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시중 시론] 미국인가 중국인가 선택의 시간이 다가왔다

  • 남시중 박사
    입력 2020.05.20 06:00

    미국과 중국은 ‘루비콘 강’을 건너기 직전이다. 트럼프 취임 이후 악화하기 시작한 양국 관계는 코로나 사태로 되돌릴 수 없는 극한 상황으로 치닫는다. 트럼프는 지난 14일 "중국과 모든 관계를 단절할 수 있다"라는 폭탄선언을 내놓았다. 트럼프가 사용한 영어 표현은 ‘the whole relationship’. 경제는 물론 외교 관계도 단절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전쟁 직전에나 사용하는 극단적 표현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영문판에서) 즉각 "저 사람 완전히 ‘미쳤나’(insane)?" 라고 쏘아 붙였다. 피해국은 정작 미국이 될 것이라는 중국 특유의 독설로 대응했다. 중국이 정말 많이 컸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트럼프의 ‘국내용' 발언을 한수 접어주지 않고 막말로 되받아친다.

    미 국민 절대다수는 트럼프의 대중 공세를 지지하는 분위기이다. 미 국민의 중국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코로나 사태로 급격히 악화하는 추세이다. 코로나 발생 이후 약 70%에 가까운 미 국민이 중국을 좋지 않게 본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미국 국방부의 공식 제 1 주적은 이제 러시아가 아닌 중국으로 변경되었다. 마크 에스퍼 국방부 장관은 최근 "미국에 장기적 도전이 되는 제 1 국가는 중국 제 2 국가가 러시아"라고 밝혔다. 아프간 철군을 서두르는 이유도 "중국 제어에 필요한 추가 병력을 동아시아로 재배치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일러스트 IT조선 김다희 기자
    미국 언론은 "미국과 중국의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다"고 보는 입장이다. 트럼프는 코로나 팬더믹으로 인한 피해를 ‘중국이 반드시 보상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요구한다. 미국 미주리 주는 이미 중국 공산당과 우한 연구소 등을 상대로 피해 보상을 하라는 소송장을 연방법원에 접수했다. 앞으로 중국을 상대로 미국 법원에 유사한 피해 소송이 줄지어 접수될 전망이다.

    미국에는 ‘외국 정부나 국유 기관을 상대로 소송할 수 없다’는 해외주권국면책법이 있다. 국제법 원칙을 반영한 연방법이다. 중국 정부를 상대로 한 피해 보상 소송은 실제 심리가 진행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희박하다. 하지만, 코로나 예외 조항을 미 의회가 특별법으로 통과시킬 가능성이 있다. 중국이 소유한 미 국채 상환을 중지할 수도 있다는 ‘비공식 입장’을 백악관은 언론에 유출하기도 했다.

    미국은 중국의 영토 분쟁 지역인 남중국해 방공 식별 구역을 무시해 왔다. 최근에는 전폭기와 구축함 출격 횟수를 부쩍 늘리고 있다. 트럼프의 폭탄선언이 나오기 이틀 전, 미국은 (중국이 자국 영토라고 일방적으로 우기는) 남중국해 중국 인공섬 부근에 구축함을 진출시켜 중국을 흥분하게 했다. 미국과 중국 구축함이 해상 충돌까지 갈 뻔했던 초긴장 지역이다.

    최근 중국 상하이 115해리(약 213㎞) 근처까지 접근한 미 구축함 라파엘 펠라타함(DDG-115) / 미 해군
    최근에는 상하이 연안 깊숙이 미국 구축함이 접근해 중국 군부를 긴장시켰다. 중국 연안에 배치된, 미 항공 모함을 노리는 미사일 기지를 파괴할 수 있는 미국의 최정예 구축함이다. 중국의 선제공격을 사실상 유도하는 수준이다. 압도적인 미 해군력으로 승리가 확실히 보장되는 남중국해 국지전에서 일단 중국의 기를 꺾어놓겠다는 설이 파다하다.

