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부산모터쇼, '모터쇼 패싱' 시대를 넘어 진짜 혁신할 때

입력 2018.06.11 06:36 | 수정 2018.06.11 06:44

부산모터쇼가 7일 프레스데이를 시작으로 11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주제는 ‘혁신을 넘다. 미래를 보다’다. 조직위는 ‘2018 부산모터쇼’를 자동차 생활의 광범위한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다채로운 행사로 기획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모터쇼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완성차 업체의 참여 규모는 예년에 비해 크게 줄었다.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한국GM, 르노삼성에 현대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가 나왔고 쌍용차는 불참했다. 수입차 브랜드로는 메르세데스-벤츠, BMW, 미니, 재규어랜드로버, 아우디, 도요타, 렉서스, 닛산, 인피니티 등만 참여했다. 국내 활동 중인 20개가 넘는 수입차 브랜드 중에 절반도 모터쇼에 나오지 않았다.

참가업체의 숫자 부족은 결국 이 모터쇼가 ‘마케팅’적인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이 현상은 전세계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어 부산모터쇼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부산은 ‘모터쇼 패싱’이 전세계에 불어닥치기 훨씬 전부터 자동차 회사의 ‘이탈’ 문제를 직접적으로 겪어왔다. 성격적으로 매년 번갈아 개최되는 ‘서울모터쇼’와 변별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서울모터쇼는 수도에서 열리는 모터쇼라는 점에서 업체 참여가 적극적인 편이다. 부산이 속해 있는 경남권이 최근 자동차 판매, 특히 수입차 판매가 크게 늘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우리나라의 거대 시장은 서울을 위시한 수도권이다. 따라서 각 업체들은 서울모터쇼에 더 집중해왔고, 부산은 후순위로 분류했다.

때문에 해마다 각 언론이나 전문가들은 부산모터쇼에 ‘차별화’, ‘전문화’를 요구해왔다. 서울모터쇼와의 차이를 만들어야 자동차 업체가 부산에 참가할 당위성을 만들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몇 년전부터 신차 소개 외에는 부산은 내용적인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 다양한 부대행사로 단점을 보완한다는 게 부산모터쇼의 생각이나, 뚜렷한 부산만의 색깔은 여전히 찾아보기 어렵다.

/ 부산=박진우 기자
다만 이번 모터쇼에서는 실마리 정도는 찾을 수 있었다. 부대행사로 마련된 ‘한국자동차제조산업전’이 바로 그것이다. 부산모터쇼가 가야할 길은 이 산업전을 일반 관람객도 눈이 휘둥그레 할 정도의 ‘쇼’로 키워 대중적인 성격을 부여하고, 세계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국내 대형 업체의 참가를 유도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가 자동차쇼가 됐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자동차 전자장비산업은 활황이다. 자동차 회사는 ICT의 기업의 도전에 직면했으며, 자동차 기술의 중심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된지 오래다.

이 시점에서 부산모터쇼도 전통적인 의미의 자동차에서 벗어나 새 기회를 잡자는 것이다. 가령, 현대차와 함께 전기차 배터리의 세계적인 회사인 LG화학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구글이 모터쇼에 올 수 있도록 해야하고, 삼성전자를 모터쇼에 유치해야 한다. 자율주행과 전기동력 시대의 공조 시스템에 세계적인 기업인 한온시스템, 기가스틸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포스코 등도 모터쇼로 데리고 올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자동차’ 그 자체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자동차 혁신을 둘러싼 모든 분야를 부산모터쇼에서 다뤄보자는 것이다.

사실 오늘날 전 세계 모터쇼들은 ‘모터쇼 패싱'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위기를 겪고 있다. 앞으로 자동차만 내세운 모터쇼는 경쟁력을 잃을 것이 뻔하다. 미국 최대 모터쇼인 ‘디트로이트모터쇼'도 마찬가지다. 미래 자동차 산업의 비전을 전통적인 의미의 자동차로만 보여줄 수 없는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CES를 비롯한 세계 ICT 박람회에 자동차 회사가 참여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부산 역시 ‘모터쇼 패싱’ 시대를 뛰어넘을 진짜 혁신을 시도해야 할 때다.



키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