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배민 인수합병 반대 목소리에 딜레마 빠진 중기부

입력 2020.01.16 17:52

중소벤처기업부가 딜레마에 빠졌다. 글로벌 배달 서비스 업체 딜리버리히어로(DH)의 우아한형제들 인수합병에 반대하는 정치권과 소상공인·자영업자, 배달 라이더 단체 등 목소리가 커지면서 중기부를 직접 비난하고 나서기 때문이다.

특히 중기부는 배민같은 유니콘 스타트업을 키우면서 소상공인 지원정책도 동시에 펴야 한다는 점에서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성공적인 스타트업 성장 사례라며 인수합병에 찬성하면 소상공인·자영업자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반대하고 시장에 개입하자니 혁신을 방해한다며 IT·스타트업 업계 질타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정의당이 16일 개최한 국회 토론회에서 심상정 정의당 대표(왼쪽에서 세번째)가 참석한 모습./ IT조선
"중소벤처기업부와 박영선 장관, 제 역할 못하고 있다"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는 정의당 추혜선 의원 주최로 ‘배달의민족-DH 기업결합과 배달앱 시장 실태 및 상생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에는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연합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소상공인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시장 현황과 문제점을 논의했다.

이날 심상정 대표는 "지난해 12월 우아한형제들과 DH가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했다"며 "이는 공정거래법 1조 목적인 ‘사업자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과 과도한 경제력 집중 방지’를 정면으로 역행하는 명백한 독점결합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공정경제를 지키기 위한 정부의 책임 있는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중기부와 공정위를 직접 겨냥한 셈이다. 그는 특히 소상공인과 스타트업 정책 양쪽 모두 관할하는 중기부가 제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기부가 명확히 인수합병 반대 입장을 표해야 한다고도 요구했다.

심 대표는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너무 (사회를) 앞질러 가있다"며 "정부가 배민 시장점유율 99%라는 점을 판단하지 않고 글로벌 경쟁부터 언급하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심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박영선 장관이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스타트업이 글로벌화 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소멸된다"며 "배민 매각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라고 밝힌 것을 지적한 것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산하 을지로위원회는 5일 간담회를 갖고 우아한형제들과 DH 간 M&A가 시장 독과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업 결합이 무조건적인 반대는 아니다"라면서 "배달 앱 시장 1·2위 사업체가 결합하면 나타날 수 있는 시장 독과점 문제에 대해 원칙적 심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책임론에 ‘배민금지법·공공배달앱 개발’ 요구도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단체는 장외에서 반대 목소리를 높인다. 정부와 정치권이 배민을 견제할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15일 서울 여의도 서울시티클럽에서 열린 2020 소상공인연합회 신년하례식에서 정치권이 ‘배민금지법'을 발의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그는 "배달의민족이 자금을 앞세워 여러가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며 "유니콘 기업이 한 개 만들어지면서 수많은 소상공인이 희생하는 안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배민 본사 앞 대규모 기자회견도 예고했다.

장영환 인천서구상인협동조합 이사장은 16일 토론회에서 정부가 공공 배달앱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배민 등 특정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면서 수수료를 마음대로 인상하는 문제가 발생하니, 정부가 개입해서 수수료 등 운영정책을 결정할 플랫폼을 별도로 만들어 달라는 취지다.

비판 핵심은 결국 ‘수수료' 갈등

배민 인수합병 반대 핵심은 수수료 인상 우려다. 소상공인 단체와 배달 라이더 대표단체는 인수합병건이 마무리되면 이들이 수수료를 대폭 인상해 폭리를 취하더라도 막을 방법이 없다고 우려한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음식배달 시장은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한다. 국내 배달앱 시장 규모는 2013년 3347억원에서 2018년 1조5065억원으로 5년 간 350% 상승했다. 반면 시장은 몇몇 업체가 독점한다. 2018년 기준 모바일 배달시장 점유율은 배달의민족이 55%, 요기요와 배달통이 각각 33%, 10%다. 즉 우아한형제들과 DH가 결합하면 점유율은 98%쯤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이들은 "기업결합으로 음식배달업체가 사실상 하나로 통합되면서 서로 견제할 필요가 없어진다"며 "장기적으로 수수료, 배달료, 광고비 등이 인상되고, 할인정책이 축소 돼 결국 소비자 요금도 인상된다"고 우려했다.

배민 측은 향후 2년 간 수수료 인상이 절대 없다고 설명한다. 배민은 오는 4월부터 배달 주문건당 6.8%를 부과하던 광고수수료도 5.8%로 내릴 예정이다. 하지만 반대 측은 수수료 인상은 없다는 배민 측을 믿지 못하는 모양새다.

중기부 중제에도 반대 목소리만 높아져

중기부는 중재에 힘쓰고 있다. 최근 중기부는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와 소상공인 업계 관계자 간 만남 자리를 주선했다. 박영선 장관은 이 자리에서 "김봉진 대표가 소상공인 업계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수수료를 올리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도 설명했다.

그럼에도 난감한 상황은 이어진다. 4월 총선과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 일정이 맞물리면서, 정치권은 물론 소상공인연합회 등 관련 단체 반대 움직임은 더욱 커지고 있어서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원정책은 매번 총선에서 언급되는 이슈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조재연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정책과장은 "소상공인 분야와 벤처업계 양쪽 의견이 달라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양쪽이 소통을 많이 했다면 상호 간 불신이 줄어들었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정부 차원에서 양쪽 간 대화를 유도하고 상생과 공존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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