨터그래픽(CG)’ 기술이 화제가 됐다. 한국 영화에서 흔치 않았던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SF 장르물임에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 뒤지지 않을 수준의 영상미를 뽐냈다.

강원철 CG 슈퍼바이저(왼쪽)와 하승우 VFX 피디 / 덱스터스튜디오
IT조선은 ‘승리호' 호평의 숨은 주역인 덱스터스튜디오의 강원철 CG 슈퍼바이저와 하승우 VFX 피디에게 숨겨진 이야기들을 들어 봤다. 국내에서만 여러 업체들이 승리호 CG 제작에 참여했지만 덱스터스튜디오에서 2000컷 중 1300컷으로 가장 많은 컷을 담당했다.

다음은 강원철 CG 슈퍼바이저와 하승우 VFX 피디와의 일문일답.

―최근 영화 제작에 클라우드를 활용한다 들었다. 승리호도 CG 작업에 클라우드를 활용했나.

강원철(이하 강) : 클라우드를 사용하지는 않았다. 아직 국내에서는 클라우드 렌더팜이 확산되지 않았다. 자체 CPU 렌더팜을 활용했다. 덱스터스튜디오가 만들어질 때부터 렌더팜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규모는 400대 정도다. 하지만 새로운 CG 파이프라인에 대한 니즈가 커지고 있기 때문에 클라우드 렌더팜을 활용하는 시기는 금방 올 것 같다.

하승우(이하 하) : 클라우드 렌더팜만 사용하는 곳은 아직 없다. 팜을 내부에 비치해 사용하는 것은 비용적인 무리가 있다. 2019년 중국 테마파크 어트랙션 작업을 하기 위해 클라우드팜을 일시적으로 사용했던 것처럼 간헐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있다. 작업환경이 오프라인 환경이다 보니 로컬 렌더팜없이 작업하는 건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 클라우드 렌더팜을 쓰려면 온라인 작업 환경이 세팅돼 있어야 한다.

렌더팜 / 덱스터스튜디오
앞으로 버츄얼 프로덕션(가상환경의 실감콘텐츠 제작과 실시간 시각효과기술), 언리얼(에픽게임즈에서 개발한 3차원 엔진), 리얼타임(애니메이션, 디자인 또는 그래픽과 같은 시각화를 즉시 생성할 수 있는 기술)이 보편화하면 클라우드 렌더팜 사용도 같이 늘어나게 될 듯하다.

―렌더팜을 활용하면 작업 시간이 얼마나 줄어드나.

강 : 보통 렌더링 영상 이미지가 1초에 24장씩 기본적으로 사용하고, 한 장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 1~2시간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만약 10초짜리 영상을 만든다면 240시간이 필요한 셈이다. 일반적인 사용자 PC 한 대로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렌더팜 100대가 있으면 240시간 걸릴 작업을 2시간40분만에 할 수 있다. 렌더팜 개수가 많으면 많을 수록 렌더링 작업 시간은 줄어든다.

―시각특수효과(VFX) 작업에 투입된 인력만 1000명에 달한다 들었다. 덱스터는 몇명이 투입됐나.

하 : CG작업에 8개 업체가 참여했다고 들었는데, 덱스터스튜디오 인력만 따지면 250명 정도다. 일반적으로 4~5개 프로젝트를 담당하던 수준이다. 보통 한 프로젝트에 VFX 전체 인원이 붙진 않는데, 2020년 코로나19라는 특이한 이슈가 있다 보니 적지 않은 인원이 붙었다.

―할리우드급 CG로 호평을 받았다. 새롭게 시도하거나 독자적인 기술이 들어갔나.

강 : 유니버설씬디스크립션(USD)라는 데이터 포맷이 있다. 미국달러 아니고.(웃음) 픽사 스튜디오에서 공개한 3D모델링 오픈소스다. 2~3년 전부터 내부에서 USD R&D를 시작했다. 할리우드에서는 많이 사용하는 기술이지만, 국내에는 없는 기술이다.

