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방송통신발전기금(이하 방발기금)의 국악방송과 아리랑TV 지원 문제를 놓고 쳇바퀴 논의를 이어간다. 방발기금은 지상파·종합편성채널·보도채널이 방송 통신 발전을 위해 해마다 내는 기금이다.

하지만 국악방송과 아리랑TV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에서 관할하는 곳이기 때문에 방통위가 방발기금을 지원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악방송은 문체부 산하 재단법인이고, 아리랑TV 역시 문체부 산하 국제방송이다. 이와 반대로 방통위 소관인 지상파 방송사와 교육을 담당하는 EBS 등에 사용하는 방발기금은 오히려 줄었다.

5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전체회의에서는 방발기금을 용도에 맞지 않게 쓰는 것에 대한 질타가 나왔다.

5일 국회에서 열린 과방위 전체회의 모습./ 국회의사중계시스템 갈무리
5일 국회에서 열린 과방위 전체회의 모습./ 국회의사중계시스템 갈무리
김성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역방송 지원 예산은 줄었는데 국악방송 지원 예산은 오히려 늘었다"며 "방통위에서 (예산 협의 과정에서) 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2020년도 예산안을 제출할 때 국악방송 지원금액을 늘리지 않았다. 하지만 기재부에서 방통위나 소관 상임위인 과방위도 모르는 사이 27억2500만원을 증액했다.

이개호 의원(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아무런 지적을 받지 않은 EBS 예산은 감액됐지만 지적을 받은 국악방송의 지원이 오히려 늘어난 것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며 "지역 중소방송 콘텐츠 강화사업의 증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상혁 위원장은 "2019년 예산은 이미 편성됐으므로 2020년에 요구하겠다"라며 "의원님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답했다.

과방위 "방통위 적극 대처해야"

10월 열린 방통위 종합감사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있었다. 용처에 맞지 않는 방발기금 사용 논란은 수년째 이어지는 해묵은 이슈 중 하나다.

이상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아리랑TV와 국악방송, 언론중재위원회 등 감독기관은 모두 문체부 소관인데, 기금 출연 부처와 감독기관이 맞지 않는 등 방발기금이 계속 용도에 맞지 않게 사용된다"며 "세 곳의 연 지원금을 합하면 500억원에 달하는데, 방통위가 지출하지 않아도 되는 돈을 쓰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정작 중요한 지역방송 예산은 40억원으로 지역방송사로 따지면 1곳당 1억원씩 지원하는 꼴이다"며 "소관이 아닌 곳에 매년 500억원씩 지출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고 지적했다.

방통위의 적극적인 대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진다.

여당 과방위 한 관계자는 "사실 국악방송 등의 (감독기관과 지원기관 불일치) 문제는 기재부 차원에서 정리를 해야 하지만, 방통위가 조직개편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지 않는 것이 큰 문제다"며 "문체부는 부처지만 방통위는 위원회라서 그런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방통위 한 관계자는 "기재부와 예산을 협의할 때 계속 설명을 하고 있다"며 "소관 불일치 문제 역시 국회에서 계속 지적을 했기 때문에 처리를 위해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

ICT통합기금 추진에 업계 긴장감 증폭

방송통신발전기금과 정보통신진흥기금을 통합하는 이슈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ICT 정책 최상위 기구인 ‘정보통신전략위원회’는 10월 정보통신진흥기금과 방송통신발전기금을 통합한다고 밝혔다. 기금 통합에 따라 새로운 업체가 방발기금을 내거나 기존 업체의 기금 납입액이 늘어날 수 있다.

과방위 소속 의원들 사이에서는 CJ ENM이나 인터넷 포털 등 콘텐츠 업체를 방발기금 분담 대상으로 추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방송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 가장 긴장하는 것은 대형 포털 쪽일지도 모른다"며 "방송과 통신 분야를 통합한 기금이라면 통신망을 이용하는 포털 역시 기금 납부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