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멜론 합병으로 음원 스트리밍 사업이 새로운 기점을 맞았다. 미세한 시장 점유율 폭을 단번에 올려놓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업계 전망이 나온다. 해외 시장으로 발을 뻗는 도약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음원 스트리밍 업계는 당장 위협으로 여기지 않지만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왼쪽 상단부터 멜론, 지니뮤직, 바이브, 스포티파이 앱 안내 이미지 / 애플 앱스토어 갈무리
왼쪽 상단부터 멜론, 지니뮤직, 바이브, 스포티파이 앱 안내 이미지 / 애플 앱스토어 갈무리
17일 음원 스트리밍 업계에 따르면, 멜론이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품에서 시장 도약을 노린다. 멜론을 운영하는 멜론컴퍼니는 15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합병한다고 밝혔다. 합병 비율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 멜론컴퍼니가 1:7.8367918이다. 30일 주주총회 최종 승인을 거쳐 합병을 완료할 예정이다.카카오엔터테인먼트 1주의 가치가 멜론컴퍼니 7.8주쯤의 가치를 가진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 멜론컴퍼니와 합병한다고 밝혔다. 카카오 계열에 있던 콘텐츠 관계사를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산하로 수직계열화해 역량을 결집한다.

멜론컴퍼니 새 수장은 이제욱 대표가 맡는다. 이 대표는 카카오M 대표와 카카오 최고음악책임자(CMO)을 역임한 음악 산업 전문가다. 멜론컴퍼니는 이 대표 체제에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음악 산업 시너지를 모색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함께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도 내놨다.

음악 스트리밍 업계는 멜론컴퍼니의 이같은 사업 행보에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새롭게 체제를 갖춘 만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의 시너지를 높이며 국내서 공격적인 사업 모색에 나설 수 있다는 게 업계 해석이다.

아이지에이웍스의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인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국내 음원 스트리밍 시장 점유율 1위는 전체의 31.41% 차지한 멜론이다. 2위는 18.54%의 점유율을 보인 지니뮤직이 차지했다. 뒤로는 유튜브 뮤직(13.27%), 플로(10.95%), 네이버 바이브(3.67%), 벅스(2.15%), 스포티파이(1.04%) 등이 차례대로 이름을 올렸다.

멜론은 2위 사업자인 지니뮤직와 12%포인트 쯤의 점유율 차이를 두며 안정적인 선두를 차지했지만, 과거와 비교해 영향력이 줄었다. 50%의 시장 점유율로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던 과거와 달리 2020년 11월엔 34.1%의 점유율(닐슨코리아클릭 기준)을 기록했다. 2019년 11월 39.9%의 점유율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점차 점유율이 하락하는 추세다.

반면 유튜브뮤직 성장세는 두드러진다. 앱 분석 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유튜브뮤직은 2020년 5월 146만명의 사용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4월엔 290만명으로 두 배 가까운 상승세를 보였다. 같은 기준 멜론은 538만명에서 531만명으로 소폭 감소했다. 멜론 입장에선 1위 사업자로서 안주하기보다는 대안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멜론 사업이 가시화한 것이 없는 상태에서 당장은 큰 위협을 느끼지 않는다는 업계 반응도 있다.

음원 스트리밍 업계 관계자는 "이제 막 합병을 발표한 시기이기에 멜론이 어떤 사업을 추진할지 당장 예상하기 어렵다"면서도 "아무래도 시장 1위 사업자로서 이번 합병으로 사업 시너지를 낼 방법을 찾을 것이기에 (경쟁사로서) 염려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만 "걱정이 된다고 해서 당장 대응할 것은 아니다"며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우리는 우리 사업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멜론이 이번 합병으로 글로벌 사업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K-콘텐츠 수요가 큰 데다 멜론 사업과 규모가 작지 않은 만큼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안에서 해외 진출에 주력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음원 스트리밍 업계 관계자는 "멜론이 과거보다 점유율이 떨어지긴 했지만 국내에서 수년간 1위 사업자로서 흑자를 내는 상황에서 국내 시장이 좁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며 "아직 국내 음원 플랫폼이 해외에서 성공한 사례는 없지만 K-콘텐츠가 각광을 받고 있으니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멜론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규모가 큰 만큼 합병 소식을 밝히는 과정에서 글로벌 진출에 강조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멜론컴퍼니 관계자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2조원 매출이 드물다 보니 글로벌 쪽으로 안 가는 게 이상한 상황이다"며 "합병이 마무리된 후 차차 합병 이후 사업에 대해 밝힐 예정이다"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