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히 일해 내 집이라도 마련할 수 있다면 일만 열심히 하겠어요. 현실은 그렇지 않네요. 소득은 점점 줄어드는데 부동산이며 물가는 늘어나는데다가 관련 규제까지 심해지니까요. 가상자산 투자해 돈 좀 벌어보겠다는데 ‘내로남불’ 정부가 이젠 이것조차 문제 삼네요."

비트코인 등 다양한 가산자산에 투자해온 30대 김모씨의 말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상자산 시장이 탄력을 받으면서 2030세대가 몰렸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아시아 주요국에서도 가상자산 시장은 2030세대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다. 기성세대와 달리 세계 2030세대가 월급만으로는 목돈을 마련하거나 자산을 형성하기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일본과 싱가포르, 홍콩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시장을 점진적으로 제도화하는 한편 투자자 보호책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그렇지 않은 모습이다. 시장 자체를 부정하기 바쁘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최근 가상자산을 두고 ‘인정할 수 없는 자산’이라며 투자자 보호는 없다고 못을 박았다. 시장에 명확성과 예측 가능성 등을 제공하려는 세계 동향과는 180도 다른 행보다.

그러면서도 세금은 걷어간다고 한다. 정부는 내년부터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가상자산으로 얻은 소득 가운데 250만원이 넘는 금액에는 20%의 세금을 거두기로 했다. 책임은 지지 않되, 돈은 챙기겠다는 심산이다.

정부는 투자 현상에만 집중하기 보다는 세계 젊은층이 가상자산에 열광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은 1970~80년대처럼 자산을 불릴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평범한 삶을 위해 기회를 잡으려는 2030세대를 조금이라도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가상자산 시장은 부정만 하기에는 이미 너무 커져 버렸다. ‘박상기의 난’으로 시들해진 2018년과 달리 이젠 거래 규모도 하루 수십조원에 이르는데다 글로벌 기관 및 기업까지 시장을 탄탄히 받치고 있다. 정부는 부정만 할 게 아니라 산업을 올바른 방향으로 육성하기 위한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 시장을 들여다보지 않고 현 기조를 유지한다면 민심은 갈수록 싸늘해질 것이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