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자동차가 ‘메이드 인 코리아’ 간판을 달고 국내 친환경차 시장 문을 두드린다. 높은 기술력에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현대기아차 독주 체제인 국내 전기차 시장을 위협한다. ‘중국의 테슬라’ 바이톤 얘기다.

문제는 국산 간판만 단 외산 전기차에 국가 보조금 수백억원이 쓰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중국에서는 한국산 전기차가 차별을 받는데, 국내에서는 중국차가 보조금을 받으면서 유리한 입장을 차지할 수 있어 업계의 우려가 커진다.

SUV로 제작된 바이톤의 첫번째 양산형 전기차 엠바이트. / 바이톤 제공
SUV로 제작된 바이톤의 첫번째 양산형 전기차 엠바이트. / 바이톤 제공
6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바이톤은 2021년부터 SUV 전기차 엠바이트(M-Byte)를 군산공장에서 생산한다. 바이톤은 지난해 6월 한국GM 군산공장을 인수했고, 같은해 9월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인 명신과 위탁 생산 계약을 맺었다. 2021년부터 연간 5만대를 생산할 예정이다.

엠바이트 글로벌 기준 판매 가격은 4만5000달러(5240만원)부터다. 95㎾h 배터리 탑재 모델은 완충 시 주행거리가 458㎞다. 비슷한 가격대인 테슬라 모델S(스탠더드 레인지 플러스·5369만원)의 주행거리(352㎞)와 비교해 100㎞ 이상 길다. 얼굴 및 음성인식 기능을 적용한 48인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SK텔레콤과 제휴해 T맵 등 국내 이용자에게 익숙한 서비스도 적용했다.

중국산 SUV 가격경쟁력, 韓 정부가 도와준다

바이톤 엠바이트는 최근 전기차 잠재 수요층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다. 우수한 성능은 물론 보조금 혜택을 받으면 가격경쟁력까지 갖출 수 있어서다.

아이러니하게도 엠바이트 가격경쟁력은 우리 정부가 확보하게 해줄 것이란 분석이다. 정부의 친환경차 보급계획에 따라 지급하는 전기차 구매 보조금이 외산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에도 지급되기 때문이다. 바이톤은 2018년 6월 중국 최대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인 CATL로부터 5억달러(590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엠바이트 생산이 군산에서 이뤄지더라도 CATL 배터리 탑재가 유력한 이유다.

환경부는 전기차 성능 향상 유도와 대기환경 개선을 위해 연비와 주행거리를 중심으로 보조금 산정체계를 개선했다. 2020년 전기차 한 대당 보조금은 2019년(900만원) 대비 80만원 줄어든 820만원이다. 전체 지원액은 8002억원으로 오히려 2019년(5403억원) 보다 48.1% 늘었다.

2021년에도 보조금 산정체계가 유지될 경우 엠바이트는 최대폭의 보조금을 지급받게 된다. 바이톤이 생산량의 10%인 5000대만 한국시장에 판매해도 410억원의 보조금 혜택을 누리는 셈이다.

바이톤 엠바이트 내부 모습. / 바이톤 제공
바이톤 엠바이트 내부 모습. / 바이톤 제공
韓 전기차, 중국서 차별 당해 찬밥

업계는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외산 전기차가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국산과 같은 조건으로 경쟁하는 반면, 국산차는 한국산 배터리를 달았다는 이유로 중국 시장에서 차별을 당한다고 지적한다.

중국 정부는 자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만 보조금 혜택을 준다. 현대차가 한 대당 430만원에 달하는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받기 위해 중국에 출시하는 전기차에 중국업체 CATL의 배터리를 쓰는 이유다.

지난해 말 중국 정부는 2020년에 이 같은 정책을 폐지할 것이라고 밝혀 국산 전기차 업계의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최근 이를 철회했다. 먀오웨이 공업신식화부 부장은 1월 20일 한 기자간담회에서 "7월 1일로 예정했던 친환경차 보조금 일부 삭감 조치를 진행하지 않겠다"며 중국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 2021년에도 지속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우리 정부가 중국과 마찬가지로 배터리 국적에 따라 보조금을 차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가 중국산 전기차가 보조금 혜택을 등에 업고 국내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면 국산 전기차가 설 곳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 전기차는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떼지 못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도 "향후 중국 전기차 업체가 국산 대비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경계할 필요성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