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그래픽카드 시장, ‘신제품 러시’가 타개책 될까

최용석 기자
입력 2021.12.02 07:09
1년 넘게 계속되는 채굴 대란의 장기화로 PC용 그래픽카드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새로운 그래픽카드 출시 소식이 잇달아 유출되면서 업계의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새로운 그래픽카드를 출시하는 곳은 현재 진행형인 그래픽카드 대란의 주인공 엔비디아와, 별도 그래픽카드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인텔이다. 업계에선 이들 새로운 그래픽카드의 출현이 타개책이 전혀 보이지 않는 PC용 그래픽카드 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엔비디아 지포스 RTX 30시리즈 파운더스에디션(FE) 제품군 / 엔비디아
기존모델에 구형 모델까지 ‘재활용’하는 엔비디아

신형 그래픽카드 출시와 관련해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지포스’ 시리즈로 친숙한 엔비디아다. 벌써 새로 출시할 신제품의 구체적인 사양까지 대략적으로 드러난 상황이다.

유출된 정보를 종합하면 엔비디아는 총 4종의 신형 그래픽카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다만 완전히 새로운 신제품은 아니고, 모두 기존에 있던 라인업을 재활용(?)한 것에 가깝다. 현재 주력인 지포스 30시리즈 신모델 3종과, 이전 세대 기반인 지포스 20시리즈 신모델 1종이다.

지포스 30시리즈의 신모델은 기존 ‘RTX 3070 Ti’ 및 ‘RTX 3080’의 메모리 강화형 모델과, 기존 최상급 모델인 ‘RTX 3090’의 성능 강화형 상위 모델 3종이다. 우선 RTX 3070 Ti는 기존 8GB였던 비디오 메모리 용량이 16GB로, RTX 3080은 10GB였던 비디오 메모리 용량이 12GB로 늘어난다.

‘RTX 3090 Ti’라는 가칭으로 알려진 RTX 3090의 상위 모델은 기존 3090보다 코어수가 더 많은 최상위 GPU를 탑재한다. 메모리 종류와 용량은 기존 3090과 동일한 GDDR6X 24GB이지만, 메모리 칩당 용량이 1GB에서 2GB로 늘어나면서 메모리 칩 개수도 24개에서 12개로 줄어들었다. 용량은 같지만, 작동속도나 대역폭 등에서 좀 더 이익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 세대 지포스 20시리즈의 신모델(?)은 메인스트림급 라인업이던 기존 RTX 2060의 강화판 모델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디오메모리가 6GB에서 12GB로 2배 늘어나고, GPU 코어 수도 좀 더 추가되면서 오리지널 RTX 2060보다 여러모로 향상된 모델로 나올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에 나올 RTX 3090 Ti를 제외한 2060, 3070 Ti, 3080의 강화형 모델들은 빠르면 오는 12월 7부터 공개 및 출시 예정이다.

메인스트림급 그래픽카드 시장부터 노리는 ‘인텔 Arc’ 시리즈

엔비디아와 AMD와 마찬가지로 독립형 GPU와 이를 탑재한 그래픽카드를 개발 중인 인텔의 행보도 관심을 모은다. ‘아크(Arc)’라는 브랜드로 선보일 인텔의 게임용 그래픽카드는 2022년 상반기에 순차적으로 출시하며, 사양과 성능에 따라 총 3가지 모델로 선보일 예정이다.

인텔 아크 시리즈 그래픽카드의 보급형 모델 렌더링 이미지 / 인텔
그중 가장 먼저 선보일 보급형 모델은 8GB 용량의 GDDR6 메모리를 탑재하며, 경쟁상대는 엔비디아의 메인스트림-엔트리급 제품군인 지포스 GTX 1650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 권장 소비자 가격(MSRP)은 179달러(21만1300원)나 그보다 낮을 전망이다.

인텔의 게이밍 그래픽카드에 대한 구체적인 성능은 아직 공개된 바 없지만, 가장 하위 보급형 모델이 지포스 GTX 1650 수준이라는 데는 우려도 있지만 호평이 더 많다. 지포스 GTX 1650 정도면 2021년 현재에도 일반적인 풀HD 해상도에서도 대부분의 인기 PC 게임을 충분한 퍼포먼스로 즐길 수 있는 성능이기 때문이다.

특히 채굴 대란으로 가장 사용자층이 넓은 메인스트림-엔트리급 그래픽카드까지 모조리 채굴 업계로 끌려가고, 가격도 3배 이상으로 껑충 뛴 마당이다. 엔비디아와 인텔이 이 등급대의 그래픽카드를 새로 출시하면 재고가 바닥난 그래픽카드 시장에 단비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근본 원인인 ‘채굴 수요’가 건재한 이상 백약이 무효

새로운 그래픽카드 등장이 반갑기는 하지만, 이들이 현재 그래픽카드 대란의 타개책이 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지난ㅠ여름에도 엔비디아는 채굴 전용 제품 출시를 늘리고, 새로 출하하는 그래픽카드에 암호화폐 채굴 성능을 제한하는 ‘LHR(Lite Hash Rate)’ 기능을 추가한 바 있다. 업계는 그래픽카드 가격이 안정화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잠시 주춤하던 암호화폐 시세가 다시 상승세를 타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했다. 오히려 LHR 제품 출시 이전보다 그래픽카드 가격이 더 올랐다.

한 그래픽카드 유통 관계자는 "현재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물량 부족이 아니다. 채굴 효율이 그래픽카드의 가격을 결정하는 기형적인 구조가 유통 시장에 자리 잡으면서 수요와 공급만으로 통제할 수 있는 선을 넘었기 때문"이라며 "근본 원인인 채굴 시장이 건재한 이상, 신제품 출시만으로 상황이 나아지기가 힘들다"라고 말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래픽카드를 이용한 채굴 행위 자체에 AMD는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고 방관만 하는 모양새다. 인텔 역시 그래픽카드 부문 수장인 라자 코두리의 인터뷰에서 "채굴 제한 기능을 따로 넣을 생각은 없다"라고 못을 박은 바 있다.

결국, 어떠한 신형 그래픽카드가 나와도 채굴용으로 끌려갈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먼저 나온다. 채굴 수요가 여전히 존재하는 한, 그래픽카드 가격이 업계 자체적인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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