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한국 5000년 역사에서 최초로 중국을 문화적으로 지배한 위대한 산업이다. 김택진, 김정주, 방준혁과 같은 1세대 창업주들은 이런 게임의 역사적 의미를 망각하고 축적한 자신의 부에 안주하고 있다."

1일 서울 여의도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국정감사 현장에서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된 질의 중 확률형 아이템 등 비즈니스 모델(BM) 문제 관련 참고인으로 출석한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회장(중앙대 교수)이 이같이 지적했다.

1일 진행된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 현장. / 이상헌 의원실
1일 진행된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 현장. / 이상헌 의원실
앞선 질의에서 이상헌 의원은 인기 게임 시리즈인 ‘하프라이프’를 제작한 밸브(VALVE)의 ‘알릭스 VR’을 시연했다. 이어 최근 발표된 엔씨소프트의 ‘리니지W’ 트레일러의 게임플레이 화면을 비교했다.

이어 진행된 증인, 참고인 심문에서 이상헌 의원은 "앞선 질의에서 가상현실(VR) 게임을 시연하며 국산 게임의 비즈니스 모델(BM)을 비판한 것인데 비즈니스 모델이 아닌 VR게임에만 집중한 황희 장관의 답변이 실망스러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올해 초 국내 이용자들이 넷마블을 시작으로 연이은 트럭시위를 벌이고 최근엔 ‘믿거엔(믿고 거르는 3N)’이라는 신조까지 나와 국내 게임사를 외면하는 상황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위정현 학회장은 두 가지 이유를 들며 확률형 아이템이 왜 문제인제 이유를 설명했다. 우선 그는 3N이라고 불리는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메이저 게임사의 과오가 문제임을 지적했다. 확률형 아이템에 기반한 BM으로 특히 지출을 많이 하는 이용자를 쥐어짜 국내 게임 생태계를 망쳤다는 것이다. 위 학회장은 "특히 엔씨소프트 같은 대표적인 게임사는 게임 산업을 망치는 적폐 기업으로 지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게임을 관리하는 정부기관인 문체부와 게임물관리위원회 같은 산하기관의 무능함을 지적했다. 확률형 아이템이 이렇게까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음에도 사후 관리 감독이나 조치, 심지어 대응책, 분석 보고서조차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는 문체부의 무능이자 책임 방기다"라고 답했다.

위정현 학회장은 확률 공개는 1차적 대안이라며 게임사 회생과 발전 방안으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확률형 아이템 청소년 결제 금지’를 제안했다. 예시로 엔씨소프트의 리지니M과 트릭스터M의 경우 12세와 18세 이용가를 나눠서 출시했지만 공통의 서버를 사용해 청소년과 성인이 한 곳에 모여 아이템 거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사행성이 높은 확률형 아이템을 청소년에게 파는 행위를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 학회장은 "20여 년간 게임업계에 몸 담근 학회장으로 확률형 아이템이라는 이슈로 이 자리에 나온 게 안타깝다"며 "1세대 창업자들이 게임의 문명사적 의미를 되새기고, 대한민국 게임 2.0 시대를 여는 데 업계가 혼신의 힘을 다했으면 한다"고 끝맺었다.

황희 문체부 장관은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기본적으로 업계가 자율 규제할 수 있도록 맡기는데 그 부분에 대한 신뢰가 많이 떨어진 상태다"라며 "업계도 그 부분에 대해 다 알고 있고, 대안이 분명 나와야 하는게 사실이니 같이 이야기를 더 해보겠다"고 답변했다.

한편 증인으로 참석한 강신철 한국게임산업협회 회장은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이행력 담보력 확인의 자리를 가졌다.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해 초 게임사에서 발생한 확률형 아이템 문제로 많은 사회적 문제가 있었다"며 "협회가 10월부터 개정된 내용을 바탕으로 자율규제를 강화하겠다고 했는데 어떤 프로모션이 자율규제를 지키지 않았는지 명확하지 않아 미준수에 대한 정부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미나 유럽의 게임 등급 표시를 들며 "확률형 아이템을 BM으로 활용할 경우 국내 게임사도 이들과 마찬가지로 별도의 표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강신철 회장은 "자율규제를 중점적으로 하면서 사회적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더 발전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이에 박정 의원은 "자율규제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면 입법부 차원에서 법 개정도 고려하겠다"고 응수했다.

박소영 기자 sozer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