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난 겪는 글로벌 반도체 업계 ‘구원투수’ 되나

인텔이 반도체 파운드리 산업에 뛰어든다. 급증하는 글로벌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는 것은 물론, 반도체 업계에서의 인텔의 리더십을 되찾겠다는 선전포고다.

팻 겔싱어(Pat Gelsinger) 인텔 CEO는 24일 열린 온라인 브리핑을 통해 자사의 새로운 미래 전략인 ‘IDM 2.0’을 소개하면서 그 일환으로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 진출 계획을 밝혔다.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Intel Foundry Services)’라는 이름으로 출범하는 신사업을 위해 인텔은 먼저 200억 달러(22조6100억 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에 올해 안에 2개의 신규 공장 건립을 추진한다. 이후 미국과 유럽에 각각 추가로 제조 라인을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애리조나 주 챈들러에 위치한 인텔 Ocotillo 캠퍼스 전경 / 인텔
미국 애리조나 주 챈들러에 위치한 인텔 Ocotillo 캠퍼스 전경 / 인텔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 진출을 결심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세계적인 반도체 수요의 급증과 그로 인한 공급의 불균형 때문이다. 모든 산업 분야에서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현재의 제조 및 공급 상황으로는 이러한 수요를 모두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실제로 최근 다수의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필요한 반도체를 제때 확보하지 못해 제조에 차질을 빚고 있다.

팻 겔싱어 CEO는 현시점에서 이러한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곳이 인텔뿐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첨단 반도체 수요를 따라갈 수 있고, 당장 파운드리 산업에 뛰어들 수 있는 기술력과 개발 및 제조 역량을 갖춘 곳이 인텔 뿐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특히, 다수의 이기종 반도체를 하나의 패키지로 통합하는 자사의 ‘포베로스’ 3D 패키징 기술은 경장사에 없는 자사만의 기술적인 강점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또한, 인텔은 자사가 파운드리 사업에 진출함으로써 동아시아 지역에 몰려있는 반도체 제조 산업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상대적으로 저물고 있는 미국과 유럽 지역의 반도체 산업을 다시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미국과 유럽 지역의 반도체 수요가 공고한 만큼, 현시점에서 파운드리 사업에 진출하더라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겔싱어 CEO는 강조했다.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 실현을 위해 오랜 파트너와의 협력도 더욱 강화한다. 특히 30여년 이상 컴퓨팅 산업을 함께 주도해온 IBM과 다시 손을 잡고, 차세대 반도체 기술을 위한 기술 개발에 힘쓴다는 방침이다.

또한, 클라우드와 그로 인한 데이터센터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등과도 협력을 강화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차세대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컴퓨팅, 인공지능(AI), 그래픽 등 다양한 종류의 반도체 수요에도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자사의 3D 패키징 반도체 제품을 들어보이고 있는 팻 겔싱어 인텔 CEO / 인텔
자사의 3D 패키징 반도체 제품을 들어보이고 있는 팻 겔싱어 인텔 CEO / 인텔
겔싱어 CEO는 파운드리 산업에서 중요시 되는 공정 기술에서도 자신감을 보였다. 최근 수년간 차세대 공정 도입에 차질을 빚고 있었지만, 점차 안정화 단계에 들어서고 속도를 내고 있다는 게 그의 말이다.

특히 올해 안에 자사 주력 제품을 모두 10나노 공정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그는 밝혔다. 또 차세대 7나노 공정에서도 장비 제조사인 ASML과 협력해 최신 EUV 공정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으며, 그에 따른 공정 효율도 크게 개선했다고 덧붙였다.

인텔은 이번 파운드리 사업을 위한 200억달러 규모의 신규 투자 외에도 R&D 분야에 27억 달러(3조524억원), 제조 커패시터 확충에 대한 33.5억 달러(3조7872억 원)를 추가로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2만5000개 이상의 신규 일자리도 창출한다는 방침이다.

팻 겔싱어 인텔 CEO는 "인텔은 소프트웨어와 실리콘, 제조 공정 모두에 대한 역량을 갖추면서, 대규모 제조도 동시에 가능한 세계에서 유일한 반도체 회사다"라며 "새로운 파운드리 사업에 대해 이미 정부와 많은 관련 기업들이 성원을 보내고 있는 만큼, 고객들의 수요도 확실하다. 파운드리를 포함한 새로운 IDM 2.0 전략을 통해 반도체 업계에서의 인텔의 리더십을 다시 한번 공고히 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p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