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동의 특허토커] 특허, 신문고를 울리다

  • 유경동 윕스 전문위원
    입력 2018.03.15 10:34

    "특허로 돈을 버는 게 아니라, 그놈의 특허 때문에 돈만 뜯기고 있다."

    각 분야의 개발자나 발명자가 기를 쓰고 연구해 특허를 내는 이유는 하나다. 이 것으로 '돈'을 벌고 싶어서다. 그런데 실제 특허를 내보면 벌기는 커녕 최초 출원부터 돈 들어갈 일 투성이다. 어렵게 심사를 통과해도 문제다. 등록에 필요한 각종 수수료는 물론 매년 세금처럼 유지비(연차료)를 꼬박꼬박 납부해야 한다. 이런 환경에서 누가 특허를 내고 누가 지식재산권(IP)을 부여받고 싶을까.

    이 같은 부조리를 보다 못해 누군가가 나섰다. 9일 청와대 게시판에 이번 헌법 개정 시 지식재산입국의 천명과 국가재정법 개정을 통한 발명자 지원을 촉구하는 국민청원을 올린 것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IP 관련 이슈가 상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기재부의 '삥 뜯기', 국회가 막아줘야

    청원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발명자 등 지식재산권자로부터 받는 특허청 수입 중 일부를 전출받아, 지식재산 분야와 무관한 기타 행정 업무에 쓰고 있다. 그 규모가 매년 1000억원이 넘는다.

    이 돈을 정부 유일의 '중앙책임운영기관'인 특허청에 돌려주고, 기관의 취지에 맞게 자율운영권을 주자는 게 청원의 요지다. 이를 위해 국회가 '국가재정법'을 개정, 특허청 수입이 회계 간 거래로 기재부에 전출되지 않도록 관련 법을 통과해달라는 것이다.

    해당 법개정안은 19대 국회에도 제출됐다. 당시 회계 간 거래가 전체 특허청 예산의 2% 내외밖에 되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회기 만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하지만 지금은 그 돈이 예산의 20%까지 급증한 만큼 반드시 제고돼야 한다는 논리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지식재산' 국민청원/ 청와대 제공
    ◆ 개정 헌법에 '지식재산입국' 천명 요구

    청원의 또 다른 요구 사항은 헌법 개정 시 '과학기술 및 지식재산 조항'의 추가다. 현행 헌법(제22조 2항)은 "저작자, 발명가, 과학기술자와 예술가의 권리는 법률로써 보호한다"라고 돼 있다. 전문 어디에도 과학기술과 지식재산의 중요성이나 발전 등을 구체적이고 선언적으로 적시하지 않았다. 이래서는 특허에 대한 강력한 헌법적 의지를 확인할 수 없다.

    청원의 최초 제안자인 권오준 소중한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는 미국과 유럽 등 IP 선진국은 국가 최고 규범에 지식재산을 적극적으로 언급하고 있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미 연방헌법 제1조 제8절 8항에서는 '지식재산조항(IP Clause)'이라는 문구가 있다. 8항은 "의회는 저작자와 발명가에게 그들의 저술과 발명에 대한 배타적인 권리를 보장, 과학과 기술의 발전을 촉진하는 권한을 갖는다"며 구체적 권한 내용을 적시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기본권 헌장은 보다 직설적이다. 이 헌장 제17조 '재산권' 2항에서 "지식재산권은 보호돼야 마땅하다"라고 매우 단호하게 규정한다. 독일 기본법도 연방의 전속적 입법권을 규정한 제73조 9항에서 산업재산권과 저작권, 출판권 등을 자세히 세분화했다. 제93조에선 연방 산업재산권 사건을 다룰 곳으로 '연방법원'을 구체적으로 지목한다.

    우리나라 지식재산 법제는 권리자 보호에 소극적이다. 박성필 카이스트 교수 등 국내 전문가는 선진국 기술을 따라잡는데 중점을 뒀던 과거 산업경제 패러다임이 반영돼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4차산업혁명에 기반한 이번 개정 헌법은 '지식재산 헌법'으로 바뀌어야 하며, 단순 권리보호가 아닌 경제적 가치를 적극 보호·보장하는 헌법 차원의 선언과 하위 입법이 추진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청원이 시작된 지 6일이 지난 14일 오후 현재, 총 54명이 청원에 동의했다. 청원 마감은 4월 8일이다. 청와대는 청원 개시 후 한달 내 20만명 이상 참여한 건에 한해 공식 답변을 내놓는다.

    이번 청원은 주제상 20만명 참여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관련 협회나 단체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참여자 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이를 계기로 국내 특허·변리업계는 상호 이권 다툼을 잠시나마 접고, 대의를 위해 한 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국민 앞에 보여야 옳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경동 위원은 전자신문 기자와 지식재산 전문 매체 IP노믹스의 편집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현재는 국내 최대 특허정보서비스 업체인 ㈜윕스에서 전문위원으로 재직 중입니다. IP정보검색사와 IP정보분석사 자격을 취득했으며, 특허청 특허행정 모니터단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특허토커'와 'ICT코리아 30년, 감동의 순간', 'ICT시사상식 2015' 등이 있습니다. '특허시장의 마법사들'(가제) 출간도 준비 중입니다. 미디어와 집필·강연 활동 등을 통한 대한민국 IP대중화 공헌을 인정받아, 올해 3월에는 세계적인 특허전문 저널인 영국 IAM이 선정한 '세계 IP전략가 300인'(IAM Strategy 300:The World's Leading IP Strategists 2017)에 꼽히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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