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이르면 하반기부터 자사 LCD TV에 탑재되는 패널을 모두 외부에서 수혈한다. ‘동생 격’ 계열사이자 최대 고객사인 삼성디스플레이가 올해까지 유지하려던 대형 LCD 패널 생산을 6월 중 중단하기 위한 검토 절차에 돌입해서다.

삼성전자는 삼성디스플레이의 공백을 최소화 하기 위한 수급 다변화에 박차를 가한다. CSOT와 BOE 등 기존 공급 비중이 절반이 넘는 중국 LCD 패널 제조사에서 대만, 일본, LG디스플레이로 공급선을 다변화 해 리스크를 최소화 한다는 방침이다.

23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충남 아산캠퍼스에서 가동 중인 TV용 대형 LCD 생산 라인 ‘L8-2’를 6월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동안 LCD를 공급받은 삼성전자와 협의를 거쳐 최종 결정을 내린다.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 생산 공장 전경 / 삼성디스플레이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 생산 공장 전경 / 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최주선 사장이 직접 나서 2022년 말까지 LCD 생산을 지속하는 방안을 내걸었다. 이를 두고 전자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LCD를 지속 공급받는 대신 삼성디스플레이의 QD디스플레이를 적극 채용하는 조건의 딜을 한 것으로 풀이했다.

2020년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 원재료 매입액 가운데 TV·모니터용 디스플레이 패널 비중은 22.8%였지만 2021년 상반기 31.4%, 3분기 34.1%로 증가한 여파였다.

삼성전자가 다소 이르게 삼성디스플레이의 LCD 지원 중단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배경에는 최근 LCD 가격 하락세가 있다. 급격히 치솟은 가격이 안정화 하면서 연간 5000만대의 TV를 생산하는 세트업체 삼성전자의 협상력도 다시 높아졌다.

2021년 내내 급등한 LCD 패널 가격은 정점을 찍고 인하를 거듭 중이다. 현재 가격은 고점 대비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팅(DSCC)에 따르면 2022년 1월 LCD TV 패널 가격 예상치는 32인치 HD 해상도 기준 38달러로 2021년 6월(88달러) 보다 64% 급락했다. 같은 기간 65인치 UHD 패널 가격도 285달러에서 186달러로 인하됐다.

2022년형 네오 QLED 8K 제품 이미지 / 삼성전자
2022년형 네오 QLED 8K 제품 이미지 /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대만 AUO와 이노룩스의 LCD 패널 공급량을 기존 대비 3배쯤인 최대 1000만대로 확대한다. 한종희 부회장은 지난해 4월 대만 AUO를 직접 방문해 공급 확대를 논의한 바 있다.

LG디스플레이와 일본 샤프의 LCD 패널 공급량도 늘릴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LG디스플레이와 거래량이 크게 늘어나는 점이 특징이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LCD는 물론 OLED 패널에서도 손을 잡아 전방위적 협력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LCD 가격 하락세에 OLED 기반 TV의 시장 확대를 서두르지 않는 전략적 판단을 내렸다. 대신 ‘초대형’과 ‘8K’ 수요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네오 QLED’의 대중화에 집중한다. 판매량 목표는 300만대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의 매출에서 LCD가 여전히 절반이 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고객사 확보가 절실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양사가 철저한 손익 계산 아래 손을 잡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