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최근 우리은행 경영실태 평가를 끝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경영실태 평가에는 최근 우리은행에서 잇따라 발생한 오류와 관련한 IT부문 평가도 집중적으로 이뤄져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우리은행. / 조선일보DB
우리은행. / 조선일보DB
16일 금감원 관계자는 "우리은행의 자본적정성, 자산건정성 등을 따지는 경영실태평가가 최근 끝났다"며 "다만 결과 발표 시기를 특정할 순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10월10일부터 우리은행 경영실태평가를 진행했다. 이 평가는 본래 정해진 일정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다. 하지만 금감원은 이번 평가와 함께 IT전문 검사반까지 꾸려 IT부문 전문 검사를 별도로 진행했다. 우리은행이 지난 5월 차세대 전산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지속적으로 전산 장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 차세대 시스템 잦은 오류로 고객 불만 최대

우리은행은 지난 5월 8일 차세대 전산시스템 ‘위니(WINI)’ 가동을 시작했다. 2016년 3월부터 3년간 3000억원을 투자한 유닉스 기반 시스템이다. 주사업자는 SK(주) C&C가 맡았다. 우리은행 차세대 시스템은 온라인, 오프라인, 모바일 등 다양한 경로의 비대면 금융 채널을 고객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옴니채널' 인프라를 구축했다.

당초 이 시스템은 2018년 2월부터 가동이 시작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당시 3개월 가량 가동을 연기했다. 메인프레임 기종을 유닉스로 바꾸는 최종 과정에서 일부 취약점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당시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유닉스 기종 전환 테스트 결과를 받아 보고, 보다 완벽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차세대 가동을 연기하라고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은행 전산 시스템은 잇따라 문제를 일으켰다. 첫 가동일부터 모바일뱅킹 어플리케이션 접속 오류가 발생했고 같은 달 31일에는 인터넷뱅킹과 모바일뱅킹에서 거래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9월 추석 연휴를 앞두고 터졌다. 다수의 기업과 고객이 각종 대금과 급여를 송금하지 못해 고객 불만이 극에 달했다.

차세대 시스템 도입 이후 우리은행은 2분기 연속 민원 최다 은행이 됐다. 전국은행연합회에 공시된 ‘은행 민원건수 및 민원분재 소제기 현황’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올해 3분기(7~9월) 접수된 민원이 34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5건 급증했다. 은행권을 통틀어 가장 많았다.

2분기에도 우리은행은 682건의 민원이 몰렸다. 전 분기 90건, 전년동기 93건과 비교하면 크게 증가한 수치다. 이 역시 18개 은행 중 가장 많다.

◇ 원인은 여전히 추정만…금감원 원인 밝히나

우리은행의 잦은 전산 시스템 오류에 대해서는 수 많은 추측만 나온다. 아직까지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전산 개발과정에서 불거졌던 내부 갈등과 비용을 줄이기 위한 인력 감축이 시스템 구축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또 운영상에서 우리은행 측의 실수가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당시 우리은행은 주사업자인 SK(주) C&C가 제안한 개발인력 수보다 적은 인원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력을 줄여 비용을 절감한다는 취지였다. 또 우리은행과 계열사인 우리FIS 인원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SI업계 한 관계자는 "개발 과정에서 최초 계약과 달리 과업이 수정되거나 추가됐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양한 추측과 가능성만 제기되는 가운데, 우리은행의 잦은 장애 원인 규명은 금감원의 IT부문 평가에서 일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금감원의 검사가 끝났다고 바로 결과가 발표되는 것은 아니다. 결과가 확정될 때까지 상부 보고 및 여러 단계를 거쳐 결과가 확정된다. 또 통상 2~3개월 쯤의 기간이 필요한데 법률적인 검토 등이 필요하면 더 미뤄질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IT부문 평가 결과는 우리은행 측에 권고 형식으로 개선사항을 전달하게 된다"며 "경중에 따라 우리은행이 평가결과를 공시할 수도 있고 안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우리은행 측은 추석 때 발생한 장애 원인은 외부 망과 연결되는 서버 시스템 문제였으며, 서버를 증설해 문제를 해결했다고 밝혔다. 추석 이후로는 전산으로 인한 장애가 발생하지 않았다.

우리은행 한 관계자는 "IT부문 평가는 기존 장애로 인해 특별히 추진된 것이 아니라 경영평가와 함께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