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동의 특허토커] 오보에 대처하는 특허의 자세

  • 유경동 윕스 전문위원
    입력 2019.03.19 10:43 | 수정 2019.03.19 18:38

    "LG전자, 헬멧형 탈모치료기 선봬", "LG, 탈모치료용 헬멧형 의료기기 내놔", "LG전자 가정용 헬멧형 탈모치료기..."

    LG전자가 탈모 치료·관리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는, 국내 언론의 최근 주요 기사다. 하나 같이 ‘헬멧형’임을 강조한다. 아직 나오지도 않은 제품이다. LG전자가 확인해주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우리 언론은 이미 눈으로 보기라도 한 듯 일제히 제품의 외양을 헬멧형으로 특정했다. 정말 그럴까?

    LG전자 탈모치료기 관련 주요 언론·블로그 종합. / 네이버 제공
    이를 알아보기 위해 LG전자의 관련 특허부터 뒤졌다. 검색은 누구나 무료 접근 가능한 구글 패이턴트(https://patents.google.com)를 이용했다. 먼저, ‘출원인’(assignee)을 LG전자로 한정했다. 타국가 선출원의 경우를 염두해, 출원인의 영문명(LG Electron Inc.)도 추가했다. ‘머리’(head)와 ‘탈모’(alopecia), ‘두피’(scalp) 등을 키워드로 잡고, 검색창에 입력했다.

    그 결과, 몇가지 검색 결과중 ‘헤드셋타입 두피관리기기’(KR 10-2017-0121568 A)라는 한국특허를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었다. 2016년 4월 출원돼, 2017년 11월 등록까지 모두 마쳤다. 이 특허의 도면만 봐도, 발명의 명칭 그대로 ‘헤드셋’ 형태임을 확인할 수 있다. 모든 언론이 지목한 ‘헬멧형’이 아니었다. 심지어 해당 특허는 명세서를 통해 헬멧형이 되면 안되는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해놓고 있다.

    구글 패이턴트 검색 결과. / 테크DNA 제공
    명세서상 ‘발명의 설명’에 따르면, 이 특허는 모발치료와 관리를 위해 ‘빛’(Light)을 이용한다. 특정 파장의 광을 머리에 조사, 세포 능력을 자극한다. 이를 통해 탈모치료와 관리를 진행한다. 광원을 이용한 기존 방법은 사용자가 손으로 원하는 부위에 기기를 정확히 일치시키기 어렵다. 사용하는 동안 다른 행동도 할 수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광 사용 헬멧 형태의 기기가 제안되지만 사용자가 헬멧 착용에 답답함을 호소한다. 또 다양한 머리 크기에 대응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해당 특허는 사용 중에도 양손이 자유로운 헤드셋 타입의 두피관리기기를 제공한다.

    LG전자의 탈모기기는 특허의 명칭 뿐 아니라, 해당 도면을 통해서도 헬맷형이 아닌, ‘헤드셋’ 타입임을 확인 가능하다./ 테크DNA 제공
    LG전자 측이 확인을 해주지 않아도, 의지만 있었다면 사실(팩트)에 보다 근접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탈모기기는 의례 헬맷형일 것’이라는 기존의 프레임을 의심 없이 답습해온 우리 언론의 구태 역시, 대량 오보를 확대·재생산한 원인중 하나다.

    굳이 정보공개를 청구하지 않아도 된다. 특허는 공개를 원칙으로 한다. 해당 발명자에게 합법적 독점권을 주는 대신 기술의 공개를 통해 전체 산업의 발전에 이바지하라는 이유에서다. 누구나 접근 가능한 빅데이터, 그것이 바로 특허다. 특허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말해준다. 하지만 일부러 찾아와 들려주진 않는다. 특허가 건내는 얘기에 귀 기울여야하는 이유다.

    유경동 위원은 전자신문 기자와 지식재산 전문 매체 IP노믹스의 편집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IP정보검색사와 IP정보분석사 자격을 취득했습니다. 현재 SERICEO에서 ‘특허로 보는 미래’를 진행중입니다. 저서로는 ▲특허토커 ▲ICT코리아 30년, 감동의 순간 100 ▲ICT 시사상식 등이 있습니다. 미디어와 집필·강연 활동 등을 통한 대한민국 IP대중화 공헌을 인정받아, 세계적인 특허전문 저널인 영국 IAM이 선정한 ‘세계 IP전략가 300인’(IAM Strategy 300:The World’s Leading IP Strategists)에 꼽히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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