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정의선 첫 회동에 LG·SK '화들짝'

입력 2020.05.13 16:22

현대차, 30년 갈등 깨고 협력사로 삼성SDI 추가 ‘유력’
‘LG화학’ ‘SK이노’ 공급에서 3사로 공급선 확대
양사 공동의 차세대 배터리 개발 추진 전망도

13일 이재용·정의선 재계 두 거물의 전격적인 만남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두 회사는 각각 현대차와 기아차 생산 전기차의 배터리 독점 공급사이기 때문이다.

삼성과 현대기아차가 손을 잡으면 국내 공급선을 잃을 수도 있다. LG·SK 양사는 두 거물의 만남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지만 업계는 이번 자리가 배터리 시장에 지각변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정의선 현대기아차 수석부회장(왼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IT조선 DB
13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기아차 수석부회장의 만남을 계기로 양사가 오랜 신경전을 끝내고 새로운 협력 관계를 구축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이날 만남은 양사의 사업 공통 분모인 ‘전기차용 배터리’ 협의를 위해서다.

전문가들은 만남 자체 만으로도 의미를 둔다. 현대차그룹 배터리 선택지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외 삼성SDI가 추가될 수 있음을 선언했다는 해석이다.

모 컨설팅업체 대표는 "글로벌 기업일수록 기본은 내수"라며 "삼성SDI가 현대기아차에 배터리를 공급하게 되면 안정적인 시장 확보는 물론 대외적으로 마케팅 효과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정적 공급망 확보 일환이란 분석도 무게를 둔다.

박재범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은 "현대기아차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배터리를 납품받고 있는데 특정 업체 의존도가 점점 커지는 상황이다"라며 "LG화학이 GM이나 폭스바겐 등 현대차 경쟁사를 중심으로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그룹도 공급처 다변화 전략을 취해 협상력을 강화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에 적용 가능한 다양한 배터리 기술을 확인하고 공급선 다변화에 나서는 일은 사업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필수 전략"이라며 "현대차도 전기차에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옵션을 검토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사가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연구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차세대 배터리를 연구하고 있고, 삼성도 종합기술원 주도로 오랜 시간 차세대 배터리를 연구개발해 왔다"며 "양사가 차세대 기술에 관한 공감대가 있는 것으로 안다. 차세대 배터리 시장을 빨리 함께 열어 주도권을 잡으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을 중심으로 펼쳐진 현대기아차 배터리 공급에 삼성SDI가 뛰어들며 현대차 배터리를 향한 3사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LG화학과 오랜 협력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 2010년에는 배터리팩 제조 합작법인 ‘HL그린파워’를 설립하기도 했다. 연초에도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을 검토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기아차 전동화 모델에 SK이노베이션 배터리를 공급받고 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에 배터리를 제공할 1차 공급사로 SK이노베이션을 선정하기도 했다. 5년간 약 50만대 분량으로 10조원 규모다.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 측은 이번 만남에 대해 일체 함구하고 있다. 그만큼 안정적인 시장을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날 정 수석부회장은 이 부회장 초대로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방문, 향후 현대·기아차가 생산할 전기차에 삼성SDI 배터리와 기술을 적용할 수 있을지 논의했다. 이 부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이 단독으로 회담을 한 것은 처음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황성우 삼성 종합기술원 원장에게 한번 충전으로 약 800㎞를 주행할 수 있는 전고체 배터리 기술 관련 브리핑을 받았다.

그간 현대차는 삼성SDI 배터리를 쓰지 않았다. 기술적 원인보다는 1990년대 자동차 산업에 뛰어든 삼성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의견이 힘을 받아왔다.

김동진 기자 communicati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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