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365] 허황된 주식 투자 욕심 다스려 수익 돕는 인공지능

입력 2019.08.09 06:00

[인터뷰] 임홍순 빅트리 대표, "개인 금융비서 ‘빅봇'으로 건전한 투자 생태계 만들고 싶어"

"금융시장에 작은 스타트업이 뛰어드는 게 정말 어렵습니다. 필요한 자격을 얻으려면 까다로운 시험을 통과해야만 하고, 1년 반 동안 투자 성과도 게시해야 하고요. 무엇보다 자본금 15억원이 넘어야 합니다."

임홍순 빅트리 대표는 최근 IT조선 기자와 만나 로보어드바이저 시장 규제에 대해 설명해달라는 질문에 하소연부터 했다. 높은 규제 허들로 사업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임홍순 빅트리 대표. /오시영 기자
빅트리는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er) ‘빅봇’을 개발하는 회사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Robot)과 자문가(Adviser)를 합친 신조어다. 빅데이터 분석이나 기계학습 알고리즘같은 최신 기술을 통해 고객의 자산을 배분하고 투자 결정을 돕는 서비스를 말한다.

우선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종목을 분석해 고객에게 투자 포트폴리오를 추천한다. 고객이 포트폴리오를 확정하면 투자를 집행하고, 결과에 따라 포트폴리오 수정(Rebalancing) 작업까지 처리한다.

◇‘몰빵형’ 투자 관행 바꾸는 인공지능 ‘빅봇’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하면 많은 자산을 보유한 고객이 아니더라도 전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투자 과정의 대부분을 인공지능이 담당하기에 수수료도 저렴하다.

투자 결정 방식도 기존과 사뭇 다르다. 임 대표에 따르면 주식투자 인구 500만명 중 ‘몰빵형’ 투자에 매달리는 인구가 약 300만명에 달한다. ‘몰빵형’ 투자는 투자 대상이 한두 곳에 불과하다. 위험(Risk)가 크다. 대학생일 때 시작해 20여년간 투자한 임대표도 초기에는 이렇게 투자했다.

빅봇이 개인의 투자성향을 조사하는 화면 중 일부(위), 투자 성향 분석 결과(아래). /오시영 기자
빅봇은 이런 투자문화 개선을 돕는다. 최소 20개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분산투자를 권유한다. 임 대표는 "빅봇을 통해 다수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을 보고 기존 투자자들이 많이 놀라워한다"고 설명했다.

분산 투자한 덕분에 하루종일 차트를 들여다보며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물론 개별 종목 가격이 떨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임 대표는 "장기적으로 시장과 빅봇을 믿고 기다리는 것이 훨씬 좋은 선택이 된다"고 말했다.

빅봇은 기본적으로 한 달에 한 번 혹은 큰 변동이 있을 때만 종목 조정(리밸런싱)을 제안한다. 리밸런싱은 단기적으로 예상보다 많이 오른 종목을 일부 팔아 예상에 조금 못 미치는 종목에 재투자하는 방식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두 종목 모두 균형을 찾아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임 대표는 "단기 투자는 마치 게임이나 ‘찍기’와 같아 인공지능으로도 예측할 수 없지만, 큰 그림을 봤을 때 다르다"며 "인공지능으로 ‘대박을 터뜨리는 도박’을 하기보다 은행 금리 이상의 꾸준한 수익을 내는 모델을 추구한다"라고 말했다.

빅봇은 다수 종목(20개 이상)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오시영 기자
◇금융·투자시장 규제 허들 높고 완화 속도는 더뎌

로보어드바이저 사업자의 가장 큰 관심사는 비대면 투자일임(비대면 일임) 규제다.

비대면 일임이란 금융사가 고객을 직접 대면하지 않고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등 온라인으로 고객과 일임 계약을 맺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는 몇 가지 예외를 제외하면 비대면 일임 계약에 굉장히 보수적이다. 자격 조건도 엄격하다.

