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호정發 게임업계 '부당행위' 성토에도 '도덕성 논란' 여전

입력 2020.03.24 16:06 | 수정 2020.03.24 18:30

대리 게임 경력을 통한 취업 이득 의혹, 해고자 코스프레 의혹 등 논란의 중심에 선 류호정 정의당 비례대표 1번 후보(IT산업노동특별위원장)가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게임업계에 대한 공세에 나섰다.

류 후보자는 인기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등급을 올릴 목적으로 남자친구가 대리 게임을 한 사실이 드러난 후 젊은 게이머들의 비판을 받았으며, 정의당은 도덕성 흠집이 있는 후보를 비례대표 1번으로 내세웠다는 지적을 받았다. 총선을 목전에 둔 정의당이 이날 류 후보자의 기자회견을 통해 반등을 노리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류후보자 "대통령 표창받은 업체가 부당노동 행위"

류호정 정의당 IT산업노동특별위원장 겸 비례대표1번 후보자와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근로자 부당해고 등 의혹을 받는 펄어비스의 노동 실태를 고발하고 IT 청년 노동자의 노동권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의 조치를 촉구했다.

기자회견하는 류호정 후보의 모습. / 국회의사중계시스템 갈무리, 편집=오시영 기자
류 후보자는 펄어비스가 2019 일자리 창출 유공 정부포상 시상식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은 기업이지만, 당일 권고사직 통보 시스템을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당일 권고사직 통보 시스템은 게임이라는 특수성에 따라 도입한 인사 시스템이다. 프로젝트 실패에 따라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게임 개발자나 관리자가 악의를 품고 게임 내에 치명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위험성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류 후보가 펄어비스 하나를 두고 비판을 했지만, 사실상 게임 업계 전반의 노동과 인사 관행 문제를 지적한 셈이다.

류 후보자에 따르면 펄어비스 직원 중 기간제 노동자 비율은 26.3%다. 업계 평균인 5.23%보다 높고, 평균 근속연수는 1.7년으로 평균 3.7년인 타 업체에 비해 짧다.

류 후보자는 일부 직원에 대한 반강제적 ‘재량근로제’를 강요한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재량근로제는 특정 분야에 한해 노사 합의에 따라 실제 근로시간이 주 52시간을 넘어서더라도 노사가 사전에 서면합의한 근로시간을 일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류 후보자는 "18일부터 중견 게임회사 ‘펄어비스’의 재직자와 퇴직자로부터 제보를 받았다"며 "펄어비스가 권고사직을 명분으로 직원을 부당하게 해고하고, 포괄임금제를 피해 재량근로제를 도입해 노동자를 공짜·장시간 노동 환경에 내몰았다는 내용이 있었다"고 말했다.

업계 "류후보자 IT·게임 노동자 대표 자격 있나"
정치권 "문제 제기 좋아도 정치 공학은 곤란"

게임업계는 류 후보자의 문제 제기 내용과 대표성에 의문을 표한다. 게임업계 재량근로제나 당일 권고사직 통보 문제 등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인 것은 맞지만, 실제와 다르거나 부풀려졌다는 지적이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게임 업체는 개발 프로젝트 중심으로 운영하며, 해당 프로젝트가 실패했을 때 책임을 묻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팀워크를 고려할 때 해고를 남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류 후보자의 24일 기자회견은 자신에게 몰린 화살의 끝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게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류 후보자가 ‘게임·IT 노동자’를 대변할 자격과 중량감이 있느냐는 지적도 있다. 또다른 게임 업계 관계자는 "정의당에 노동 운동의 ‘베테랑’이 많고, 다른 당 소속인 하태경·이동섭 의원의 경우 제보를 통한 사건 파악과 해결을 위해 노력했다"며 "게임 업계를 잘 알고 리더십을 발휘했던 사람이나 근로 문화 개선을 위해 헌신한 사람 등이 맡아야 할 일을 류 후보자 스스로 대표성을 가진 것처럼 나선 게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도덕성에 흠집이 난 후보자가 자신이 몸담았던 게임 업계를 비판 일색으로 몰아가는 것에 문제가 있지 않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인이 건전한 게임 업계 노사관계를 만들어 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스스로 도덕성 관련 논란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한 류 후보자가 총선을 앞둔 시점에 게임 업계를 직접 겨냥해 확인된 사실 제시 없이 기업 윤리 문제를 제기한 것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야당 한 관계자는 "문제가 있는 부분을 바로 잡으려는 행동은 옳다"라면서도 "후보 본인의 도덕성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이를 해소하지 못한 채 정치적 공작으로 활용하는 것은 안 된다"고 말했다.

정의당 지지율은 최근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16~20일, 유권자 2507명 대상)에서 전 주 대비 0.6%포인트 하락한 3.7%를 기록했다. 2018년 4월 셋째 주 3.9%를 기록한 이래 최저 기록이다. 지지율 하락에 비례대표 논란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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