    트럼프가 실제 외교 관계까지 단절하고 전면전으로 갈 것이라고 보는 이는 (아직은) 드물다. 지난 40년간 (미국 대기업이 주도한)신자유주의’ 경제 논리로 진행된 양국의 투자 및 통상 관계는 칡넝쿨처럼 얽혔다. 미국과 중국이 경제 관계를 다시 해체해 나가는 ‘디커플링'(decoupling)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트럼프의 발언은 계산된 책략으로 보아야 한다. 환구시보의 지적대로, ‘중국 때리기'는 트럼프의 11월 대선 전략이다. 코로나로 인한 대규모 실업과 경제 충격을 중국 책임으로 돌려야 트럼프가 산다. 코로나 사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잘못을 ‘외부의 적’, 중국으로 무조건 돌려놓아야 한다. 코로나 봉쇄와 실업으로 하늘을 찌를 듯한 미국인의 분노는 지금 ‘타깃'을 찾는다. 트럼프는 자신의 ‘무능'이 아닌 중국으로 그 ‘타깃'을 돌려야 재선에 성공할 수 있다.

    유권자는 (한국에서든 미국에서든) 정확한 정보와 사실에 따라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판단하지 않는다. 미국 유권자 대부분은 중국에 모든 책임을 돌리는 트럼프의 선거 책략에 넘어가고 있다. 코로나 위험을 3개월 이상 일반 독감이라며 무시한 트럼프 행정부의 대 실책은 거론하지 않는다. 참다못한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작심한 듯 ‘트럼프 책임론'을 지적하고 나섰지만 민주당원과 지식인의 공감을 얻을 뿐이다.

    트럼프 선거 캠프에서는 ‘중국과 핵전쟁도 할 수 있다’는 총체적 위기감을 고조시켜야 재선이 담보된다고 판단한 듯하다. 이라크 전쟁을 일으켜 (엄청난 재정 적자와 사상자를 양산했지만) 부시 전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했다. 트럼프가 선배 공화당 대통령의 ‘무조건 당선되고 보자'는 수법을 답습하지 않을 리 없다. 미국 공화당의 ‘조폭식' 대선 책략에 매번 전세계가 피해를 입는다.

    문제는 ‘자존심이 국력’이라고 착각하는 중국 역시 물러서기 어렵다는 점이다. 복잡한 중국 내부의 정치 경제 사정은 시진핑에게도 녹록지 않다. 트럼프에 강력하게 맞서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서로 무력 시위를 하는 와중에 (실제로는 의도하지 않은) 무력 충돌이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알 수 없다.

    지난 3월 코로나19 발원지인 후베이성 우한시를 찾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모니터를 통해 현지 의료진과 대화를 나누고 수행원에게 지시한다. 뒤늦은 방문에 지나친 통제로 뒷말을 남긴 우한 방문이다. / 신화넷 갈무리
    시진핑 정권내부적으로는 그 체제가 불안하다. 시진핑으로서는 중국 내 요직 곳곳에 잠재적 정적이 포진하고 있다. 미국의 통상 압력과 코로나 사태로 경제적 위기가 점증하면 언제 인민의 불만이 폭발할지 모른다. (미국이 배후에 있다고 중국이 의심하는) 끈질긴 홍콩의 민주화 시위가 중국 내부로 확산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시진핑은 부패 청산을 명분으로 내부의 정적을 제거해 왔다. 시진핑도 김정은처럼 자신의 1인 독재체제를 강화해야만 정치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운명이다. 전체주의의 불가피한 속성이다. 자신에게 힘을 집중하게 하기 위해서는 시진핑 역시 미국에 ‘맞짱’을 뜨는 안보 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중국 공산당은 중화사상을 고취하기 위해 왜곡된 역사교육을 주입해 왔다. 중국식 주입교육에 세뇌된 중국인의 반미 국수주의는 이제 도를 넘고 있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까지 ‘배신자'라고 공격하는 광기를 보인다. 마윈은 알리바바 그룹을 세계적 기업으로 키워 영웅으로 숭상받아 온 인물이다. 과도한 중국 공산당의 반미 선동으로 이제는 마윈을 (미국과 일본 투자자가 알리바바 지분 50%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미국의 앞잡이라고 몰아붙이는 지경이다.

