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불법 성착취물을 유포한 텔레그램 n번방 사건과 관련해 정부의 미흡한 대응을 강하게 질타했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은 미성년자 등에게 성 착취 영상물을 찍도록 해 그 영상을 텔레그램 채팅방에서 유통하고 판매한 성범죄 사건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는 25일 오전 텔레그램 n번방 관련 긴급 현안을 보고받기 위한 전체회의를 열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정부 대책을 점검했다.

./ 국회의사중계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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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방위 소속 의원들은 그동안 국정감사 등에서 많은 지적이 있었음에도 이같은 사건이 일어난 것에 대해 정부 대책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박대출 의원은 "방통위가 이날 내놓은 대책은 과거 대책을 거의 복사해 붙여넣기한 수준이다"며 "제2의, 제3의 n번방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아동청소년 범죄 조직단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희경 의원은 "그동안 정부에 수없이 힌트를 줬음에도, 뒷북 대책을 내놓은 것이 한심하다"며
‘범부처 대책’이 아니라 ‘돌부처 대책' 수준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호주는 신속하게 음란물을 삭제하는 데, 어젯밤에 알아보니 여전히 텔레그램 n번방을 뺨치는 곳들이 있다"며 "정부의 대책이 안일하니 저렇게 버젓하게 음지에서 음란물이 확대가 되고 있는 것이다"고 꼬집었다.

이원욱 의원은 "대학생들이 잠입 르포해 만천하에 알려진 사건"이라며 "지난해 초부터 공론화된 문제였는데 국가가 그동안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한 데 대한 국민적 분노가 있다"고 말했다.

해외 플랫폼 사업자 손 못대는 정부

문재인 대통령이 지시한 n번방 회원 26만명 전수조사 가능여부와 해외 플랫폼 사업자를 규제할 수 있는 행정력 미비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26만명 전수조사의 가능성을 묻는 박광온 의원의 질문에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가능할 것이라 본다"고 답했다. 박선숙 의원은 코로나19 사태처럼 텔레그램 n번방 문제도 범처가 ‘원팀'으로 대응할 것을 촉구했다.

신용현 의원은 해외에 서버가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의 행정력이 미치지 못할 것이란 믿음이 성착취물 확산의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신 의원은 아동음란물 사례가 많이 적발됐을 때 협조가 미비할 경우 국내 접속 차단 등의 강력한 조치가 가능한 지 물었다.

한 위원장은 "텔레그램 자체 차단 얘기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라고 답하며, 대응이 쉽지 않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구글코리아가 정부의 정책에 협조적이지 않다는 지적에는 "어제(24일) 구글 측에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연관검색어 삭제 등을 요청했으며, 삭제 중이라는 요청을 아침에 전달받았다"며 "사실관계를 확인해보겠다"고 말했다.

해외 플랫폼 사업자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국제 공조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여야 의원들이 국제 공조가 가능하냐 묻자 한 위원장은 "범죄자 처벌은 사법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법무부가 사안별로 추진하고 있다"며 "방통위는 해외 규제기구와 협력해 플랫폼사업자 규제 집행력을 가질 수 있는 고민을 같이 해 나가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해외 플랫폼 사업자를 실질적으로 규제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했다. 한 위원장은 "구글코리아는 국내서 수익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부분적 협조가 가능하지만, 텔레그램은 국내에서 수익을 내지 않아 규제가 어렵다"며 "텔레그램은 사업자 연락처도 존재하지 않아, 이메일로만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플랫폼 사업자 책임을 강화하는 입법을 하더라도, 해외사업자 집행력 문제는 있다"며 "하지만 처벌 수위를 높여야 (불법행위를))방지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플랫폼 사업자의 기술적 조치 의무 부과 조항의 수준을 높여나가는 입법활동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정부는 웹하드 사업자가 불법음란정보 검색·송수신 제한 조치, 발견 시 즉시 삭제, 전송자에 대한 경고문구 발송 등의 조치를 이행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한다.

노웅래 과방위원장은 불법 성착취물을 발견해 신고할 경우 포상금을 줘 정부가 신속하게 인지하고 삭제할 수 있는 파파라치 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한 위원장은 "어느정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강상현 방심위원장도 "참고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