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거래 시장에서 업비트 점유율이 80%를 넘어섰다. 독점인 셈이다. 이를 둘러싸고 특정금융정보법(이하 특금법) 책임론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금법 유예기한이 다가오면서 국회를 중심으로 불공정 입법을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법안을 정조준한 사람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다. 윤창현 의원은 지난 1일 업비트 독점 배경에 특금법이 있다고 지목했다. 최근 실명계좌 발급에 소극적인 은행을 지적하며 법을 손 볼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는데, 여당 반발로 법안 통과가 여의치 않자 법률의 한계를 거론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은 대규모 폐업을 우려하면서도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법 시행을 미루면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이유다.

주목할 대목은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언이다. 김병욱 의원은 여당에서 제일 먼저 특금법 유예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 의원은 특금법 뼈대를 만든 인물이라는 점에서 그의 발언은 남다르다. 김병욱 의원은 2018년 말 가상자산 자금세탁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특금법을 대표발의했다. 특금법은 금융위원회 청부입법이다. 청부입법이란 정부가 만든 법률안을 절차 단축을 위해 국회의원에게 의뢰해 의원입법으로 법안을 발의하는 관행을 말한다.

당시 전문가들은 특금법이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의 기득권을 보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고수리 핵심 요건으로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과 실명계좌 발급을 명시했는데, 당시 4대 가상자산 거래소는 모든 요건을 갖추고 있었다. 게다가 특금법이 실명계좌 발급 기준을 명시하지 않아 신규 진입 문턱이 높아지면서 독과점 우려가 나왔다.

올해 3월 25일 특금법이 시행되자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특금법이 업비트와 빗썸의 최대주주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지적이다. 특금법은 일정한 범죄 이력에 연루된 사업자의 경우 신고수리가 거부될 수 있다고 규정했는데, 사업자 범위에 최대주주를 제외하면서 규제 공백이 발생했다. 게다가 법 시행 이후 범죄 행위에 특금법을 적용토록 명시한 부칙이 뒤늦게 발견되면서 일종의 ‘음모론’이 일기도 했다.

현재 빗썸 실소유주로 알려진 이정훈 전 빗썸코리아 의장은 빗썸 매각 추진과정에서 가상자산인 ‘BXA토큰’을 상장한다고 속이고 판매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업비트 최대주주인 송치형 의장은 업비트에서 가상자산 가장매매와 허수주문을 통해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항소심 재판을 진행 중이다.

특금법에 따르면 이들이 유죄를 선고받더라도 신고수리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 재판을 받고 있는 사실만으로 실명계좌 발급 심사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문가의 경고가 있었지만, 업비트가 케이뱅크로부터 무사히 실명계좌 확인서를 발급받으면서 최대주주 리스크는 거의 해소된 상태다.

현재 특금법상 요건을 모두 갖추고 신고접수를 한 곳은 업비트가 유일하다. 윤창현 의원이 가상자산 정보업체 코인게코의 데이터를 인용한 정보에 따르면 업비트의 점유율은 83.23%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업비트와 양강 구도를 이뤘던 빗썸은 11.7%로 더 이상 경쟁 상대가 되지 못한다. 빗썸은 트래블룰 이슈로 오는 25일 이후 원화마켓 운영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업비트의 독점 구조 원인으로 ▲서비스 초기 비트렉스 제휴 ▲카카오톡 연동 ▲사용자 환경(UI·UX) ▲케이뱅크 제휴를 꼽는다. 그만큼 서비스 경쟁력이 뛰어나고 사업환경을 자사에 유리하게 활용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특금법이 사업자 경쟁을 무력화해 업비트의 독점에 힘을 실었다는 지적 역시 피하기 어렵다. 여당, 특히 김병욱 의원이 특금법이 불투명하고 불공정하다는 업계의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송치형 의장이 오랜만에 공식석상에 나와 의미있는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지난 2일 열린 업비트 개발자 컨퍼런스(UDC)에서 "아프리카 속담에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라는 말이 있다"며 "함께 가는 먼 길에 두나무와 UDC가 좋은 동반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송치형 의장의 이 말이 ‘업비트하고만 함께 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길 바란다.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