    국내 정치 목적으로 반일교육을 주입해 해방 후 80년이 돼가는데도 (경제 외교 안보상 협력이 필요한) 일본과 선린관계로 돌아서지 못하는 한국 상황과 유사하다. 거의 100년간 왜곡된 ‘공산주의 판' 역사를 주입해온 중국에서는 이제 전후 세대인 시진핑 세대조차 무엇이 역사적 진실이고 거짓인지 구분을 못 하는 지경이다. 가령 ‘6.25는 미국이 중국을 점령하기 위해 일으킨 전쟁이다’라는 식의 날조된 역사를 다들 믿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미국 경제는 하루가 다르게 무너진다. 이제 2개월을 넘어가는 봉쇄 상태에서 미국 실업자는 한국 인구와 맞먹는 4,000만에 육박한다. 공황 수준에 접근한다. 코로나 확산은 정점을 찍은 듯 하다. 하지만 신규 확진자와 사망자 수는 답보한다.

    미국 내 사망자 수는 현재 1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백신이 나오기 전에는 방역에 성공하기 어렵다. 워낙 땅덩어리가 크다. 미국인은 어려서부터 통제에 따르는데 익숙하지 않다. 게다가 트럼프는 방역에 앞서야 할 연방정부 관료 기능을 의도적으로 망가뜨려 왔다.

    미국인의 분노는 하늘을 찌른다. 누군가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 트럼프는 그 책임을 중국으로 돌릴 수밖에 없다. 트럼프가 재선되는 유일한 길은 단 하나, 중국과 핵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로 중국에 코로나 책임을 묻는 방법이다. 중국에 모든 책임을 전가해야 단순한 설명만을 이해하는 (특히 인종차별에 열광하는) 자신의 지지 세력 ‘백인 쓰레기' (White trash) 표를 붙잡아놓을 수 있다. ‘더러운 중국인(Dirty Chinese)이 감히 백인한테 덤빈다’는 백인 우월주의에 다시 불을 지펴야 표를 모을 수 있다.

    중국에 대한 전쟁 수준의 공격은 최소한 11월 대선 이전까지는 멈추지 않는다. 트럼프는 핵전쟁도 불사할 ‘사이코'라는 시각과 말이 앞서는 ‘영악한 장사꾼’이라는 분석이 미국 논평가 사이에 대립한다. 트럼프의 본색은 그 중간쯤에서 왔다 갔다 한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반드시 ‘중국을 제어해야 한다’는 미국과 유럽의 ‘신 황화론’은 코로나 사태로 힘을 받는다. 미국과 유럽의 백인은 동양 제국의 급격한 부상을 엄청나게 두려해 왔다. 정작 동양 사람은 이 사실을 잘 모르는 경향이 있다. 미국을 제치고 중국이 세계 패권을 장악하는 날 서구 문명은 몰락한다는 비이성적 두려움이 수면으로 올라오고 있을 뿐이다. 지난 13세기 몽골군에 무참하게 정복당했던 ‘트라우마'는 지금도 유럽과 중동 권 후손의 역사적 무의식을 지배한다.

    중국 역시 G2 국가의 격에 맞지 않는 후진 독재국가 행동으로 자충수를 두어왔다. 국제법 논리를 가지고 이성적으로 요구하지 않고 ‘힘의 논리'를 앞세웠다. 조폭식 경제 보복과 군사 위협을 한국같은 주변 중소국을 상대로 남용해 왔다. 힘이 약한 나라를 상대할 때는 국제 관례인 최소한의 외교 예절도 무시해 버린다.

