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첫날부터 방송통신 일원화 외친 방통위원장…과기정통부와 2라운드 돌입

입력 2019.09.10 01:08 | 수정 2019.09.10 09:49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위원장이 취임 첫날부터 심상치 않은 행보를 보였다. 취임사를 통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의 기능 중 일부인 통신과 유료방송 분야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전임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퇴임을 알리는 기자회견에서 두 부처에 산재한 기능을 방통위로 일원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신임 한 위원장 취임과 함께 부처 간 역할 통폐합 논쟁의 2라운드가 개막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이 9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는 모습. / 방송통신위원회 제공
한상혁 위원장은 9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취임식을 통해 방통위원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전 직원이 모인 자리에서 취임사를 통해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새로운 미디어 등장에 따라 지상파 등 전통적인 방송 플랫폼이 약화했고, 인터넷을 통한 허위 조작정보 유통의 문제에 대해 지적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 공영방송의 책무 명확화, 중장기적 미디어제도 개선 방안 마련, 건전한 인터넷 환경 조성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한 위원장은 두 개 부처로 이원화한 방송통신 업무에 대한 통합 의지를 밝혔다. 현재 방통위는 지상파 정책과 방송통신 분야 이용자 보호를 맡았고, 과기정통부는 유료방송 시장 진흥과 통신 및 주파수 정책 등을 담당한다. 한 위원장은 "10년 전 방통위가 출범한 것은 방송통신 융합 환경에 대응하고자 한 것이다"며 "하지만, 지금처럼 (두 부처로) 이원화한 방식으로는 변화하는 현실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어렵고 미래 비전을 만들어나가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의 이번 발언은 다소 위험할 수 있다. 방송통신 융합 환경을 고려할 때 한 부처가 진흥과 규제를 모두 담당해야 한다는 점은 설득력이 있지만, 업무 파악이 미진한 취임 첫날부터 이런 발언을 한 것은 비상식적인 일로 비칠 수 있다.

이효성 전 위원장은 퇴임을 알리는 자리에서 "이원화된 방송통신 정책은 유료방송 합산규제 문제처럼 일관성과 효율성을 상실하고 표류할 것이다"라고 밝혔는데, 한 위원장 역시 이 전 위원장의 생각을 그대로 이어가는 듯한 인상을 준다.

하지만 한 위원장의 말처럼 정부조직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과기정통부는 과학기술과 ICT를 총괄하는 부처지만, ICT 기반 전자정부 정책은 행정안전부 소관이다. ICT 시장 활성화에 따른 개인정보 보호 기능은 과기정통부, 금융위원회, 방통위 등이 갖는다. 방통위 생각이 현실화하려면 과기정통부가 정부 부처에 산재한 모든 ICT 기능을 맡아야 한다. 교육 분야도 마찬가지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 위원장의 취임사에 대해 "이상적으로는 한 부처가 관련 분야 기능을 모두 갖는 것이 좋겠지만, 정부조직개편법에 따라 나뉜 부처별 역할은 존중해야 한다"며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는 등 노력을 통해 효율적인 업무 추진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키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