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유행 이후 K-팝에 이어 K-방역이 부상한다. 코리아(Korea)의 앞자인 K를 붙이면 마치 한류를 선도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기업들은 주력 사업이나 제품을 K-브랜드로 홍보하려는 모습이다. 예를 들어 식품기업이면 보도자료에 ‘K-푸드', 화장품 기업이면 ‘K-뷰티'를 강조한다.

비대면 시대를 맞아 에듀테크(교육과 기술의 합성어)가 부상하는 만큼 ‘K-에듀'라는 표현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K-에듀의 길은 아직 멀어 보이고, K 명칭을 붙이기에 민망한 수준이다.

초·중·고등학교는 코로나19 여파로 원격수업이 대중화 됐지만, 2년째 우왕좌왕 하는 모습만 보여주며 IT 강국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EBS는 온라인클래스 시스템을 새롭게 개발하는 과정에서 발주 일정을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5개월 만에 대규모 공공 서비스를 구축하다 보니 불완전한 결과물이 나왔기 때문이다.

2020년 3월 첫 온라인 개학 후 공공 학습관리시스템(LMS)인 ‘e학습터’가 먹통이 됐다. EBS의 온라인클래스도 접속 장애 등의 오류가 발생했다. 하지만 4월 EBS는 ‘EBS 온라인클래스, 2차 온라인 개학일 서비스 정상 운영 중’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사용자의 환경에 따라 교사들이 직접 올린 일부 영상에 재생 지연 및 끊김 현상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EBS의 문제가 아닌 사용자 단에서 불거진 장애라는 것이다.

2021년에도 비슷한 모습이다. 3월 1일 오류가 나서 일선 교육현장에서는 혼란이 빚어졌지만, 2일 EBS는 ‘EBS 온라인클래스 2021년 3월 신학기 서비스 정상 운영 중’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당시만 해도 EBS 관계자는 "시스템 자체의 오류가 아니라 네트워크 환경 등 개별 사용자 단에서 문제들이 있어서 오류가 일어나는 것으로 확인된다"고 말했다. 오류의 원인이 이용자 문제라며 또다시 책임론에 선을 그었다.

하지만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직접 현장 점검에 나선 5일 EBS의 태도가 달라졌다. EBS 관계자와 개발진들은 이날 서비스가 원활하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를 했다.

교육부는 현장점검 이후에도 오류가 나자 부랴부랴 상황을 정리하려는 모습이다. 개학 둘째주인 8일에도 온라인클래스에서 오류가 발생하자 교육부는 잘못을 인정했다. 교육부는 기술진을 25명에서 60여명으로, 콜센터 상담인원은 20명에서 45명으로 늘렸다. 네트워크 용량은 1G에서 10G로 증설하고 관련 서버도 12대에서 36대로 증설했다. 더 일찍 대응에 나섰다면 온라인 개학 후 발생한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었을텐데 늑장 대응으로 일관했다. 문제 발생해도 장관의 사과는 없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10일 브리핑에서 "불안정한 서비스로 학생, 학부모, 선생님께 불편하게 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실무진의 잘못이지 부총리가 (사과)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교육부의 10일 발표는 9일 교원단체에서 교육부 장관의 사과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낸 것에 대한 답변이다. 보통 ‘민’이든 ‘관’이든 실무진이 잘못하더라도 국민 다수가 피해를 보는 사고가 발생하면 윗사람이 사과를 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2021학년도 개학 후 교사 74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현재 사용하는 원격수업 플랫폼이 안정적이냐’고 묻는 설문조사에서 절반 수준인 47.8%가 불안정 현상을 겪는다고 답했다.

장관이 해당 사안을 경미하다 여기는 것인지, 아니면 실무진 차원에서 장관을 보호하고 싶은 마음에서 한 발언인지 단언하기 어렵다. 히지만, ‘장관이 나설 문제가 아니디'라고 단정적으로 답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정말 장관이 나서지 않아도 되는 문제였다면 5일 현장점검 때도 유 장관이 현장을 방문할 필요가 있었던 것인지 묻고싶다.

교육부는 15일부터 진행될 온라인 클래스가 정상적일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의구심부터 든다. 2020년 3월 개학 이후부터 4월까지 온라인 클래스 오류가 지속된 전력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는 한 온라인 수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정부가 적극적인 태도로 책임감 있게 대응해주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장애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기우(杞憂)이길 바랄 뿐이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