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구글 이인종① "경계가 모호한 문화가 창의와 협력을 만들더군요" 에서 계속됩니다.

지난 10월 25일 서울 코엑스에서 만난 이인종 구글 클라우드 IoT 총괄 부사장 겸 사내기업가(EIR)는 한결 같은 곱슬 머리에 후드 티 차림이었다. 그가 후드티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꺼낸 게 구글이 지난 7월 선보인 사물인터넷(IoT) 특화 인공지능칩 ’엣지TPU’였다. 구글의 클라우드과 엣지컴퓨팅 전략에 대해 자세히 물었다.

엣지TPU는 IoT 기기에서 구글의 머신러닝(기계 학습) 오픈소스 라이브러리인 텐서플로를 구동할 수 있도록 고안된 엣지 컴퓨팅(edge computing) 가속칩이다.

이인종 부사장이 구글의 엣지TPU를 얹은 1센트짜리 동전을 들고 있다./차현아 기자
이인종 부사장이 구글의 엣지TPU를 얹은 1센트짜리 동전을 들고 있다./차현아 기자
아마존이 클라우드 시장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 구글이 엣지 컴퓨팅 전략을 꺼내든 건 클라우드 시장에서의 고전 때문이 아닌가. (전 세계 클라우드 시장에서 아마존웹서비스는 시장 점유율 약 33%로 1위를 달라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가 13%로 2위에 랭크돼 있다. 클라우드 시장 3위 자리를 놓고 구글, IBM, 알리바바 등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그건 아니다. 엣지 컴퓨팅은 여러 기업이 추진하는 큰 흐름이다. 구글의 강점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분석이고 고객들도 그런 서비스를 기대하며 구글을 찾아온다. 구글은 클라우드와 엣지 둘다 되는 유일한 기업이다. 구글의 여러 서비스 중 클라우드 서비스가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앞으로도 많은 변화를 보실 것이다."

실제로 3년 전만해도 구글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한 기업은 스냅챗, 스포티파이 정도였다. 최근에는 20세기 폭스와 콜게이트, 디즈니, 이베이, 라탐 에어라인스(Latam Airlines), LG CNS, 홈데포, 뉴욕타임즈, HSBC 등과 같은 전 세계 대기업들이 구글 클라우드 서비스를 쓴다.

지난 5월에는 트위터가 자체 운영하던 콜드 스토리지(자주 사용하지 않는 데이터 보관 스토리지)와 하둡 클러스터를 구글 클라우드로 옮겨 화제를 모았다. 구글 클라우드로 데이터량만 300페타바이트(PB)에 달한다. 넷플릭스는 재난복구 등 안정적인 서비스를 위해 구글 클라우드를 이용하고 있다.

구글 엣지컴퓨팅의 핵심인 엣지TPU에 대해 설명해달라.

"(칩을 가리키며) 이게 가속기다. 가속기는 컴퓨팅 자원, 즉 MCU(Micro Controller Unit·미세제어장치)나 CPU(Central Processing Unit·중앙처리장치)가 있는 기기와 붙으면 엄청난 성능을 낸다. 엣지TPU를 쓰면 저전력으로 MCU를 구동시킬 수 있다. 단추에도 인공지능 기능이 들어갈 수 있다. 단추가 사람을 알아보거나 음성을 인식해 통역도 수행할 수 있다. 지금 당장은 아니겠지만."

엣지TPU를 활용하려면, 각 기업들이 산업의 특성에 맞게 맞춤화 과정을 거쳐야 하는건가.

"그렇다."

― 엣지TPU를 활용하기 유리한 산업 분야는.

"제조업이다. 모든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옮기기엔 비용도 비싸고 프라이버시 문제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엣지(끝단)에서 데이터를 선별적으로 판단해 클라우드까지 갈 필요 없는 데이터를 바로 처리한다.

앞으로 자율주행에서도 엣지TPU가 널리 쓰일 것이다. 통신이 두절된 상태에서 각종 연산을 처리하는 ‘디스커넥티드 컴퓨팅(Disconnected Computing)’ 기술이 중요하다.

갑자기 길에서 사고 났다고 가정해보자.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고도 자동차 내부에 인공지능이 연결돼 실시간으로 상황으로 판단해야 한다."

― 현재 LG디스플레이가 구글의 엣지TPU를 사용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와는 지난해부터 협업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구글비전과 엣지TPU를 사용해 제품 결함을 찾아내고 있다. 제품 결함을 찾아내는 정확도도 이전 60%에서 99%까지 높일 수 있었다. 엣지컴퓨팅에서는 이미지를 굳이 중앙 서버(클라우드)에 보내지 않는다. 끝단에서 0.8초당 200장의 이미지를 보고 결함 여부를 확인한다. LG디스플레이는 연간 2000만 달러(약 220억 원)를 아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앞으로 ‘얼리 액세스 프로그램(Early Access Program)’을 통해 다른 제조업체와도 협력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얼리 액세스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엣지 TPU 장비가 포함된 시스템을 구글이 일정 부분 지원해주고 함께 프로토타입(시제품)을 만들어 나가게 된다."

― 구글이 LG전자와 함께 스마트시티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는데, 스마트시티의 규모와 위치 등 구체적인 내용이 궁금하다.