    진정한 세계 패권은 군사력이나 경제력만으로 확보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갑작스레 초강대국 반열에 올라선 중국은 왜 유럽과 동남아 국가들조차 중국을 경계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아니, 이해하고 싶어 하지를 않는다. 이성적 논리와 도덕적 행동이 왜 국가 간의 관계에서도 중요한지 이해할 수 있는 문명 수준이 아니다. 계몽적 민주주의를 실현한 서구 선진국의 시각에서 보면, 중국은 여전히 미개한 황인종 전체주의 국가이다.

    중국을 경제적으로 키운 것은 미국의 최대 실수였다는 게 트럼프의 오랜 소신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이미 미국의 부를 훔쳐 가는 ‘도둑 국가'라고 중국을 비난한 바 있다. 작년에 트럼프는 미국 대기업에 중국에서 철수하라는 경고를 했다. 트럼프의 반중 정책은 중국에 진출한 미국 대기업의 제동으로 그동안 적극 추진하지 못했다. 이번 코로나 사태는 트럼프에게 평소의 소신을 밀어붙일 수 있는 천우신조(天佑神助)이다.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기업 제재로 반중 소신을 밀어부치는 트럼프 대통령 /IT조선 DB
    중국 유학생과 방문 학자에 대한 비자 발급도 까다로워진다. 미국 법무부는 최근 중국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이유로 하버드 대학교수를 전격 체포했다. (미국으로부터 첨단 기술을 확보하려는) 중국으로부터 각종 ‘구애'를 받아온 미국 학자들이 앞으로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 FBI는 최근 미국 유수 대학에 중국과의 협력이 중국 공산당의 ‘공작'인지 아닌지 먼저 유의하라고 경고했다.

    미국 대학을 머릿수로 ‘점령'하다시피 한 40만명에 가까운 중국 유학생에 대한 비자 발급이 조만간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 유학생 수는 약 6만명이다.) 지난 2018년 백인우월주의자로 알려진 스티븐 밀러 트럼프 정책 비서관은 중국 유학생을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했던 것으로 최근 알려졌다. 중국 유학생은 대부분이 간첩이라는 게 트럼프의 ‘소신’이다.

    미국 유권자는 전쟁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단 한 번도 대통령을 바꾼 적이 없다. 대통령이 재선을 위해 거짓 정보로 전쟁을 일으켰다고 해도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부시 전 대통령의 경우처럼) 미국 유권자는 현직 대통령을 끝내 교체하지 않았다. 위기 시에는, 설혹 그 위기가 정권에 의해 조작되거나 더 악화되었다 해도, 유권자는 지도자를 바꾸지 않는 역설을 보인다. 오히려 현 정권에 몰표를 주는 비논리적 성향을 보인다.

    민주주의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이율배반적 투표 심리는 호모 사피엔스를 유전인자에 무의식적으로 지배당하는 군집 동물로 볼 때만 이해할 수 있다. 모든 군집 동물은 위기 시 무리를 이끄는 지도자 ‘알파'를 더욱 맹목적으로 따른다. 오랜 진화과정에서 형성된 무의식적 집단행동이다. 위기 시 지도자를 교체할 경우 오히려 집단 몰살의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진화의 교훈 때문이다.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을 정기적으로 조사 발표하는 갤럽에 의하면, 트럼프 지지율은 최근 들어 49%로 취임 이후 최고 수준을 보인다. 경제가 활황이고 실업률이 최저였던 작년에도 지지율은 평균 40% 수준에 머물렀다. 민주당에서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며 고개를 흔든다. 코로나 팬더믹을 엉망으로 대처해 미국은 사망자가 속출하고 경제는 공황 직전의 위기이다. 그 책임을 트럼프에 묻기는커녕 지지율이 올라가니 기가 막힌다.

