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용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이 최고점을 찍고 하락 전환하면서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가 미뤄온 ‘탈LCD’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앞서 TV용 LCD 생산을 당분간 지속한다고 밝혔지만, 시황이 급변할 경우 셧다운 시점을 앞당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6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양사는 LCD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생산 중단 시기를 조율할 방침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패널 수익성과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LCD 사업 철수를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전경 / 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전경 / 삼성디스플레이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턴츠(DSCC)는 TV용 LCD 패널 가격이 6월 또는 7월 초 고점을 찍고 하락 전환한 것으로 분석했다. LCD 패널 공급 과잉과 글로벌 TV 수요 감소 여파다.

DSCC는 32인치 LCD 패널 가격이 6월 88달러(10만452원)로 고점을 찍은 뒤 하락세를 이어가다 12월 20% 이상 내린 68달러(7만7622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LCD 패널 가격의 하락세가 장기화 국면을 맞더라도,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결정은 고객사의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전환에 곤란을 겪는 삼성전자는 삼성디스플레이의 LCD 공급 중단이 치명적인 반면, LG전자는 OLED로 전환이 순조로워 타격이 덜 하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 파주 사업장 전경 / 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파주 사업장 전경 / LG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와 암묵적 합의를 했다는 분석도 있다. 삼성전자는 대형 LCD 패널 전체 물량 중 20~30%를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공급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5월 말 "회사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2022년 말까지 LCD 생산을 지속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최주선 사장의 발언은 삼성전자가 LCD를 지속 공급받는 대신 출시가 불투명했던 QD디스플레이 탑재 TV를 일정량 생산하는 것으로 양사가 합의를 마쳤다는 신호로 풀이된다"며 "LCD 시황과 별개로 삼성디스플레이의 LCD 공급은 약속대로 내년까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재무 상황과 고객사 사정을 고려해 LCD 라인 가동 중단을 2022년 이후로 연기했다. 업황이 긍정적인 상황에서 당장의 캐시카우(수익창출원)를 버릴 이유가 없고, 부족한 현금 확보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는 설명이다.

28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LG디스플레이는 LCD 호황에 힘입어 영업이익 7000억원대 ‘어닝서프라이즈’ 달성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LCD 가격이 하락 전환하더라도 지난해 대비 높은 가격만 유지하면 LCD 생산라인을 철수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OLED로 전환이 충분히 이뤄진 상태이기 때문에 철수 과정에서 고객사 요구에 휘둘릴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