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묵은 유료방송 의무채널 편성제 개선하라”

입력 2019.09.09 06:00

넷플릭스 유튜브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급성장과 유료방송 사업자들 간 합종연횡이 활발해 지는 등 유료방송 시장이 급변한다. 시청자를 매료시킬 콘텐츠 확보가 유료방송 플랫폼의 경쟁력이다. 하지만 정부가 과거 방송환경에 맞는 의무편성 규제를 운영한다. 종합편성채널만 꼭 집어 제외하려 해 정치적 논란까지 빚는다.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유료방송업계 한 관계자는 "유료방송 다매체화 디지털화 통해 장르 다양성이 담보된 미디어 환경으로 변화했다"며 "의무편성채널 제도에 대한 전반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019년 1월 기준 의무편성 채널 현황. / IT조선
유료방송 업계가 문제삼는 것은 의무편성 채널 제도의 실효성이다. 유료방송이 처음 등장했던 초기에는 과다한 상업성 추구 견제, 소수자 보호, 다양성 보장 등 긍정적 기능을 했다. 하지만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 다양한 플랫폼이 등장하며 일부 사업자에만 의무를 부과하는 등 정책적 순기능이 모호하다.

또 다양성 구현을 위해 다수의 채널을 의무 편성함으로써 플랫폼 사업자의 편성권과 시청자의 선택권을 제약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케이블TV 업체 아날로그 상품의 경우 61개 채널 중 31%에 해당하는 19개 채널이 의무채널이다. 또 디지털 상품의 경우 184개 채널 중 10%(19개)가 의무편성 채널에 해당한다. 19개의 채널을 선호도가 높은 채널로 바꾸는 것이 시청자들에게도 이득이라는 것이다.

김용희 숭실대학교 교수(경영학과)는 "한국은 해외보다 월등히 의무채널 수가 많다"며 "8VSB같은 경우 전체 채널의 3분의1쯤이 의무채널이기 때문에 더욱 시청자들의 선택권과 사업자들의 자율편성권을 저해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 19개 의무채널을 없애기보다는 순차적으로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며 "종교채널도 시청자의 종교적 자유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이미 디지털 상품은 채널 수가 많기 때문에 굳이 의무채널이 아니더라도 (종교채널을)편성하기 때문에 제도의 의미가 사라진지 오래다"고 지적했다.

제도의 명확화 필요

유료방송업계는 의무편성채널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제도를 더욱 명확히 해야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공공‧공익‧종교‧복지‧지역‧지상파채널은 방송법상 의무편성을 명시하고 있지만, 종편‧보도채널은 방송법 시행령에 명시한다.

공공‧종교채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장관이 인정하는 채널 (방송법시행령 제54조), 공익‧복지 채널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인정하는(방송법시행령 제54조 및 제56조의2)등 의무채널을 인정하는 주체도 다르다.

유료방송업계 한 관계자는 "방송법과 시행령 내에 산재해 있는 의무편성채널 관련 조항들을 통합해 ‘의무편성채널 운용’에 관한 조항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의무편성채널의 목적과 취지, 선정기준 등을 관련 법과 시행령에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도 "종편 제외뿐만 아니라 공익채널 기준이라든지 한번 (의무편성채널에)선정되면 향후 몇년까지 지위를 유지하게 한다든지 세부적인 내용이 없다"며 "의무편성 채널 선정기준과 선정 이후 관리하고 평가하는 방법 등 제도의 디테일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종편 제외’ 만 있는 정부 의무편성제 개선

정부도 의무편성제도를 개선하려는 시도를 하긴 했다. 2008년 방통위는 ‘의무편성 채널제도 개선방안 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하지만 그동안 별다른 진전은 없었다.

10년이 지난 2019년 초 과기정통부가 제도 개선의 칼을 빼들었다. 의무편성채널 중 종합편성채널을 의무적으로 구성‧운용토록 한 규정을 삭제하는 방송법시행령 개정안 입법을 예고한 것이다. 하지만 입법예고가 종료된 지 5개이나 지났지만 다음 절차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야당과 종편 측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실제로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은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최 후보자에게 종편 의무편성 제도를 추진할 시 좌시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종편들은 다른 채널과의 형평성 문제와 아울러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결정이라며 종편 채널만의 제외에 반발한다.


과기정통부 한 관계자는 "(종편 외)의무편성제도 개선에 대한 논의는 없다"며 "플랫폼 사업자들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가며, 공식적인 건의가 있으면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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