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업계, 지지부진 세액공제 대신 자율등급제 도입에 화력 집중

김평화 기자
입력 2021.12.02 06:00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가 콘텐츠 자율등급제 도입을 위한 우회로를 고민한다. 정부가 자율등급제 도입을 예고했지만 관련 부처 간 이견이 지속하면서 지연이 발생했다. 이를 막고자 의원안 입법을 모색하는 등 분주한 행보를 보인다. 최근 OTT 콘텐츠 세액 지원 근거를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의 연내 국회 통과가 요원해진 상황에서 차선책을 택한 결과다.

국내 주요 OTT 사업자 로고 이미지 / IT조선 DB
1일 OTT 업계를 취재한 결과, 최근 콘텐츠 투자의 세제 지원 근거로서 OTT 법적 지위를 명시하는 법안의 연내 통과가 사실상 불발되자 자율등급제 추진에 주목한다.

앞서 2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정보통신방송안심사 소위원회(법안 2소위)에서 OTT 법적 지위를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논의했지만 의결을 보류했다. 정부안과 함께 추경호 의원(국민의힘)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추 의원 안에 동의하지 않은 탓이다. 9일 정기 국회가 종료하는 만큼 해당 법안의 연내 처리가 힘들다는 전망이 나온다.

OTT 업계는 아쉬움이 크다는 입장이다. 최근 디즈니플러스를 포함한 글로벌 OTT 사업자가 속속 국내 시장에 진출하면서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 OTT 사업자가 이같은 시장 환경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콘텐츠 투자가 필수다. 글로벌 사업자보다 재원이 한정된 만큼 세액 공제가 시급한 상황이다.

OTT 업계는 이같은 상황에서 OTT 콘텐츠 자율등급제만이라도 조속히 추진되길 기대하고 있다. 콘텐츠를 선보일 때마다 사전 심의를 받다 보니 신작을 빠르게 공개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OTT 사업자는 현재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로부터 사전에 콘텐츠 시청 등급을 심의받고 있다. 신청사가 등급 분류를 접수하면 영등위 관련 부서에서 서류를 검토한 후 전문위원 사전 검토와 소위원회 등급 결정 절차를 거쳐 결과를 통보하는 식이다.

OTT 업계는 여러 단계로 심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콘텐츠 심의가 한꺼번에 몰리면 결과 통보까지 기존 처리 기간(14일)보다 상당 시일이 걸린다고 토로한다. 최근 다수 OTT 사업자가 여러 콘텐츠를 앞다퉈 선보이면서 지연 시일이 2~3개월에 이른다는 평가도 나온다. 디즈니플러스 국내 출시 당시 예상보다 시청 가능한 콘텐츠 수가 적다는 지적이 나왔는데, 이 역시 심의가 늦어져 발생한 사례다.

OTT 업계 관계자는 "오죽하면 일단 18세 시청 등급으로 콘텐츠를 선보인 후에 사후 심의를 받아 등급을 조정하자는 얘기가 나오겠냐"며 "콘텐츠를 적시에 선보이면서 가입자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기에 자율등급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고자 2020년 6월 범부처 합동으로 ‘디지털미디어생태계발전방안(디미생)’을 발표했다. 디미생에는 기존 사전 심의 제도를 자율등급제로 바꿔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심의 등급을 매긴 후 추후 심의를 받도록 하는 자율등급제 도입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통위, 문화체육관광부가 각각 OTT 산업을 부처 산하로 두려 하면서 관련 법안 추진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OTT 시장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만큼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부처 간 힘겨루기가 지속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OTT 업계는 이에 국회 법안 통과에는 시일이 걸릴 수 있는 만큼 우회로를 고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OTT 업계 관계자는 "입법이 지연되는 상황이기에 별도로 자율등급제를 추진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며 "정부 입법을 의원 입법으로 돌린다든지 신속 처리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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