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특허컨설팅업체 '패이턴트 리절트(前 IPB)'는 11월 재미있는 분석 결과를 하나 내놨다. 일본 '파칭코' 기업의 보유 특허를 평가해 순위를 발표한 것이다.
파칭코에 무슨 특허냐 싶지만, 일본 파칭코 시장규모는 연간 25조엔(240조원)이다. 대한민국 한 해 국세징수액과 같다. 일본 휴대폰이나 편의점 시장이 각각 9조엔(85조7200억원)과 6조엔(57조1500억원) 규모라는 점을 고려하면, 일본 내수경제에서 파칭코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허평가에도 일본스러운 '디테일(세밀함)'이 배어있다. 파칭코뿐 아니라 기저귀, 초콜릿, 볼펜, 유산균 등에 대해 해당 업체별 특허자산 순위를 평가·발표할 정도다. 물론 패이턴트 리절트는 전기·전자를 비롯해 자동차, 철강, 화학 등 전통 주력산업에 대한 특허평가도 매년 발표한다.
평가결과 민감도는 곧 패이턴트 리절트의 매출로 직결된다. 각종 랭킹을 발표해 이슈화 시킨 뒤 자세한 분석 내용은 개당 최고 5만엔에 CD 형태로 판매한다. 이밖에 각종 유료 세미나와 기업별 맞춤형 지식재산(IP) 컨설팅도 제공한다. 평가 대상기업이 고객사로 바뀌는 순간이다.
이른바 '생(生) 데이터베이스(DB)'나 '날 콘텐츠'로는 장사 안되는 게 요즘 글로벌 IP시장 추세다. 각국 특허청은 해당 국가의 특허정보를 무료로 뿌린다. 공공DB라는 이유에서다. 원천 데이터에 뭔가 새로운 가치를 덧대지 않는 한 유료상품 가치는 없다. 결국 'IP 벨류 애디드'(IP value added)의 가장 대표적 방식이 '평가'인 셈이다.
특허나 기술도 일종의 재화다. 서로 팔고 산다. 가격표 없는 상품은 없다. 거래에 앞서 값을 매기는 작업, 즉 가치 평가가 선행돼야하는 이유다. 최근 특허(기술) 가치평가가 금융권 차세대 먹거리로 떠오른다. 평가의 결과물은 현물출자·경영전략·청산(소송)·세무 등에 다목적으로 활용된다. 정부도 발명의 평가기관(특허청)과 기술평가기관(산업통상자원부) 지정·운영을 통해 특허(기술) 거래를 촉진한다.
하지만 일본의 기술가치평가는 주로 IT시스템에 의존한다. 기술성이나 시장성에 대한 분석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이는 국내 분석 컨설팅과 가장 대조되는 부분이다. 우리만의 차별화된 장점을 내세워, 미국·중국·일본 등 주요 글로벌 IP가치평가 시장을 선점해야 할 때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경동 위원은 전자신문 기자와 지식재산 전문 매체 IP노믹스의 편집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현재는 국내 최대 특허정보서비스 업체인 ㈜윕스에서 전문위원으로 재직 중입니다. IP정보검색사와 IP정보분석사 자격을 취득했으며, 특허청 특허행정 모니터단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특허토커'와 'ICT코리아 30년, 감동의 순간', 'ICT시사상식 2015' 등이 있습니다. '특허시장의 마법사들'(가제) 출간도 준비중입니다. 미디어와 집필·강연 활동 등을 통한 대한민국 IP대중화 공헌을 인정받아, 올해 3월에는 세계적인 특허전문 저널인 영국 IAM이 선정한 '세계 IP전략가 300인'(IAM Strategy 300:The World's Leading IP Strategists 2017)에 꼽히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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