이 자격을 얻기 위해 1년 반 동안 로보어드바이저의 투자 성과를 코스콤(Koscom)이 운영하는 ‘테스트 베드센터’에 공개해야 한다. 이 기간동안 업체는 수익을 낼 수 없다. 허가가 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15억원으로 낮춰졌지만 이전에는 40억원 이상의 자본금을 마련해야 했다. 보안성과 알고리즘에 대한 심사도 거쳐야 한다.

지난해 정부는 영상통화로 대면을 대체할 수 있도록 한 차례 규제를 완화했다. 하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임 대표도 동의했다. 그는 "영상통화는 앱 내에서 모든 절차를 처리하는 방식과 비교하면 고객 입장에서도 훨씬 번거롭다"며 "시스템 인프라 구축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임 대표는 "비대면 투자 일임 서비스 자격을 받기 위해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자본"이라고 말했다. 자본금 조건은 지난 3월 정부가 금융투자업규정을 개정해 15억원으로 낮춰졌다. 그래도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스타트업이 뛰어들기에는 여전히 가혹한 조건이다.

임 대표는 "자본금 조건이 완화돼 그나마 우리는 조건을 충족할 수 있었다"라며 "규제가 완화되는 방향으로 가는 게 확실하지만, 그 속도는 다소 더디다"고 말했다.

빅트리가 테스트 베드 센터에 게시한 빅봇의 성과. /오시영 기자
◇인공지능으로 건강한 투자 생태계 만드는 것이 목표

빅트리는 템피스투자자문과 손잡고 KB증권 홈페이지와 앱에서 빅봇을 이용한 투자 자문 서비스를 선보였다.

빅봇 앱도 올해 말 출시를 목표로 개발한다. 임 대표는 "금융계에 일하는 친구가 있으면 득이 된다고들 한다"며 "마찬가지로 빅봇도 개인의 금융 비서로서 투자를 도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서비스에 고성능 챗봇도 탑재할 예정이다. 여기에 사용하는 빅트리의 음성, 글 분석 기술 성능도 상당히 좋다. 이미 삼성 웰스토리 등 기업이 ‘고객의 소리’를 분석하기 위해 빅트리의 기술을 활용한다.

빅봇(분홍색 사각형)은 KB증권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오시영 기자
금융에 인공지능을 접목해 빅트리가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임 대표는 "우선 사업이 잘되었으면 좋겠다"라며 "나아가 빅봇을 통해 건강한 투자 생태계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은 부동산 투자에 비해 금융 투자가 훨씬 적은 나라다. 임 대표에 따르면 부동산 투자가 7이라면 금융 투자 비율은 3에 불과하다. 미국은 그 반대(3:7)다. 그는 "경기가 안 좋으면 이자율을 낮춰 경제를 순환시켜야 하는데, 이자율을 낮추면 그 돈이 기업 투자로 가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부동산으로 간다"고 설명했다.

그는 증권사의 신뢰도가 너무 낮아 사람들이 금융 투자를 꺼린다고 분석했다. 투자 건수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 모델이 대부분이다. 필요 이상으로 투자를 종용해 ‘회전시키는’ 관행이나 대박을 위해 적중률 100% 상품에 투자하라는 식의 과대광고로 일삼으니 금융 투자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빅봇은 일확천금을 벌어주는 인공지능이 아니다. 그동안 전문가 사이에서 공유하던 정보와 공식들을 엔진에 탑재해 더 많은 사람이 그 혜택을 누리도록 하는 인공지능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은행보다 조금이나마 수익성이 좋은 상품을 내놓기 위해 노력한다.

임 대표는 "금융 시장의 신뢰성을 회복하기 위해 정보를 공개하며 투명하게 사업하려고 노력한다"며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해 금융 투자 비율이 높아지면 기업에 자금 조달이 원활해져 선순환이 일어나 생태계가 건강해질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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