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버라이즌은 영업이익 15% 줄어
캐나다 로저스, 순이익 10% 감소
에릭슨도 영업이익 12% 빠져…中 통신사도 부진

글로벌 통신업계가 코로나19의 직간접적 영향으로 1분기 실적에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통신장비 업계는 고객사인 통신업계의 5G 투자가 줄어들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최근 글로벌 통신업계 및 외신 보도 등에 따르면 글로벌 이동통신업체와 장비업체들이 시장 전망치를 하회하거나, 2019년 동기보다 줄어든 1분기 성적표를 내놓는다.

IT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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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1위 통신사업자 버라이즌은 매장 70% 폐쇄로 인한 무선 가입자와 단말기 판매가 크게 감소한 탓에 1분기 매출과 이익이 감소했다. 버라이즌은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1.6% 감소한 316억달러(39조원)를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전년동기보다 각각 14.7%, 16.9%씩 줄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요금면제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다보니 부채도 증가했다.

버라이즌측은 "미디어 플랫폼은 고객 참여 수준이 높아졌지만, 광고 매출이 크게 감소했다"며 "고객 행동 변화로 인해 1분기 장비 매출이 크게 감소했다"고 밝혔다.

캐나다 최대 무선통신사업자 로저스 커뮤니케이션도 코로나19로 광고 및 무선 장비 판매가 심각한 타격을 받아 1분기 순이익이 두 자릿수 감소했다.

로저스 커뮤니케이션의 1분기 순이익은 2019년 동기대비 10% 감소한 3억5200만캐나다달러(3085억원)를 기록했다. 총 매출도 34억1600만캐나다달러(2조9000억원)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5% 감소했다. 특히 미디어부문은 광고 및 스포츠 매출 감소로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고 밝혔다.

토니 스타피에리 로저스커뮤니케이션 최고경영자(CFO)는 "코로나19가 3월부터 사업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으며, 이번 분기에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2위 통신사업자 AT&T도 월가 예상치를 하회하는 1분기 실적을 내놨다. AT&T와 버라이즌 로저스 커뮤니케이션 모두 코로나19 영향으로 인한 투자 불확실성 때문에 2020년 가이던스(실적전망치)를 철회했다.

앞서 스웨덴 통신사 텔레2도 2020년 재무계획을 철회하고, 5월 지급하려고 했던 특별 배당금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인한 단기성 비용 지출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5G 활성화가 실적개선 관건

코로나19로 봉쇄령이 내려진 유럽과 미주 지역 점유율이 높은 통신장비업체 에릭슨과 화웨이도 영향을 받는다.

에릭슨은 1분기 매출 498억크로나(6조원), 영업이익 43억크로나(5000억원)을 기록했다. 2019년 같은기간 대비 매출은 2% 늘고, 영업이익은 12% 감소했다. 에릭슨은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타격을 입었음에도 1분기 실적 선방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뵈르예 에크홀름 에릭슨 최고 경영자(CEO)는 "코로나19와 거시 경제 상황으로 인해 판매량에 대한 단기적 불확실성이 존재하지만, 2020년과 2022년 목표를 유지한다"며 "AT&T와 버라이즌이 자체 5G 네트워크 구축에 투자하는 반면, 스프린트와 T모바일의 결합으로 하반기 미국의 5G 투자가 집중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2분기부터다. 미국 통신사들의 5G 투자가 불확실성을 띠기 때문이다. 미국 통신사업자들이 5G 투자를 늘리지 않으면 에크홀름 CEO의 발언은 단순한 ‘희망사항'에 그친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에릭슨은 미주 매출 비중이 35%에 달하는데, 돈을 내야 할 AT&T와 버라이즌 등이 연간 가이던스를 철회하면서 하반기에 5G 투자를 공격적으로 할지 미지수다"며 "중국은 5G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렸지만 대부분 화웨이같은 자국기업에 혜택이 쏠리다 보니 에릭슨은 상대적으로 수혜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를 5G 인프라 투자로 극복하려는 중국 업계의 1분기 실적도 좋지만은 않다.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도 1분기 코로나19 타격으로 실적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차이나텔레콤은 코로나19가 가입자 기반 성장을 저해하면서,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2% 감소한 582억위안(10조1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중국 최대 통신사업자 차이나모바일의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132억위안(19조7000억원)과 235억위안(4조원)으로 2019년 동기대비 0.8%, 2%씩 하락했다.

2위 통신사업자 차이나유니콤은 1분기에 두 자리 수 감소로 3사 중에서 가장 큰 이익 하락률을 보였다. 차이나유니콤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대비 13.9% 감소한 31억7000위안(5400억원)을 기록했다.

왕샤오추 차이나유니콤 회장 겸 CEO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비즈니스 개발, 고객 확보, 5G 네트워크 구축이 둔화하고 부채 위험이 증가했지만, 동시에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며 새로운 기회가 생겼다"며 "5G 네트워크 구축 속도를 높이고 5G 단말기 가격이 하락하고 보다 혁신적인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함에 따라 하반기 5G 사용자 증가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