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윗분들은 협업하자는데 정작 실무진서 지지부진"
서비스 표절 막기 위해 "배타적 영업권 보장해야"
핀테크 스케일업 위한 ‘스몰 라이센스' 제도 도입 촉구도
핀테크 업체들이 사업모델 표절과 대형 금융사의 비협조적 태도로 골머리를 앓는다. 혁신 서비스로 인정받고 규제 샌드박스를 넘어 사업 첫 발을 떼자마자 표절 서비스가 나왔다. 보수적인 금융권과의 협업과정에서도 불리한 계약조건에 맞닥뜨리는 등 현장에서 느끼는 고충이 여전하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혁신금융 핀테크 업체들이 서비스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다. 핀테크 기업 육성을 위해 정부 차원의 강력한 의지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영환 페이민트 대표는 "규제 샌드박스를 통과하니 금융회사와의 격전이 시작된다"며 "금융회사 윗분들이 협업에 적극적이어도 정작 실국단에서 추진이 안된다"고 전했다.
금융상품 소개 플랫폼을 운영하는 핀다의 이혜민 대표도 유사한 어려움을 털어놨다. 그는 "금융회사와의 계약과정에서 계속 문제가 발생한다"며 협업에 어려움을 토로했다.
"규제 샌드박스 넘어서니 사업모델 베껴간다"
핀테크 업계는 이른바 사업모델 베끼기와도 싸워야 하는 상황이다. 규제 샌드박스 통과 후 서비스가 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다른 업체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업계는 혁신 서비스의 배타적 영업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한다.
디렉셔널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개인 투자자간 주식대차를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기존의 주식 대차는 증권사 중개 없이 불가능했다. 디렉셔널도 올해 5월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았다.
정지원 디렉셔널 대표는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후 8월부터 서비스를 진행하는데, 벌써 우리와 똑같은 아이디어로 출시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토로했다.
연립·다세대 주택 시세평가 시스템을 운영하는 빅밸류의 김진경 대표도 유사한 사례를 겪었다고 증언했다. 김 대표는 "협력 중인 한 은행이 빅밸류와 유사한 서비스를 만들 수 있으니 알고리즘 등 시스템을 공개하라고 한다"라며 "이런 애로사항을 어디에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말했다.
핀테크 업계는 최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핀테크 투자 가이드라인에도 우려를 표했다. 투자 가이드라인은 금융회사들이 핀테크 업체에 투자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다는 내용이 골자다. 현장의 반응은 다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 가이드라인이 오히려 기존 금융권들이 저렴하게 핀테크 기업 기술이나 노하우를 흡수하거나 탈취할 수 있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금융감독원 측은 "혁신서비스들이 선두주자로서 시장에서 겪는 어려움이 있고, 이를 지원할 인센티브가 필요해 보인다"면서도 "배타적 운영권은 아직 해외에 유사한 사례가 없어 사례 별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금융위와 논의해보겠다"고 전했다.
업계는 필요한 제도로 ‘스몰 라이센스’(small licence)도 거론한다. 스몰 라이센스는 금융업 인허가 단위를 쪼개 핀테크 기업이 필요한 업무와 관련된 인허가만을 빠르게 받도록 한 제도다.
김정은 스몰티켓 대표는 "규제 샌드박스를 통과했지만 기존 금융기관이 취득한 라이센스를 받을 만큼 인적·물적 요건을 갖출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스케일업 단계 도약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스몰라이센스 제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수준에서 빠른 시일 내에 스몰 라이센스 제도 내용을 검토해 발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