승리호 제작에는 많은 벤더사가 동시에 참여하다 보니 데이터 쉐어 등의 이슈가 많았다. 회사마다 제작 공정이 다르지만, 우리가 개발한 파이프라인을 공유하게 되면 같이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오픈소스로 공개해 같이 사용하고자 했다. 첫 시도다 보니 원활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일부 회사들은 같이 사용하는 등 의미 있는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영화관 개봉에서 넷플릭스 공개로 바뀌게 되면서 기술적인 작업 오래 걸렸나.

강 : 업계에서 넷플릭스 출시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승리호 외에도 넷플릭스 프로젝트를 진행한 경험이 있었고, 애초에 영화용으로 작업했다고 해서 대충해서 나가는 것은 아니기 떄문에 의미 있을 정도로 작업이 오래걸리진 않았다.

영화 승리호 스틸컷 / 네이버 영화
물론 넷플릭스 공개로 바꾸면서 리테이크 작업을 거치긴 했다. 흐릿한 엣지 부분이나 색 보정 등의 작업을 진행했다.

―승리호 CG 작업 중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다면.

강 : 중국 영화 ‘유랑지구’에 나오는 우주선 외경을 맡아서 작업한 경험이 도움이 많이 됐다. 승리호 작업 당시 가장 큰 고민은 ‘사실적 우주그림과 영화적 우주그림의 경계선’이었다. 너무 우주같으면 드라마틱한게 없어지고, 너무 비현실적으로 표현하면 사실감이 사라지니까 접점 찾기 위해 굉장히 많은 고민과 노력을 기울였다. 힘들었던 만큼 보람도 있어 기억에 남는다.

―한국의 CG 기술에 점수를 매긴다면 몇 점인가.

강 : 마음으로는 10점 만점에 9점을 주고 싶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7점.(웃음) 아무래도 게임분야에 급여가 좋다 보니 영화 CG업계 전문인력이 많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CG 들어간 영화가 최근에서야 늘고 있고, 과거에는 많이 없다 보니 경험이 부족하고, 전문인력도 부족하다보니 높은 점수를 매기긴 아직 어려운 듯하다.

강원철 CG 슈퍼바이저(오른쪽)와 하승우 VFX 피디 / 덱스터스튜디오
하 : 승리호의 경우 할리우드와 제작비 비교를 많이 하는데, 시간과 인력과 예산이 4분의 1이라고 해서 인건비가 4배 5배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결국 투입된 인원과 시간에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차이가 있기 때문에 할리우드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사실 ‘저비용 고효율 CG’라는 말이 칭찬처럼 들리면서도 안타깝다. 계속 그렇게 저비용 고효율을 지향할 순 없다. 코로나19 때문에 업계가 힘들긴 하지만, 영화 CG업계의 처우나 환경이 개선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려운 조건에도 큰 결과물을 내기 위해 노력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 뿌듯했다. 승리호 크레딧 올라갈 때 인증사진을 찍어 자랑하기도 했다. 영화 CG 업계 좋은 환경이 조성돼 승리호처럼 의미있는 작업들을 계속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힘들긴 했지만 새로운 시도를 하다보니 굉장히 재밌었다.

―요즘 CG 업계에서 핫한 기술은 무엇인가.

하 : 메타버스(초현실사회)인 것 같다.

강 : 시그라프 콘퍼런스에서 엔비디아가 공개했던 ‘옴니버스(시뮬레이션과 협업을 위한 플랫폼)' 기술이 굉장히 놀라웠다. 각각의 사람들이 다른 장소에서 같이 작업을 한다. 누군가 모델링이란 덩어리를 만들면, 누군가는 색칠하고, 누군가는 조명을 달고, 누군가는 카메라로 촬영을 하고 감독은 그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지금은 한 명이 작업을 끝나면 다음 작업으로 넘어가는 직렬적인 구조다. 많은 사람이 동시에 작업에 참여해서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아직은 베타버전만 나온 상태인데, 언젠가는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길 기대한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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