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 등 인터넷 업계가 정부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망 이용료 부담을 낮추고 지도·개인정보 데이터 활용 범위를 넓혀 혁신적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기반 조성에 노력해 달라는 요구다. 정부는 다른 사업자와 형평성 등을 이유로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밝히는데 그쳤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11일 오전 국회에서 ‘혁신성장, 혁신기업이 묻고 국회가 답하다'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카카오와 네이버 등 인터넷 기업이 규제로 인해 겪고 있는 어려움을 토로하고 이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로 꾸며졌다. 이 자리에는 백종윤 네이버랩스 자율주행 부문장과 양현서 카카오 대외정책팀 이사 등 인터넷 기업 관계자와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가 참석했다.

11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는 강병원 의원실이 주최한 ‘혁신성장, 혁신기업이 묻고 국회가 답하다' 토론회가 열렸다./ IT조선
11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는 강병원 의원실이 주최한 ‘혁신성장, 혁신기업이 묻고 국회가 답하다' 토론회가 열렸다./ IT조선
◇"망사용료·모바일 상품권 인지세 불공평"

이날 토론회에서는 2020년부터 시행되는 모바일 상품권 인지세 부담이 과하다는 의견이 우선 제시됐다. 모바일 상품권을 판매해 거둬들이는 수수료보다 인지세가 더 많이 나와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이 연출되기 때문이다.

모바일 상품권은 기프티콘, 기프티쇼 등과 같이 모바일 앱 ‘선물하기’ 기능을 통해 주고받는 상품을 뜻한다. 현재는 모바일 상품권에 인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정부는 2020년부터 3만원이 넘는 모바일 상품권에 종이 상품권과 같이 인지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시행하기로 2018년 12월 입법예고했다.

현재는 카카오톡 이용자가 특정 상품을 구매해 친구에게 ‘선물하기'로 전송하면, 카카오는 거래액의 0.8%에 해당하는 수수료 300원이 매출로 잡힌다. 하지만 2020년부터는 같은 금액의 모바일 상품권을 소비자가 거래하면 카카오는 600원의 인지세를 정부에 내야 한다. 300원이 적자가 발생하는 구조가 되는 셈이다.

양현서 카카오 대외정책팀 이사는 "거래액에 따라 부과되는 인지세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결과적으로 카카오는 거래가 발생할 때마다 손해가 나는 구조다"라며 "이는 비단 카카오뿐 아니라 모바일 상품권을 유통하는 모든 중소사업자에게 적용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종이 상품권을 발행하는 백화점의 경우 3만원짜리 상품권을 팔면 매출이 3만원이지만, 모바일 상품권은 수수료 800원이 매출에 불과하다"며 "상품권 유통만 하는 경우 인지세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해 당사자 간 협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노중현 기획재정부 부가가치세과 과장은 "많은 상품권이 이미 모바일 형태로 거래되고 있고 제3자 유통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다수 사업자에 동일한 법 적용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인지세 부담 문제는 결국 브랜드사와 발행업체, 유통사 등이 협상하고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라고 덧붙였다.

망 사용료도 인터넷 기업에 큰 부담을 준다는 지적도 나왔다. 양 이사는 "한국은 세계에서 망 이용료가 가장 높을 뿐 아니라 유일하게 오르고 있는 나라다"라고 밝혔다. 이어 "(페이스북을 제외한) 대형 해외 인터넷 사업자는 망 이용료를 통신사가 부담하고 있어 국내 인터넷 기업과 경쟁력 격차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엄열 과기정통부 통신경쟁정책과 과장은 "망 이용료는 시장 내 자율 계약에 의해 이뤄지는게 맞다"며 "협상 과정에서 이용자 서비스 품질이 저하되지 않고, 사업자 간 공정한 계약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백종윤 네이버랩스 자율주행 부문장이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자사 기술 발전 현황과 제도개선 방향에 대해 발표하는 모습./ IT조선
백종윤 네이버랩스 자율주행 부문장이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자사 기술 발전 현황과 제도개선 방향에 대해 발표하는 모습./ IT조선
◇ "자동차에 쌓인 개인데이터, 제3자 이용 열어야"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 발전에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는 불만도 나왔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도로를 안전하게 달리려면 자율주행 기술뿐 아니라 개인정보와 정밀지도 데이터 활용 등 인프라도 함께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백종윤 네이버랩스 자율주행 부문장은 특히 자동차에 쌓이는 이용자 데이터를 제3자도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마트폰은 사용자가 앱을 사용하면서 쌓이는 각종 개인정보를 사용자가 직접 삭제하거나 제3자 이용에 동의할 수 있다. 하지만, 자동차는 불가능하다. 사실상 주행 관련 데이터가 자동차 안에만 쌓인다.

만약 자동차에 쌓인 데이터를 외부 서비스와 연계할 수 있다면 다양한 실험이 가능하다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기름 양 데이터를 자율 주행 자동차가 읽고, 자동으로 주변 주유소를 검색하고 이동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동차 내 각종 정보를 분석해 정비가 필요한 시기를 확인하고 정비 업체와 연동하는 플랫폼 서비스도 만들 수 있다.

백 부문장은 "자동차도 하나의 스마트폰처럼, 이용자가 자신의 개인정보를 활용해 더 좋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수상 국토교통부 자동차관리관은 "현재 관련법에 따르면 자동차 데이터는 제3자에게 제공하는 것이 원천 금지돼 있지 않고, 이용자가 원한다면 제공할 수 있다"며 "다만 이를 제도로서 반드시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다"라고 설명했다.

네이버랩스는 또 지도 데이터를 자율주행 자동차 등 기계가 활용할 때 지금보다 더 폭넓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요구했다. 현재 국내 지도 데이터는 군사보안법 등을 이유로 군 보안시설 등은 지도에서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로봇 도로 주행이 가능하도록 임시허가를 발급해달라는 요청도 했다.

김 관리관은 이에 대해 "보안시설은 군 관련 기관과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다"라며 "현재 로봇을 자율주행 차량인지 개인 이동 수단으로 볼 것인지를 구분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안전 기준을 개정할 부분이 있는지는 검토해 보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