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이하 거래소)의 보이스피싱 규모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출금 지연과 인력확충, 시스템 고도화 등으로 예방 조치를 강화한 결과로 풀이된다.

29일 국회정무위원회 소속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월 25일 금융감독원 금융사기대응팀으로부터 확보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보이스피싱 피해 현황(2019년 하반기~2020년 1분기)’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요 거래소에서 발생한 보이스피싱 규모는 전년대비 93% 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9년 하반기 민병두 전 정무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2018년~2019년 하반기)를 참고해 집계한 결과다.

집계 대상 거래소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5곳이다. 피해건수는 금융감독원 피해구제신청접수 기준이다. 은행이 자발적으로 제출한 자료를 취합한 결과를 바탕으로 했다. 피해액은 거래소에 입금된 보이스피싱 피해금액 기준, 최초계좌와 재이체 계좌가 포함됐다. 다만 저축은행과 증권사 등은 제외됐다.

 가상자산 거래소 보이스피싱 피해 현황. / 정무위원회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 참고
가상자산 거래소 보이스피싱 피해 현황. / 정무위원회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 참고
2020년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발생한 보이스피싱 규모는 56억원이다. 2019년 824억원과 비교해 무려 768억원이 감소했다. 보이스피싱 건수는 2019년 3836건에서 450건으로 88% 줄었다. 올해 1분기 피해규모는 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평균 추정치 18억원의 4분의 1 수준이다. 평균 추정치는 상반기 집계 결과를 반으로 나눈 값이다. 마찬가지로 피해 건수는 2020년 1분기 평균 추정치 291건에서 올해 1분기 44건으로 85% 감소했다.

거래소 별 지난해 감소 비중을 보면 코빗과 고팍스가 100%, 코인원 95%, 빗썸 71%, 업비트 56% 순으로 감소했다.

코빗의 경우 2019년 보이스피싱 규모가 634억원 규모로 업계 최대치를 기록했다. 코빗은 2018년 피해규모가 1억원에 불과했지만 이듬해 급증하면서 전체 거래소 피해 규모를 끌어 올렸다. 지난해 피해건수를 0으로 줄인 점이 눈에 띈다. 피해건수는 2018년 2건, 2019년 2889건이다. 지난해와 올해 1분기 피해 내역은 없다.

고팍스도 2019년 9억원에서 지난해 0원에 가까운 규모로 감소했다. 2018년 40억원 대비로는 2년간 91%쯤 줄어든 셈이다. 피해건수는 2018년 302건에서 2019년 40건, 2020년 4건으로 개선됐다. 올해 1분기 피해건수는 2건이다. 피해규모는 200만원 정도다.

코인원은 2억원으로 규모를 크게 줄였다. 다만 2018년 16억원에서 2019년 42억원으로 범죄 규모가 늘어난 점에서 지난해 풍선효과가 반영된 점이 특이사항이다. 피해건수는 2018년 101건에서 2019년 151건으로 코빗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늘었다. 이어 지난해 15건으로 줄었다. 올 1분기에는 2건의 보이스피싱이 발생했으며 피해 규모는 400만원이다.

빗썸에서 발생한 보이스피싱 규모는 2019년 48억원에서 지난해 14억원으로 34억원 감소했다. 2018년 65억원 대비로는 이년 동안 79% 가량 줄었다. 피해건수는 2018년 264건, 2019년 262건으로 별다른 변화가 없다가 지난해 14건으로 대폭 감소했다. 올해 1분기 피해건수는 20건, 피해규모는 1억7000만원이다.

업비트는 2019년 91억원에서 지난해 40억원으로 51억원 가량 감소했다. 2018년 140억원 대비로는 이년 간 64%가량 개선됐다. 피해건수는 2018년 660건, 2019년 494건, 2020년 350건으로 약 30% 안팎의 규모로 줄어드는 모습이다. 올해 1분기 피해규모와 건수는 빗썸과 마찬가지로 각각 20건, 2억원이다.

금융감독원 불법금융대응단 관계자는 "2019년 상반기부터 가상자산 보이스피싱을 줄이기 위한 모니터링을 강화했다"며 "가상자산 거래소와 제휴를 맺은 국내 시중은행과 대책회의를 진행하고 예방 조치를 강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를 바탕으로 거래소에 출금지연과 내부통제를 강화하도록 지시한 결과 피해 규모를 크게 감소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재수 의원은 "가상자산 거래소가 시장의 주요 플랫폼으로 역할이 커지는 만큼 투자자 보호나 범죄 예방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할 필요가 있다"며 "꾸준한 모니터링으로 안전망이 구축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