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원의 오덕이야기] (113)건담과 15소년표류기의 결합 '바이팜'

입력 2020.03.07 13:07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오덕'(Otaku)은 해당 분야를 잘 아는 '마니아'를 뜻함과 동시에 팬덤 등 열정을 상징하는 말로도 통합니다. IT조선은 애니메이션・만화・영화・게임 등 오덕 문화로 상징되는 '팝컬처(Pop Culture)'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합니다. 어린시절 열광했던 인기 콘텐츠부터 최신 팝컬처 분야 핫이슈까지 폭넓게 다루머 오덕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 줄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1983년작 TV애니메이션 ‘은하표류 바이팜(銀河漂流バイファム)’은 건담 시리즈를 비롯해 수많은 로봇 애니메이션을 탄생시킨 선라이즈가 제작한 작품이다. 애니메이션은 SF소설가 쥘 베른 원작 ‘15소년 표류기'에 건담 세계관을 융합한다는 기획에서 출발했다.

바이팜 애니메이션은 2년간 시즌3 분량인 46화가 만들어진 이후, 비디오테잎과 레이저디스크(LD) 등에 담겨 판매되는 ‘오리지널비디오애니메이션(OVA)’로도 4편, OVA 이후 속편이자 외전(스핀오프)인 ‘은하표류 바이팜 서틴(13)’이 1998년 26화 분량이 공개되는 등 오랜기간 시리즈 명맥을 유지한 작품이다.

은하표류 바이팜 포스터 이미지. / 선라이즈 제공
바이팜은 외계인과의 전쟁에 휘말린 13명의 소년소녀의 고된 여정과 외계인의 내부 분열, 지구인과 외계인의 화해 등의 내용을 담았다. 이야기는 2058년을 무대로 지구에서 40광년쯤 떨어진 식민행성 크레아도가 외계인으로부터 공격을 받는다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살아남은 전쟁 난민과 군인은 행성괘도에 위치한 우주정거장으로 대피하지만 외계인(쿠쿠토니안) 군대의 추격을 받게된다. 사람들은 연습함인 제이나스로 옮겨타 가까운 식민행성인 베르위크로 도망을 간다. 살아남은 사람들의 도망길은 결코 순탄치 않다. 외계인의 공격은 계속되고 이 와중에 생존자는 나날이 줄어든다. 피신처인 베르위크마저 파괴돼 제이나스에 몸을 실은 사람들은 또 다시 우주로 나가게 된다.

베르위크를 떠날 시점에 제이나스호에는 어른이 단 한명만 남게된다. 제이나스에 남겨진 어린이들은 외계인 탈옥자로부터 얻은 정보를 토대로 외계인군에 붙잡힌 가족을 구출하기 위해 외계 적군이 위치한 행성으로 방향을 튼다. 우주선 제이나스와 로봇 ‘라운드 버니언'으로 외계 적군과 싸우는 와중 마지막 한명 남은 어른을 잃고만다. 13명의 소년소녀의 모험길은 더 험난해져만 간다.

은하표류 바이팜 등장인물. / 야후재팬 갈무리
은하표류 바이팜 스토리는 SF소설의 아버지로 평가받는 프랑스 작가 ‘쥘 베른(Jules Verne)'의 소설 ‘15소년 표류기(2년간의 여름방학·Deux Ans de vacances)’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애니 제작사 선라이즈는 당시 이 소설을 인기작 ‘기동전사 건담'에 융합하는 기획안을 만들었고, 해당 기획안은 건담이 아닌 새로운 작품인 ‘바이팜'에 채용된다.

바이팜 원작자 이름에 건담 원작자 겸 감독인 토미노 요시유키(富野由悠季)의 이름이 새겨진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에 따르면 당시 선라이즈 내부에서는 기획서에 토미노의 이름을 넣으면 기획서 통과가 쉬웠다고 알려졌다.

15소년 표류기와 건담을 융합한 기획서는 1985년작 ‘푸른유성SPT 레이즈너'와 1995년작 ‘공룡모험기 쥬라트리퍼' 등에도 일부 아이디어가 채택됐다.

