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CES에서 본 ‘경험의 시대’

  •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
    입력 2020.01.19 14:06

    올해 CES2020에서는 새로운 제품을 보여주기보다는 제품 간의 연동을 어떻게 높일 수 있을지, 이런 연동이 사용자에게 어떤 경험적인 가치를 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많았던 것 같다. 겉보기에는 볼 게 없었다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새로운 10년인 2020년대를 맞이한다는 측면에서 기존의 패러다임과는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삼성전자가 로봇을 만들고, 현대차가 비행체를 개발하며, 도요타는 도시를 건설하는 등 기존의 시각으로는 이해하지 못할 일들을 펼치면서 기업들은 미래 먹거리를 위해 힘쓰고 있다.

    마이크로LED가 적용된 삼성전자 디지털 콕핏의 리어 디스플레이./자료 한화투자증권
    제품의 기능보다는 사용자의 경험이 더욱 중요시되는 시대, 경험의 시대가 앞으로 펼쳐질 것이며, 적자생존의 원칙이 그 어느 때보다 확실히 나타나는 시기가 될 것이다. TV와 같은 하드웨어 제품에서는 이제 중국보다 차별성을 갖기 어려워지고 있다. 물론 삼성전자 베젤리스 TV, LG전자 롤다운 TV처럼 기술 경쟁력을 뽐낼 수 있는 영역이 존재하지만, 이 시장 규모가 크지 않고 중국 업체들이 쫓아오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 문제다.

    CES에 전시해봤자 1년만 지나면 중국 업체들이 어김없이 카피해서 비슷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으니 그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다. 따라서,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가 중국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TV 위주의 커머디티(Commodity) 제품에서 탈피해 폴더블용 OLED, 사이니지(Signage), 자동차용 디스플레이 등과 같은 틈새(니치) 마켓에 주력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바이톤 전기차에 적용된 30인치대 디스플레이./자료 한화투자증권
    초기 시장 규모는 작고, 다품종 소량 생산이다 보니 어려움이 존재할 수 있겠다. 하지만, 제품 단가가 기존 IT, TV에 비해 서너 배 높을뿐더러 한번 진입하면 다른 경쟁자들이 쉽게 치고 들어오기 어려운 시장이다.

    사이니지와 자동차용 디스플레이는 특성상 microLED 혹은 OLED와 같이 고난도 기술을 요구하고 있어 중국과의 격차를 벌리기에도 용이하다. 이번 CES에서 마이크로 LED는 대형 TV를 비롯해 옥외 사이니지, 자동차의 리어 디스플레이 등에 활용되고 있음이 확인됐고, 자동차용 OLED는 디자인의 유연성이 강조되므로 향후 5년 후 수십 인치 크기의 대형 디스플레이로 발전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라이젠 스레드리퍼 3990X와 인텔의 제온 성능 비교./자료 한화투자증권
    반도체 산업에서도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매년 센트럴홀과 사우스홀 사이에 전시를 해왔던 인텔이 이번 전시에서 빠졌고, AMD가 자신 있게 최신 CPU를 발표한 것과 대조될 만큼 인텔은 아직 출시되지도 않은 CPU 제품에 대해 언급했으며, 퀄컴은 센트럴홀에 전시하던 모바일 제품을 과감히 제외하고 노스홀에 전장용 제품만을 전시했다. 최근 몇 년간 키노트 행사를 통해 자동차용 제품 홍보에 열을 올렸던 엔비디아 역시 이번에는 전시 부스조차 차리지 않았다.

    반도체 기업들의 이런 변화가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을까? 영원할 줄 알았던 인텔의 왕조가 무너지고 있다. 인텔이 주름잡던 CPU 시장은 AMD가 치고 들어오기 시작했고, 새로운 기회가 무궁무진한 자동차 시장에서는 엔비디아, 퀄컴과 함께 치열한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퀄컴은 이번 전시에서 스냅드래곤 라이드(Snapdragon Ride) 플랫폼을 발표하며, 자동차용 제품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시장에서는 엔비디아, 인텔이 한발 앞서 있다고 해도 아직까지 성숙된 시장이 아니므로 퀄컴에게 충분히 기회가 있다. 언제나 1등이었던 인텔, 과연 10년 후에도 1등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긴다는 것은 이 시장에도 큰 변화가 느껴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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