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는 최근 클라우드 게임 ‘지포스 나우’의 정식 서비스에 돌입했지만, 유명 게임사가 잇달아 이탈하는 등 콘텐츠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베타 서비스에만 2년 이상을 쓰는 등 공을 들였지만, 시장 안착에 고전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게임 라이선스’가 발목을 잡았다.

29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지포스 나우는 5일부터 정식 서비스에 들어갔는데 그 직후 일렉트로닉 아츠(EA), 캡콤, 락스타 게임즈, 스퀘어 에닉스 등 세계 굴지의 게임 개발사 및 배급사들이 줄지어 지포스 나우 서비스에서 이탈했다. 11일(이하 현지시각)에는 ‘오버워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콜 오브 듀티’ 등을 보유한 액티비전 블리자드가 자사 게임을 내렸다. 21일에는 ‘폴아웃’ 시리즈, ‘엘더스크롤’ 시리즈, ‘둠’ 등 굵직한 타이틀을 다수 보유한 베데스다 게임 스튜디오마저 지포스 나우에서 자사 게임을 삭제했다.

엔비다의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지포스 나우’가 정식 서비스 개시 이후 대형 게임사들이 줄지어 이탈하고 있다. / IT조선
엔비다의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지포스 나우’가 정식 서비스 개시 이후 대형 게임사들이 줄지어 이탈하고 있다. / IT조선
메이저급 게임사들이 지포스 나우에서 대거 이탈한 이유는 대부분 ‘라이선스’ 문제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무료로 서비스를 진행하던 베타 서비스와 달리 상업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과금이나 수익 분배 등과 관련한 새로운 계약을 맺어야 한다. 하지만 엔비디아가 이 과정에 충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공식 성명을 통해 게임사들의 이러한 대응이 ‘오해’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지포스 나우 이용자는 엔비디아가 무료로 제공하는 게임을 제외하면 게임을 직접 구매해야 한다. 최신 게임을 즐기고 싶은데 비싼 고성능 PC가 없거나 자신이 구매한 게임을 맥(Mac), 스마트폰, 태블릿 등 다른 플랫폼에서 즐길 때 이용하는 것이 클라우드 게임이라는 것이다. 지포스 나우는 단순히 ‘임대 PC’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지포스 나우는 게임 타이틀을 직접 판매하지 않는다. 이용자는 스팀(Steam)을 비롯한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을 통해 자신이 즐길 게임을 직접 구매해야 한다. 엔비디아는 기존 게임 개발사나 배급사의 수익 구조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게임 회사들의 생각은 다르다. 게임사 친화적인 서비스를 표방한 지포스 나우가 차세대 게임 플랫폼이라는 점에 동의하지만, 수익 모델에 대한 철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정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한 콘텐츠 제공은 결국 해당 서비스 제공사 배만 불릴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규모 콘텐츠 스트리밍 기업으로 떠오른 넷플릭스가 대표적인 예다. 넷플릭스는 다수의 미디어 기업, 방송사, 영화사 등에서 받은 콘텐츠를 제공하며 안정된 수익을 확보하지만, 오히려 극장이나 케이블TV 업체 등은 콘텐츠 판매 감소에 따른 수익 악화 상태다. 넷플릭스는 2018년 시가총액 1000억달러(121조3000억원)를 돌파하는 등 미디어업계 공룡으로 거듭났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챙긴다’라는 속담이 현실화된 셈이다. 디즈니가 ‘디즈니 플러스’를 만들어 독자 행보에 나선 것도 자사 콘텐츠로 넷플릭스가 돈을 버는 구조를 바꾸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엔비디아 역시 각 게임사와 충분한 ‘사전 조율’을 거치지 못했다는 점에서 비난을 피하기가 어렵다. 지포스 나우 특유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게임 업체를 충분히 설득한 후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어야 했다. 베타 서비스 기간 긴밀하게 협력한 게임사가 상업 서비스 전환 후에도 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 자체가 오류일 수 있다.

엔비디아는 협상을 통해 게임사의 지포스 나우로 복귀를 노리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게임사가 떠날 때 붙잡을 명분이 없었을 뿐더러, 재합류를 위해 내세울 만한 근거도 부족하다. 게임사가 만족할 만한 수익 모델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게임사의 복귀는 요원하다. 아직 지포스 나우에 남아있는 게임사가 언제 이탈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대형 게임사의 지포스 나우 탈퇴 조치에 따른 피해는 애꿎은 게이머에게 돌아간다. 게이밍 그래픽 기술로 유명한 엔비디아는 물론, 참여했던 게임사와 게임 타이틀을 믿고 지포스 나우 서비스를 구독했는데, 막상 즐길만한 게임이 사라진다면 계속 구독할 이유 자체가 없다.

한국에서 지포스 나우를 서비스 중인 곳은 LG유플러스다. 5G 가입 고객 대상으로 이통3사 중 최초로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선보였고, 요금제 개편을 통한 마케팅 전략을 고심 중이다.

이통업계 한 관계자는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 등장에 따라 게임사와 플랫폼사 간 역할에 대한 기싸움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엔비디아를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이 클라우드 게임 시장에 진출하는 만큼 게임 시장에서의 일부 조정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