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엔진은 1980년대 당시 ‘슈퍼마리오 브라더스’의 폭발적인 인기로 히트상품 자리를 꿰차고 있던 8비트 게임기 닌텐도 패밀리컴퓨터(패미컴)를 제압하기 위해 탄생된 게임기다. 한국에서는 대우전자가 수입 판매했었다.

게임 제작사 허드슨과 일본 가전사 NEC는 패미컴 보다 더 뛰어난 성능을 가진 게임기를 제작한다는 목표로 하드웨어를 설계해 1987년 10월 30일 일본 현지에 먼저 선보였다.

PC엔진 게임기는 게임시장에서 CD롬 매체를 보급시킨 선두주자다. 허드슨은 NEC와 손잡고 1988년 CD-ROM2라는 주변기기와 전용 CD게임 콘텐츠를 선보였다.

PC엔진은 CPU 기준으로 패미컴과 같은 8비트 게임기였지만 당시 오락실 게임을 수준 높게 이식해낼만큼 높은 그래픽 표시 성능과 대용량 CD롬 장점을 살려, 당시 차세대 게임기 슈퍼패미컴과 세가 메가드라이브를 상대로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패미통 등 당시 현지 게임 매체는 피씨엔진이 1992년 기준 24.7%의 게임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PC엔진 미니. / 김형원 기자
PC엔진 미니. / 김형원 기자
최근 시장에 등장한 ‘PC엔진 미니'는 1980~1990년대 PC엔진용 명작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복각 레트로 게임기다. 외형은 1987년 출시된 첫 번째 PC엔진 게임기를 약간 작아진 크기로 재현했다.

PC엔진 미니에 수록된 게임 수는 총 58개다. 패미컴 미니가 30개, 슈퍼패미컴 미니가 21개, 메가드라이브 미니가 42개를 수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역대 복각 레트로 게임기 중 최대 수치다.

PC엔진 미니와 휴(Hu) 게임카드. / 김형원 기자
PC엔진 미니와 휴(Hu) 게임카드. / 김형원 기자
게임기에 수록된 게임 콘텐츠는 ‘휴(Hu)카드'라 불렸던 얇은 게임카드에 담겼던 것은 물론 CD롬에 담겨 판매됐던 명작도 다수 포함됐다.

PC엔진 미니에 담긴 CD롬 게임 콘텐츠는 ▲스내처 ▲악마성 드라큐라X 피의 윤회 ▲그라디우스2 고파의 야망 ▲천외마경2 ▲두근두근 메모리얼 ▲스프리건 마크2 ▲스타 패로저 ▲윈즈오브썬더 ▲슈퍼 다리우스 ▲초형귀(초아니키) ▲봄버맨 패닉봄버 ▲은하부경전설 사파이어 ▲이스 1&2 등이다.

PC엔진 미니 화면. / 김형원 기자
PC엔진 미니 화면. / 김형원 기자
NEC는 1989년 그래픽 칩을 2개 얹어 그래픽 성능을 2배 높인 상위 기종 ‘PC엔진 슈퍼그래픽스'를 선보인 바 있다. PC엔진 미니에는 ▲대마계촌 ▲올디네스(Aldynes) 등 슈퍼그래픽스 전용 게임도 담겼다.

참고로 PC엔진 슈퍼그래픽스 전용 게임은 대마계촌을 필두로 총 5개만 출시됐다. NEC는 고성능을 앞세워 별도의 게임 시장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지만, NEC의 전략은 시장에서 먹히지 않고 불발로 끝났다.

PC엔진 슈퍼그래픽스, 그래픽 칩을 2개 탑재해 당시 PC엔진 대비 2배 그래픽 표시 능력을 자랑했다. / 위키피디아 제공
PC엔진 슈퍼그래픽스, 그래픽 칩을 2개 탑재해 당시 PC엔진 대비 2배 그래픽 표시 능력을 자랑했다. / 위키피디아 제공
◇ "1980년대 그 때 그 느낌" 최대한 살려

허드슨의 지식재산권(IP)을 인수한 코나미는 1980년대 PC엔진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PC엔진 미니를 설계했다. 그 덕에 게임기 외형은 물론 게임이 구동되는 모습까지 애니메이션으로 연출된다.