"특별히 어떤 지역을 염두에 두고 있지는 않았다. 구글이 LG전자와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를 시행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면 된다.
기술 적용의 한 사례로 IoT 교통 카메라가 있다. 실시간 교통량을 IoT 카메라가 확인하면 자율주행도 쉬워진다. 도시 전체가 수천 대의 카메라를 기반으로 교통관리 시스템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LG전자와 구글이 협업을 통해 스마트시티 관련 기술을 고도화하고 모델을 만듦으로써 비즈니스 발전도 이룰 것을 기대하고 있다."

구글의 엣지TPU는 1센트 동전에 여러 개를 올려놓을 만큼 작다. 백원짜리 동전과도 비교해봤다./류현정 기자
구글의 엣지TPU는 1센트 동전에 여러 개를 올려놓을 만큼 작다. 백원짜리 동전과도 비교해봤다./류현정 기자
― 아마존웹서비스(AWS)를 사용하면서 ‘락인효과(Lock-in Effect, 소비자가 어떤 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하면 다른 유사한 서비스로 수요 이전이 어렵게 되는 현상)’를 우려하는 기업들이 많더라. AWS 사용 기업이 구글 클라우드로 옮길 수 있나.

"구글은 최근에도 손쉽게 데이터 이전(Data migration)을 해주는 기업을 인수했다. 다른 서비스에서 구글 클라우드로 옮기는 게 어렵지 않다는 이야기다 .

구글은 오픈소스와 멀티 클라우드를 지향한다. ‘락인’ 전략은 우리의 정신과 맞지 않다. 구글이 오픈 소스 형태로 공개한 쿠버네티스(Kubernetes)를 보자. 컴퓨팅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각종 프로그램을 구동시킬 수 있게 해주는 쿠버네티스를 이용하면 특별히 프로그램에 수정을 가하지 않더라도 다른 클라우드로, 심지어 AWS로도 데이터를 옮길 수도 있다. 그게 구글의 하이브리드 컴퓨팅 전략이다."

컨테이너(화물 수송용 박스)로 여러 화물을 한 번에 담아 옮기듯, 쿠버네티스는 클라우드 서비스에서의 다양한 프로그램과 실행 환경을 그대로 옮겨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게 해주는 플랫폼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IT 기업의 85% 이상이 멀티클라우드를 사용하고 있어 컨테이너 기술은 클라우드 플랫폼에서 핵심으로 꼽힌다.

― 삼성전자에 재직할 때 보안 솔루션을 개발하고 전 세계에 팔았다. 구글 IoT 총괄로서 보안 문제를 보는 인식은.

"요즘에 출시된 IoT 기기 중에는 보안을 고민하지 않고 시장에 내놓은 것들이 너무 많다. IoT는 어디에서나 설치되고 누구나 접속할 수 있는 장치이기 때문에 보안 취약점에 대한 대응 수준을 높여야 한다. 구글은 반도체 회사와 공동으로 디바이스 단위의 MCU 레벨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가벼운 용량의 보안 칩을 개발했다.

또한 각각의 디바이스를 클라우드에 연결할 때도 인증 절차가 필요하다. 이 인증 절차도 TLS(Transport Layer Security·인터넷에서의 정보를 암호화해서 송수신하는 프로토콜)보다 용량이 가벼운 별도 프로토콜을 활용해 기기 자원 소모를 최소화했다.

무엇보다 보안은 업데이트가 중요하다. 창과 방패의 전쟁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공격이 나타나면 빠른 패치 서비스로 방어해야 한다. 구글은 모바일 운영체제 안드로이드를 만들어 대규모 보안 업데이트를 수 차례 해본 경험이 있다."

― 유럽 국가들이 GDPR(개인정보보호 법령)을 적용해 자국 데이터 주권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해외에 서버를 둔 구글이 국내 지도 데이터를 반출해도 되느냐를 두고 논쟁이 일었다. 중국은 기업의 서버는 반드시 중국에 두라는 ‘네트워크 안전법'을 2017년부터 시행 중이다. 이른바 ‘정보주권'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로 이야기하겠다. 데이터 주권은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데이터가 중요한 만큼 이를 지키는 게 서비스 업체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구글은 지역 법과 규제를 존중하고 있으며 전체 시스템에도 적용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다."

―사물인터넷 시대의 도래로 ‘빅브라더'가 탄생할 수 있다. 대중은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다.

"음모론은 항상 있다. IoT가 아니더라도 지금 누군가 인터넷을 지배하고 어느 데이터 센터에서 누가 들여다보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은 있다. 이런 두려움과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한 거의 유일한 방안은 ‘투명성(transparency)’이라고 본다. IoT를 하더라도 소프트웨어 자체를 오픈하고 우리가 이 데이터를 가지고 뭘 하지 않는다는 걸 계속 증명해야 한다. 그게 굉장히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질문을 해도 되는 지 모르겠다. 헤어스타일은 어떻게 관리하나.

"태어날 때부터 자연 곱슬로 태어났기에 따로 관리하는 것이 없다. 머리를 관리하는 게 귀찮은 사람들에게 나와 같은 헤어스타일을 추천한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