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M1 프로·맥스 내놓은 애플, PC시장서 ‘초격차’ 벌이나

최용석 기자
입력 2021.10.20 06:00
애플이 새롭게 선보인 ‘M1 프로’, ‘M1 맥스’가 PC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준이라는 평가다.

이때까지 PC용 프로세서는 CPU의 코어 수가 늘어나고, 성능이 향상될수록 소비전력이 늘어나는 것이 필연적으로 여겨졌다. 19일 오전 2시, 애플이 신제품 발표회를 열고 소개한 애플실리콘의 새로운 라인업인 ‘M1 프로’, ‘M1 맥스’는 기존 PC용 프로세서와는 다른 행보를 나타냈다.

애플이 차세대 맥북 프로용으로 선보인 고성능 애플실리콘 ‘M1 맥스’의 다이 사진 / 애플
M1 칩 역시 당장은 우수한 전성비(소비전력 대비 성능)를 자랑하지만, 더 많은 CPU, GPU 코어를 탑재한 고성능 후속 제품이 등장하면 기존 PC용 프로세서의 전철을 그대로 따라갈 것으로 예상했다. 즉 더 높아진 성능만큼 소비전력이 급증하면서 ‘전성비’ 면에서 인텔이나 AMD와 별 차이가 없는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이날 애플이 차세대 맥북 프로용으로 선보인 M1 프로, M1 맥스는 그러한 예상을 보기 좋게 깨뜨렸다. 애플은 심지어 최고급 모델로 선보인 M1 맥스의 CPU 성능이 기존 최상급 노트북에 탑재된 CPU보다 더 뛰어난 성능을 내면서 소비전력은 절반이나 그 이하 수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물론, 애플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애플의 M1 칩과 기존 PC의 x86 기반 프로세서는 사용하는 아키텍처가 다르고, 구조 및 구동 방식도 다르며, 사용하는 운영체제(OS)와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도 다르다. 뛰는 운동장 자체가 다른 만큼 성능을 1:1로 비교할 수 없다.

애플이 강조하는 비교 그래프 역시 공통된 변수를 기준으로 1:1로 비교한 것이 아닌, ‘소비전력 대비 성능’이라는 다소 모호한 기준을 바탕으로 만든, 소위 ‘매직 그래프(눈속임 그래프)’에 가깝다.

애플 M1 프로와 M1 맥스의 소비전력 대비 CPU 성능 비교 그래프. 비슷한 성능 기준으로 소비전력은 70%를 덜 쓴다고 애플은 강조한다. / 애플
그렇다고 애플의 성과 자체를 깎아내릴 수는 없다. 앞서 선보인 M1 칩만 해도 애플이 호언장담할 만큼 준수한 성능을 갖추고 있음을 지난 1년 동안 충분히 확인했기 때문이다. 애플이 다소 과장한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이번 M1 프로와 M1 맥스가 역대급으로 뛰어난 전성비를 갖춘 우수한 프로세서라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기존 PC용 프로세서 시장을 주도하던 인텔과 AMD 입장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처음 M1 칩이 나왔을 때만 해도 전체 PC용 프로세서 시장에서 애플의 영향력은 양사가 애써 무시할 만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번 M1 프로와 맥스는 성능이나 전성비 차이가 결코 무시 못 할 수준이다.

무엇보다, 고부가가치 시장인 콘텐츠 크리에이터용 하이엔드 노트북 시장은 애플 프로세서로 무게 중심이 이동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존 인텔 및 AMD CPU에 엔비디아 GPU를 탑재한 전문가급 하이엔드 노트북은 3㎏에 육박하는 노트북 본체에 벽돌만 한 크기의 전원 어댑터를 추가로 지참해야만 4K급 영상작업, 3D 디자인 및 설계, 음원 편집, 고해상도 이미지 작업 등을 수월하게 처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M1 프로 및 맥스를 탑재한 신형 맥북 프로는 16인치 모델 기준으로 2㎏ 중반대 무게에 외부 전원 없이 배터리만으로 같은 작업에서 더욱 빠른 시간에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는 성능으로 등장했다. ‘가성비’보다 ‘생산성’이 더 중요한 전문 크리에이터용 노트북 시장에서 이 정도 차이는 치명적이다.

현재 애플의 행보를 보면 내년에는 M1 프로, 맥스보다 몇 배 더 뛰어난 성능을 보여줄 게 확실한 ‘차세대 애플실리콘’을 통해 전문가용 하이엔드 데스크톱 시장까지 넘볼 소지가 다분하다. 그만큼 인텔과 AMD 역시 단순 제조 공정 경쟁, 코어 수 경쟁, 작동 속도 경쟁을 그만두고, 애플의 진격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수단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애플은 5나노 제품을 선보이면서 제조 공정에서도 양사보다 한 발 이상 앞서고 있다. 소비전력 대비 성능만 보면 거의 두 세대 정도 앞선 상황이다. 내장 GPU의 성능도 비교가 안 된다. 애플의 내장 GPU 성능은 엔비디아의 외장형 지포스 30시리즈에 맞먹는 수준으로 보인다.

모바일 기기용 AP 시장에서 후발주자로 출발했던 애플은 원래 칩을 공급받던 퀄컴과 삼성을 제치고 성능과 기능 면에서 업계 선도기업으로 떠올랐다. 퀄컴과 삼성 역시 매번 새로운 AP를 선보이고 있지만, 애플 A시리즈 AP를 쉽게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인텔과 AMD도 분발하지 않으면 이런 상황이 PC용 프로세서 시장에서 애플을 쫓는 상황이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를 남긴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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