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룰이 가상자산시장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다. 최근 농협은행이 실명계좌 제휴를 맺고 있는 빗썸과 코인원에 '트래블룰' 체계를 구축하기 전까지 암호화폐 입·출금을 중단해달라고 요구한 것이 발단이 됐다.
트래블룰은 가상자산 사업자들이 코인을 이전할 때,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정보를 파악할 것을 요구하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규정이다. 국내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령에도 '트래블 룰'이 포함돼 있다.
최근 규제로 골머리를 앓는 가상자산거래소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이슈다. 정지열 한국자금세탁방지전문가 협회장은 농협의 행보는 시기상 적절하지 않고 다소 과격한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2021년 3월까지는 기업들이 대비할 수 있을 정도의 규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금융위는 관련 시스템 구축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업계의 의견을 수용해 규제 적용 시기를 2022년 3월 25일로 연기했다.
그는 "트래블룰은 이미 특금법에 존재해 온 내용으로 갑자기 생겨난 규제는 아니다'며 "3월 25일 규제시기는 업계가 자율적으로 공동 솔루션을 도입할 수 있는 기간을 준 것이다"고 말했다.
정 협회장은 "FATF에서는 송금인에 대한 정보와 수취인에 대한 정보를 한꺼번에 리메인(기록)하라고 권고하고 있지만 특금법 시행령에서는 분리를 해서 의심거래보고(STR)가 필요할 경우 주민번호, 식별번호를 받을 수 있도록 융통성을 발휘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향후 가상자산 사업자가 특금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면 블록체인 상의 거래내역 보관 영역에 송금 관련 개인정보를 반드시 탑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오히려 개인정보를 탑재할 때는 불가역성이라는 블록체인 특성으로 인해 개인정보보호법 제36조를 준수할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트래블룰 구축방안으로 ▲일방향 전신 송금방식 ▲비인가 거래소와의 전신 송금방식 ▲인가된 거래소 간의 전신 송금방식 ▲제3의 플랫폼 방식의 전신 송금방식으로 나눠 설명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트래블룰 방식을 논의하고 있다. 정 협회장은 "다양한 트래블룰 방법론이 있고, 프로덕트(제품)들도 많이 나와 있는데 코인 거래 자체를 막는 것은 시기에 맞지 않는 거친 방법이라 생각한다"며 "아직 6개월이란 시간이 남았으니 가상자산사업자와 블록체인협회 등 다양한 협회가 국제적으로 협력하고 노력한다면 내년 3월 트래블룰 적용은 문제가 없을 것으로 사료된다"고 말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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