은하표류 바이팜 애니메이션 주요 장면. / 야후재팬 갈무리
선라이즈에 따르면 로봇 메카닉 액션과 소년소녀의 성장 이야기를 그린 바이팜은 본래 시즌4(54화) 분량으로 제작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주역 캐릭터 역할을 하는 로봇의 등장이 느리고 우주를 배경으로 삼은 탓에 화면이 어두운 것이 시청자들의 불평을 사는 등 시청률이 좋지 못해 시즌3 분량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은하표류 바이팜. / 선라이즈 제공
반면, 머천다이징리포트 등 당시 자료에 따르면 TV시청률은 낮았지만 장난감과 영어로 만들어진 주제가 CD는 높은 판매수를 기록했다. 바이팜 사운드트랙인 ‘은하표류 바이팜 총집편(K-5505-6)은 일본 음악 순위 오리콘에서 당시 10위를 차지했다.

애니매크, 더 아니메 등 당시 애니메이션 잡지 기사에 따르면 바이팜은 본래 주인공 소년소녀가 지구로 무사귀환하는 스토리로 결말을 맺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시청률 저하로 주인공의 가족 등 포로가 잡혀있는 적 외계인 행상 타우토 습격 스토리로 변경됐다. 선라이즈는 TV방송국 제안에 따라 23화에서 끝내는 스토리와 본래 스토리를 동시 제작하게 된다.

당시 아사히신문 기사에 따르면 바이팜이 종영 위기에 놓이게 됐다는 소문이 퍼지자 당시 애니메이션 팬들이 TV방송국을 상대로 서명운동을 펼치는 등 항의했다. 바이팜은 TV방송국으로부터 23화가 아닌 39화정도로 이야기를 압축하는 안이 제시된다. 바이팜이 46화로 마무리되는 것으로 결정된 시점은 종영 3개월쯤을 앞둔 1984년 6월이었다.

바이팜이 시청률 기준으로 인기를 얻은 것은 서명운동과 잡지 소개 등 팬들의 관심이 높아진 시즌3부터다. 시즌3에서는 로봇 액션과 장비가 강화되고 주인공 소년 로디의 캐릭터 디자인도 좀 더 거칠게 표현되는 등 기존 시즌1~2와 다른 모습으로 그려졌다.
은하표류 바이팜 오프닝 영상. / 유튜브 제공
◇ 지구연방군의 다목적 양산형 로봇 ‘바이팜'

주역 메카닉 로봇 ‘라운드 버니언(Round Vernian)’은 크게 지구인(아스트로게이터)이 만든 것과 외계인(쿠쿠토니안)이 만든 것으로 구분된다.

바이팜 레진 키트. / RC베르그 제공
지구에서 만들어진 라운드 버니안은 별다른 특징이 없는 양산형 기체란 설정이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속에서는 자세제어 장치인 슬러스터 등 현실적인 모습과 연출을 보인다.

애니메이션 후반에 등장하는 ‘슬링 버니언(Sling Pannier)’은 마징가Z의 제트 스크랜더처럼 로봇의 비행을 돕는 추가 장치다. 애니메이션 업계는 마징가의 제트 스크랜더가 ‘기갑전기 드라고나', ‘건담 SEED’ 등 리얼로봇 계열 작품에도 영향을 줬다고 평가한다.

지구인과 흡사한 외계 종족 쿠쿠토니언의 라운드 버니언 로봇은 기계보다는 판타지 속 생물에 가까운 외관이 특징이다. 국지전이나 특수임무에 특화된 디자인을 채용했다.

주인공 기체 ‘바이팜'(FAM-RV-S1)은 높이 16.8미터의 크기에 15.3톤의 무게로 만들어진 로봇이다. 레이저총인 빔건을 주요 무기로 삼고 있다. 지구연방군의 ‘네오팜'(FAM-RV-5)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며 우주전투에 특화돼 있다. 바이팜은 우주전용 기체지만 옵션을 더해 지상, 공중전에도 활용이 가능하다.

지구연방군은 바이팜과 네오팜 외에도 우주지상 양용 전투로봇 ‘투런팜’(FAM-RV-S1T)과 지상전 특화 로봇 ‘딜팜'(FAM-RV-L7)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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