휴(Hu)카드 전용 게임을 선택하면 게임기에 카드를 넣을 때와 전원을 켤 때 발생하는 마찰음과 ‘딱' 하는 스위치 소리를 낸다. CD롬 게임을 구동할 때는 CD게임 구동에 필요했던 ‘시스템카드' 삽입과 CD가 돌아가는 애니메이션이 화면에 비춰진다.

PC엔진 미니에서 CD롬 게임 콘텐츠를 선택하면 실제 CD-ROM2 본체에서 녹음한 CD 읽는 소리가 난다. / 김형원 기자
PC엔진 미니에서 CD롬 게임 콘텐츠를 선택하면 실제 CD-ROM2 본체에서 녹음한 CD 읽는 소리가 난다. / 김형원 기자
놀라운 점은 실제 CD-ROM2 본체에서 CD를 읽어들이는 소리를 녹음해 CD 구동 애니메이션에 삽입했다는 것이다. 이는 당시 PC엔진 게임기를 가지고 놀았던 3040세대의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역할을 한다.

PC엔진 미니 외형은 1987년 등장한 하얀색 오리지널 PC엔진을 그대로 본 떠 만들었다. 게임카드를 매체로 썼던 만큼 원본 게임기 자체가 작아, 복각판 미니 게임기와 크기에 있어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메가드라이브 미니가 게임팩을 꽂을 수 있는 재미 요소를 줬던 것과 달리 PC엔진 미니는 게임카드 삽입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아무런 기능없이 모양만 본뜬 주변기기 상품이 아마존재팬 등지에서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것을 보면 ‘장난감'에 대한 수요는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게임기에 동봉된 컨트롤러는 터보연사 기능이 없던 첫 번째 PC엔진 게임패드와 똑같이 만들어졌다. 버튼 탄력성 등 실제 게임패드와는 다소 차이를 보이나 ‘원본을 그대로 재현했다’는 평가에는 이견이 없다.

게임 콘텐츠는 완벽에 가깝게 구동된다. 다만, 게임에 따라 가끔 느려지는 ‘프레임 드롭' 현상이 목격되는 점은 아쉽다.

PC엔진 미니와 PC엔진 슈퍼CD롬2용 게임 ‘윈즈 오브 썬더'. PC엔진은 1980년대 당시 CD매체의 매력을 게이머에게 알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 김형원 기자
PC엔진 미니와 PC엔진 슈퍼CD롬2용 게임 ‘윈즈 오브 썬더'. PC엔진은 1980년대 당시 CD매체의 매력을 게이머에게 알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 김형원 기자
PC엔진은 당시 가정용 게임기의 상식을 깨부쉈다고 평가받을 만큼 높은 성능을 자랑한 게임기다. ‘슈퍼 다리우스’의 경우 3개 화면으로 와이드 화면을 구성해 당시 오락실 최고의 게임으로 평가받던 작품을 게임기 성능과 CD롬의 특성을 활용해 높은 수준으로 이식해 당시 게임 업계를 놀래킨 게임이다.

‘천외마경2’와 ‘스내처’는 성우들의 목소리를 담은 애니메이션으로 당시 게이머에게 CD롬 매체의 매력을 알린 작품이다. ‘대마계촌’은 슈퍼그래픽스의 성능을 토대로 오락실 느낌을 제대로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게임 개발사 M2는 원본 PC엔진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는데 초점을 두고 PC엔진 미니를 개발했다. 게임기 스위치는 물론 CD 읽어들이는 소리까지 그대로 재현해 낸 PC엔진 미니는 58개 수록 게임을 바탕으로 이미 어른이 돼 버린 3040세대를 1980~1990년대 소년시절로 시간여행을 보내는 매개체 역할을 톡톡히 한다.

PC엔진 미니 소개영상. / 노창호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