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공지능(AI) 스피커 업계가 비즈니스 모델 마련에 고심이다. 국내 AI 스피커 가입자 수는 1600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신제품 출시 경쟁은 예전만큼 뜨겁지 않다. 판매 증대에 한계가 있는 하드웨어 경쟁에서 소프트웨어(SW)인 플랫폼 경쟁으로 변모하는 양상이다.

기가지니3 / KT
기가지니3 / KT
29일 AI 스피커 업체로부터 받은 자료를 종합해 보면 2021년 AI 스피커 신제품을 출시한 곳은 KT와 네이버(LG유플러스)뿐이다.

LG유플러스는 네이버와 2020년 선보인 탁상시계형 AI 스피커 ‘클로바 클락+’에 신규 기능을 탑재한 ‘클로바 클락+2’를 8월 출시했다.

KT는 1월 ‘기가지니 테이블 TV2’에 이어 6월 ‘기가지니3’를 출시했다. ‘기가지니 테이블 TV2’는 2019년 4월 선보인 TV·셋톱박스·AI 스피커 일체형 '기가지니 테이블 TV'의 후속 모델이다. 기가지니3는 2018년 기가지니2 출시 이후 3년 만에 내놓은 신제품이다. 신제품 출시 기간에 2년 이상의 공백이 있다.

AI 스피커 업계는 예전만큼 신제품 출시나 고객 늘리기에 주력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미 시장이 포화 수준인 것과, 비즈니스 모델 발굴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2년 또는 3년 약정으로 고객들에게 월 정액을 받는 것 외에 수익을 낼 만한 서비스를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나마 KT가 B2B로 AI 스피커 사업의 영역을 넓히며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어냈다. KT는 2018년부터 글로벌 호텔 체인인 아코르, 하얏트, 메리어트 계열에서 AI호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3월에는 ‘기가지니 호텔 미니’를 새롭게 선보였다. ‘기가지니 호텔’ 단말에서는 음성으로 객실 내 조명, TV, 냉난방 등을 제어할 수 있으며, 어메니티, 컨시어지 서비스를 요청할 수 있다.

신제품 출시가 가장 뜸한 곳은 SK텔레콤이다. SK텔레콤은 2019년 4월 누구 네모(nimo)출시 후 이렇다 할 신제품을 내놓지 않았다. 2016년 ‘누구' 출시 이후 1년마다 디바이스를 새롭게 선보였지만, 최근 2년 6개월이 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SK텔레콤은 누구 디바이스를 늘리는 대신 누구와 관련된 서비스 확장에 주력한다는 설명이다.

카카오 미니 헥사/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카카오 미니 헥사/ 카카오엔터프라이즈
SK텔레콤 관계자는 "지금은 ‘누구'라는 AI 플랫폼이 T전화, T맵, 셋톱박스,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볼보), 이어셋(누구버즈), 각종 가전제품(삼성 스마트싱즈 연동)에 이르기까지 장치를 뛰어넘어 이식되는 중이다"며 "스피커 출시 자체는 뜸해 보일 수 있지만 누구 플랫폼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도 SK텔레콤과 비슷한 전략을 취한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2020년 4번째 AI 스피커인 ‘미니 헥사’ 이후 출시했다. 디바이스 다양화보다는 소프트웨어 집중한다는 것이 내부 기조라고 설명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디스플레이를 탑재하는 등 AI 스피커의 하드웨어를 다양화하기보다는 내장된 AI 플랫폼 ‘카카오 i’ 생태계 확산에 더 주력하고 있다"며 "AI 스피커는 ‘카카오 i’ 확산을 위한 방법 중의 하나일뿐이다"고 말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