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동의 특허토커] 상표의 반란

  • 유경동 윕스 전문위원
    입력 2017.08.30 20:05

    설빙과 굽네치킨, 김밥천국, 횡성한우. 이들의 공통점은 중국에서 사용할 수 없는 우리 브랜드란 점이다. 현지인들에 의해 이미 상표권이 도용·설정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 원조업체가 중국에 진출하려면, 어이없지만 원래 상표로는 영업이 불가능하다. 자신의 브랜드를 쓰기 위해 오히려 도용상표에 로열티 줘야 할 판이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상표 등록을 안해서다. 왜 우리 기업들은 상표 등록에 인색한걸까. 효과 대비 돈 많이 들고, 절차 복잡하고. 한마디로 '귀찮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 점을 파고든 서비스가 최근 전세계적으로 속속 출시되고 있다. 바로 '온라인 저가 상표출원 서비스'다.

    상표는 기술적으로 복잡한 일반 특허와 달리, 출원은 물론, 심사와 등록 모두 비교적 쉽고 단순한 절차와 방식에 의해 이뤄진다. 기술고시가 아닌, 일반 행시에 합격한 뒤 특허청에 갓 부임한 초급 사무관도, 심사 업무를 할 수 있는 분야가 상표일 정도다. 그만큼 관련 업무를 온라인 프로세스화하기 쉽다. 해당 비용 역시 줄일 수 있는 여지가 많다.

    경남 창원 소재 1인 변리사 특허사무소 '굳브랜즈'는 2016년 온라인 상표출원 서비스 '마크인포'를 출시했다. 2016년에만 1001건의 상표를 출원시켰다. 2017년에는 8월말 현재 1567건을 수주했다.

    유미를 비롯해 리인터내셔널, 리앤목 등 소속 변리사만 백명쯤 포진해있는 대형 특허로펌을 모두 제치고, 상표출원 순위 5위를 달리고 있다. 2016년에 이 분야 1위에 오른 경희특허법률사무소와는 불과 39건 차다.

    상표출원 대리인 순위(2017년 8월말 현재). / WHOLEIP 제공
    7월 서비스 이용자 수 20만명을 돌파한 마크인포는 자체 상표DB 검색시스템까지 갖춰, 이용자 스스로 유사 상표를 미리 찾아 볼 수 있다. 마크인포 입장에서는 그만큼 품을 줄일 수 있다.

    또 10분내 간단한 온라인 입력만으로 출원인코드 부여신청이나 견본작성, 지정상품선택, 출원서 작성, 수수료 납부 등 모든 출원절차를 자동 진행한다. 당연히 오프라인 서류작성과 기관방문 등의 부담이 줄어든다. 수수료도 성공보수를 포함해 단돈 8만8880원만 받는다. 통상 상표출원 수수료가 30만원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파격가다.

    일본 오사카 소재 미야자키 국제특허사무소는 온라인 클라우드 상표등록 서비스 '토레루'를 선보였다. 출시 2년6개월 만에 서일본 권역 최다 수주를 달성했다.

    일본 내 상표출원은 변리사와의 서류·편지 교환이 필수다. 하지만 토레루는 대부분의 양식 기입 절차를 온라인으로 대체, 신청시 소요시간이 1분이 넘지 않도록 했다. 기존 변리사 작업의 90% 이상을 자동화, 평소 대비 절반 이하의 비용으로 상표등록이 가능토록 한 것이다.

    이 회사 미야자키 마사흐미 대표(변리사)는 최근 일본 창업수첩과 가진 인터뷰에서 "변리사인 부친과 공동 운영해온 기존 특허사무소 매출이 계속 하락세였다"며 "이 같은 위기감 속에 더 편하고 저렴한 상표등록 서비스를 생각해냈다"고 말했다.

    온라인 시스템으로 서일본 최대 상표출원 업체로 등극한 ‘토레루’/ 토레루 제공
    컴퓨터에 문외한였던 미야자키 변리사는 AWS 등을 6개월 만에 독학으로 마스터, 토레루 시스템을 자체 개발했다. 외주로 제작하면 유연한 시스템 변경 등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스스로 익힐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미야자키 변리사는 "업무가 온라인화 되면 변리사가 필요 없게 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전문가 밖에 할 수 없는 작업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며 "토레루에 클라우드 소싱 방식을 도입한 것도 해결책의 일환이다"고 말했다.

    국내 특허법인 피너클은 9만원의 성공보수만으로 상표 출원이 가능한 '성공특허상표'와 네이버·옥션 쇼핑몰 등에 입점까지 돼있는 '잇츠특허상표' 등 각종 인터넷 출원상품을 판매중이다.

    '온라인 사건현황관리시스템'을 앞세운 피너클은, 장기적으로 성공보수마저 받지 않는 파격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국내 상표·특허출원 시장의 절대 강자로 등극한 뒤, 본격적인 매출은 인커밍이나 아웃고잉 등 글로벌 지식재산(IP) 시장에서 거두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국내 상표출원 1위인 '김앤장'의 시장점유율은 불과 2.2%다. 시장이 비정상적으로 잘게 쪼개져 있어 지배적 사업자의 신규 등장이 매우 용이한 상황이다.

    상표 수수료 비교(특허청 관납료 및 부가세 별도) / 피너클 제공
    국내 상표출원 수수료는 지금도 높다. 정작 비싸게 받아도 될 대기업에게는 헐값 덤핑수주하면서, 그 벌충을 개인 발명가나 중소기업, 벤처·스타트업 등에 전가한다. 온라인 서비스가 대중화될수록 관련 수가는 하향 조정될 것이다. 이른바 '상표의 반란'이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는 온라인출원 바람이 상표를 넘어 '특허'로 확전될 때다. 이렇게 되면 국내외 IP시장은 엄청난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대표적인 오프라인 기득세력 대한변리사회가 최근 일부 온라인 저가서비스를 겨냥, 공정위 신고와 윤리위 회부 등 극도의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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