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수소전기차를 중심으로 한 수소경제 확산에 속도를 낸다. 선두 업체의 기술과 노하우를 빠르게 흡수해 격차를 줄이는 ‘패스트 팔로워' 전략은 지양한다. 승용차·상용차와 기차 등 다양한 이동수단은 물론 연료전지 분야와 충전소까지, 수소를 둘러싼 전방위 사업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로 입지를 굳힌다.

 현대차 양재사옥에 전시된 수소전기차 넥쏘 전개 모형. / 안효문 기자
현대차 양재사옥에 전시된 수소전기차 넥쏘 전개 모형. / 안효문 기자
3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수소전기차 넥쏘는 출시 후 누적 판매 1만대를 앞두고 있다. 2018년 3월 출시한 넥쏘가 올해 8월까지 국내 누적 계약대수 9600대를 돌파한 것. 현대차는 연 3000대 수준인 넥쏘 생산능력을 내년 1만1000대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의 친환경차 점유율 조사 결과, 현대차그룹이 수소전기차 부문 1위, 전기차 부문 5위에 올랐다. 수소전기차 시장은 2013년 현대차가 세계 최초의 양산형 수소차 투싼 FCEV를 출시하며 본격화됐다. 2018년 등장한 넥쏘는 미 EPA 기준 595㎞, 국내 인증 기준 605㎞ 주행거리를 확보하며 후발주자와 격차를 벌렸다. 넥쏘 외에 양산 중인 수소전기차는 도요타 미라이(주행거리 502㎞), 혼다 클래리티(589㎞) 뿐이다.

대형트럭과 연료전지, 저상 트램까지 "수소로 싹 바꿔"

현대차그룹의 수소차 전략은 승용차 생산에 머무르지 않는다. 회사가 2018년 말 공개한 수소차 미래전략 ‘FCEV 비전 2030’은 대형 트럭, 선박, 철도, 지게차 등 운송분야는 물론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전력 생산 및 저장 등 수소 인프라 전반을 아우른다.

 2020년 생산 목표로 추진 중인 수소전기열차 개발 프로젝트 개념도. / 현대로템 제공
2020년 생산 목표로 추진 중인 수소전기열차 개발 프로젝트 개념도. / 현대로템 제공
지난 26일 현대차는 스위스 수소 에너지기업 'H2 에너지'(H2E)와 합작법인 ‘현대 하이드로젠 모빌리티(HHM)’를 공식 출범했다. 합작법인은 스위스를 시작으로 유럽 전역에 총 1600대의 대형 수소트럭을 공급할 계획이다. 수력발전을 활용한 스위스 최초 상용 수력발전 시설 구축에도 참여했다.

연료전지 분야에선 미 커민스와 손을 잡았다. 현대차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만들면 커민스가 모터와 인버터 등 전동화 부품을 추가해 북미 시내버스와 스쿨버스 제조사 등에 판매하는 구조다.

현대로템은 현대차와 함께 수소전기열차 개발을 진행한다. 수소차 넥쏘의 시스템을 활용하고, 배터리와 수소연료전지를 동시에 활용하는 구조다. 출발, 가속 등 힘이 많이 필요할 때 배터리에 저장한 전기를 사용하고, 정속 주행, 감속 등에서 수소연료전지를 활용한다. 도심형 저상 트램용으로 최고시속 70㎞, 1회 충전 후 주행거리 200㎞ 등의 성능과 주행 중 공기정화 효과를 기대한다. 2020년 완성을 목표로 프로젝트 진행이 한창이다.

수소충전 인프라 구축, 자율주행차까지 영역 확대

환경부는 수소충전 인프라 구축 사업을 본격화하고 이달 수소에너지네트워크(하이넷) 등 4개 사업자를 선정했다. 하이넷은 2028년까지 10년 동안 운영될 예정이다. 올 8월 부산 도심을 시작으로 서울 여의도 국회, 내년 세종시 정부종합청사 등 정부 도심과 주요 거점 등에 수소충전소 설치에 나선다. 사업자들은 2020년까지 10개 지역에 수소충전소 12곳을 구축하고, 2022년까지 전국 310곳에 수소충전소를 설치하는 것이 목표다. 현대차그룹은 하이넷에 2대 주주로 참여한다.

업계에서는 현대차와 미 자율주행 개발업체 액티브의 협업에도 주목한다. 현대차가 미래 자동차 전략을 완성하는 ‘마지막 조각’으로 수소차를 전면에 내세워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 부회장이 2017 CES에서 아이오닉 기반으로 개발한 자율주행차의 성능을 직접 점검하고 있다. / 현대자동차 제공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 부회장이 2017 CES에서 아이오닉 기반으로 개발한 자율주행차의 성능을 직접 점검하고 있다. /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차는 앱티브와 자율주행 개발 합작법인(JV)를 설립하고 2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자율주행용 S/W 개발 및 공급을 위해 자동차 제조사와 IT기업이 합작법인을 세운 흔치 않은 사례다. 현대차뿐만 아니라 다른 완성차 업체에도 자율주행 플랫폼을 공급하는 것이 목표다.

설립식에 참석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 부회장은 합작법인을 통한 자율주행 플랫폼의 독립 개발 필요성과 함께 "장거리를 운행할 수 있는 수소전기차는 자율주행차에도 적격"이라고 강조했다. 정 부회장은 "향후 자율주행차가 레벨 4, 5 수준으로 가면 전력 소모가 클 것이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배터리 전기차로는 한계가 있다"라며 "수소차는 자율주행차의 좋은 플랫폼이다. (두 차량은) 서로 맞물려 개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수소경제는 세계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우리 정부와 대기업이 공동으로 협력을 강력히 추진하는 분야"라며 "친환경 에너지 생태계 조성은 시대적 흐름이기 때문에 수소전기차와 배터리전기차의 대결구도보다 양쪽이 동시에 성장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