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유니콘으로 꼽히거나, 이미 그 반열에 오른 업체들이 과도한 마케팅을 펼쳐 소비자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한 것이라고 항변하지만 정도가 지나치다. 과연 누구를 위한 마케팅인지, 이 같은 방식이 과연 맞는지 되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최근 배달의민족(배민)이 ‘인플루언서 마케팅'으로 논란이다. 이른바 온라인에 영향력이 있는 인플루언서와 연예인과 같은 일부 유명인에게 1만원 할인 쿠폰을 뭉치로 준 사실이 드러났다. 배달의민족은 사과했지만 이용자 분노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오히려 해당 마케팅이 비판 대상이 될거라고 생각지 못했다는 말을 사과 공지 글에 ‘굳이' 남긴 것이 더 기폭제로 작용해 비난 수위는 높아진다. 이용자들은 배민을 비판하고 ‘탈퇴하겠다'는 댓글로 응수했다.

배민이 연예인과 인플루언서에게 제공한 1만원 할인쿠폰 뭉치./ 인스타그램 화면 갈무리
배민이 연예인과 인플루언서에게 제공한 1만원 할인쿠폰 뭉치./ 인스타그램 화면 갈무리
비단 배민만의 문제가 아니다. 과도한 마케팅 경쟁에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라고 손꼽히는 간편송금 서비스 업체인 토스도 뛰어들었다. 이 회사는 대규모 당첨금을 건 행운퀴즈 이벤트를 꾸준히 진행한다.

지난 14일엔 GS25와 5000원을 캐시백하는 이벤트를 벌였다. 전국적인 결제 시스템 장애를 일으켰다. GS25 편의점 전체가 마비되는 사태도 발생했다. 이중삼중 결제가 되는가 하면 편의점도 그 시간동안 결제가 안돼 막대한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득보다 실이 많은 판촉 이벤트가 됐다.

마켓컬리 역시 배우 전지현을 전면에 내걸고 새벽 배송의 선두주자라는 이미지를 획득했다. 마켓컬리는 공교롭게도 광고모델을 교체한 후 잦은 품절 사태와 배송지연 등이 일어나 이용자 불만이 샀다. 마케팅에 과도한 비용을 들여 정작 자신들의 주력 서비스와 품질 관리는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위메프는 선착순 이벤트와 포털 사이트 검색 마케팅으로 이용자 눈길을 끌었다. 정작 반값특가 상품이었던 LA갈비는 살코기없는 뼈만 가득했고, 이용자가 몰리는 바람에 아무리 특가 할인을 해도 상품을 구매할 수 없어 고객 불만만 키웠다.

배민과 토스, 위메프, 마켓컬리 등은 유니콘급 스타트업이다. 플랫폼 비즈니스 업체라는 공통점도 있다. 이들은 이용자와 판매자를 플랫폼으로 연결해 가치를 창출한다. 하나의 앱으로 시작한 플랫폼이 여러 수요자와 공급자들이 모여 서로 가치를 창출할 공간으로 진화할 때 세상을 바꿀 글로벌 IT기업으로 성장한다. 유니콘 스타트업의 가능성에 많은 이들이 주목하는 이유다.

문제는 마케팅 성과와 이용자 만족도가 반비례해 고객 불만만 키웠다는 점만 공통점으로 부각했다. 이들 업체가 성장 욕심에 ‘서비스'라는 본질을 뒤로 한 채 ‘규모의 경제’를 만들 단으로만 이용자를 바라본다는 지적이 나온다.

흔히 활성 이용자수는 해당 플랫폼이 얼마나 잘 나가는지 성과를 보여주는 지표로 쓰인다. 그래서 일단 많이 확보해야 한다. 소위 핫한 ‘인싸’들이 모여있다는 소셜미디어에서, ‘인싸'들이 좋아한다는 인플루언서를 기용하고 이용자를 유입하려 갖은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유다.

이번 사태의 교훈은, 언제든 이용자들이 플랫폼을 떠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용자가 플랫폼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적고, 심지어 자신을 단순한 기업 성과실적을 채울 대상으로 바라본다는 의심이 들 때 과감히 플랫폼을 떠난다.

배민 사과 공지글에 달린 댓글 중 다수가 ‘배민을 탈퇴하고 경쟁업체를 이용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플랫폼 업체에게 ‘집토끼’란 없다.

한 이용자는 댓글에 이렇게 남겼다. "정말 자주 이용해서 VIP 고객이 됐다. 배민은 원래 혜택이 없는 서비스구나 싶었다. 그런데 TV 속 뉴스에서 (연예인에게 준) 한 무더기 만원짜리 쿠폰을 보면서 ‘내가 호갱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체 당신의 어플은 누굴 위한 어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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