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라 할 수 있는 광군제(光棍節)가 11일 전 세계 쇼핑 시장을 강타했다. 중국의 대표적인 온라인 유통 기업 알리바바의 경우 11일 단 하루에만 전 세계에서 몰려든 손님들을 맞아 2135억위안(약 34조7000억원)이라는 매출을 기록했을 정도다.

광군제나 블랙프라이데이에 전 세계 쇼핑 시장이 들썩이는 이유는 평소에 비싸서 구매하기 힘든 상품을 큰 폭의 할인 혜택으로 구매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해외 직구 품목 중 하나인 인텔 CPU. / IT조선 DB
대표적인 해외 직구 품목 중 하나인 인텔 CPU. / IT조선 DB
PC 부품도 예외는 아니다. 근래 들어 CPU, 그래픽카드 등 PC의 핵심 부품들이 수요 폭증, 공급 부족 등의 문제로 가격이 들쑥날쑥하면서 이들 아이템을 해외 쇼핑몰에서 직접 구매하는 직구(직접구매) 열풍이 PC 시장에서도 빠르게 퍼지고 있다.

아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유용한 직구 노하우나 해외 주요 쇼핑몰의 핫딜(특정 조건이나 행사 등으로 평소 대비 훨씬 저렴하게 파는 매물) 정보도 활발하게 공유되고 있다. 해외 결제가 가능한 신용카드나 체크카드가 있으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시도할 수 있는 데다, 배송대행 및 구매대행 서비스도 여럿 생기면서 PC 아이템의 해외 직구 또한 더욱 쉬워지고 있다.

해외 직구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가격’이다. 100%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20만원~30만원이 넘는 고가 제품이 많은 PC 아이템의 경우 해외 판매 가격이 배송비나 부가세를 포함해도 국내 가격보다 10% 이상 저렴한 제품이 적지 않다. 예산이 부족하거나, 같은 비용으로 더 좋은 구성을 원하는 이들일수록 직구에 대한 관심도 높다.

PC용 고성능 튜닝 메모리 제품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직구 아이템 중 하나다. / IT조선 DB
PC용 고성능 튜닝 메모리 제품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직구 아이템 중 하나다. / IT조선 DB
물론, 해외 직구의 단점도 분명하다. ▲판매자의 위치에 따라 최소 3일 내외에서 보통 1주~2주까지 걸리는 긴 배송시간 ▲할부 구매의 어려움 ▲초기 불량으로 인한 교환 및 반품의 불편함 ▲사용 중 문제에 대한 번거로운 사후지원 등이 대표적인 직구의 단점이다.

특히 PC 아이템들은 해외에서 정품을 구매해도 국내 지사나 센터에서 사후지원을 보장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구매자가 직접 구매한 국가나 글로벌 서비스 센터에 직접 RMA( (return merchandise authorization, 환불 및 교환 절차)를 신청하고 진행해야 하는 것이 가장 고역이다. PC 하드웨어에 대한 지식이 많거나 직구 경험이 많다 하더라도 번거로운 것은 매한가지다.

때문에 하드웨어 지식이 별로 없거나, 직구 경험이 얼마 없는 상황에서 PC 아이템을 직구하려 한다면 가급적 구성이나 구조가 단순하고 초기불량 및 사용 중 문제가 쉽게 발생하지 않는 제품들이 직구하기에 편하다.

◇ 직구하기 좋은 PC 아이템…CPU와 메모리, 외장형 저장장치 제품군

PC 아이템 중 가장 직구 인기가 높은 것은 CPU와 메모리 모듈, 외장 HDD 같은 저장장치다. 특히 CPU와 고가의 튜닝 메모리 모듈 제품은 초기 불량만 없으면 사용 중에 고장이나 오류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확률도 낮고, 국내보다 가격 변동 폭도 적기 때문에 처음 직구를 시도하는 이들이 도전하기에도 부담이 적은 편이다.

게다가 최근 전 세계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관련 제품의 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추세여서 올해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에는 메모리 모듈, 대용량 SSD 등의 품목에 대해 더욱 높은 할인 폭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내장형 HDD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 직구 아이템으로 떠오른 ‘WD 이지스토어 8TB’ 제품. / WD 제공
내장형 HDD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 직구 아이템으로 떠오른 ‘WD 이지스토어 8TB’ 제품. / WD 제공
내장형 저장장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외장 SSD나 외장 HDD 같은 ‘완제품’ 주변기기도 해외 가격이 훨씬 저렴한 경우가 많아 최근 PC 직구의 새로운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모 제조사의 외장 HDD는 같은 용량의 내장형 HDD보다도 저렴하게 판매되면서 인기 직구 아이템으로 각광받기도 했다.

메인보드나 그래픽카드 등의 핵심 부품도 직구가 가능하고 가격적인 혜택도 매우 큰 편이다. 그러나 직구 초보자나 하드웨어 초보자에게는 추천하기 어려운 아이템이다. 메인보드나 그래픽카드 등은 PC 부품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사용 중 문제가 발생해 사후 서비스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해외 센터로 RMA(Return Merchandise Authorization)를 보낼 때 오고가는 시간이 적어도 2주 이상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좀 더 비싸도 국내에서 바로 AS를 받을 수 있는 정식 판매 제품을 선택하는 게 오히려 나을 수 있다.

엔비디아 영문 공식 홈페이지에서만 판매하는 ‘지포스 RTX 2080 Ti 파운더스 에디션’. 문제가 발생하면 해외 센터에 직접 RMA를 요청해야 한다. / 엔비디아 제공
엔비디아 영문 공식 홈페이지에서만 판매하는 ‘지포스 RTX 2080 Ti 파운더스 에디션’. 문제가 발생하면 해외 센터에 직접 RMA를 요청해야 한다. / 엔비디아 제공
PC 케이스나 모니터처럼 덩치가 있는 제품들도 직구 초보자들에게 추천하기 쉽지 않다. 덩치가 큰 만큼 배송 과정에서 파손과 그로 인한 초기 불량이 발생할 가능성이 꽤 높기 때문이다. 키보드나 마우스 같은 입력장치도 고가·고사양의 게이밍 제품이거나,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희귀 제품이 아니라면 가격적인 매력이 낮은 편이라서 직구용으로 추천하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