    트럼프의 최근 지지율 상승은 한국 총선에서도 작용했던 ‘코로나 효과의 역설’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책 없이 코로나 사태를 전세계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 갔다. 심지어 세제를 먹으면 코로나를 치료할 수 있다고 헛소리를 해대는 대통령의 지지율이 올라간다. 이런 배반적 상황은 (아무리 인간을 군집 동물로 이해한다고 해도) 민주당 쪽에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CNN의 최근 여론조사에 의하면, 민주당 후보인 바이든 전 부통령이 51-46으로 전국 유권자 개인별 지지도에서 트럼프를 약간 앞선다. 하지만 미국 대선은 각 주 선거인단에 의한 간접선거이다. 주에서 다수표를 확보한 후보가 각 주에 배당된 선거인단을 독식하는 제도이다. 이 때문에 미국 대선의 승패는 공화당과 민주당을 왔다 갔다 하는 플로리다 같은 중도 성향의 주에서 결판이 난다. 주로 백인이 다수인 중도 성향의 주에서는 트럼프가 현재 52-45로 앞선다. 민주당으로서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다면, 코로나 팬더믹으로 이미 정상에서 이탈한 인류의 삶은 더욱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지도력과 국제적 공조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팬더믹 와중에 트럼프는 미국이 공들여 쌓아온 국제 질서에 계속 난도질을 하고 있다. (미국 주도로 설립된) 세계무역기구(WTO)가 이끌어 온 법과 규칙에 따른 통상 질서는 (역설적이게도 트럼프의 ‘보이코트’로) 이미 붕괴하기 시작했다. 최근 그 기능이 마비된 WTO 사무총장의 갑작스러운 사임이 닥쳐올 통상 갈등을 암시한다.

    트럼프는 조만간 미국과 중국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전세계에 강요할 게 틀림없다. 미국은 이미 중국을 제외한 친미(親美)경제블록을 출범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트럼프는 ‘확실히’ 미국 편에 서지 않으면 통상 관계를 끊겠다는 협박을 할 것이다. 자유무역과 국제화 시대는 이미 막을 내렸다. "코로나 팬더믹으로 세계화의 시대는 끝났다"고 트럼프는 선언했다.

    트럼프가 재선된다면, 그의 파괴적 ‘아웃사이더’(국외자) 정치는 (민주당이 상하 양원을 장악하지 않는 한) 제어할 수 없다. 지금까지는 재선 압력 때문에 독선 정치를 어느 정도 자제해 왔다. 집권 후반기에는 거칠 게 없다. 재선 후에는 미국의 헌정 질서가 유지된다는 보장이 없다. 미국의 헌법 정신을 대놓고 무시하는데도 백인 유권자들이 계속 지지한다. 계몽주의적 민주주의 원칙과 철저한 법치에 바탕을 둔 미국식 민주주의의 미래가 암울해 보일 뿐이다.

    미국의 대들보인 법치를 떠받드는 사법부는 트럼프에 아부하는 극우 성향의 백인 판사로 속속 채워지고 있다. 재선 이후 트럼프가 진짜 ‘사이코' 행보를 보이지 않을 거라고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트럼프는 정신의학적으로 ‘정상'이 아니다고 판명했다. 하지만, 정신의학에서도 ‘정상'과 ‘비정상'의 기준은 ‘정상적 사회생활’이 가능하냐의 여부이다. ‘정상적 사회생활’이란 대다수 사람과 무리없이 어울릴 수 있느냐이다.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힘을 가진 미국 대통령 자리를 이미 차지한 트럼프에게 그런 기준은 더는 의미가 없다.

    미중 갈등이 심화할수록 한국은 더더욱 몸을 낮추고 물밑에서 조용히 ‘실리 외교’를 추구할 수밖에 없다. 과거 노무현정부는 ‘동북아 균형자' 역할을 하겠다는 허장성세(虛張聲勢)를 공개적으로 드러낸 적이 있다. 미국의 ‘꼬붕’이 아니라 당당하게 중국 미국 그리고 일본 러시아 사이에서 중립적인 균형자 역할을 해보겠다는 외교적 야심이었다. 냉엄한 국제정치의 현실을 모르는 (순진하다고조차 말 할 수 없는) 아마추어 발상이었다.

    한국이 균형자 외교를 염두에 두고 외교 현실을 헤쳐나가려고 노력할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이 대외적으로 대놓고 그런 표현을 쓰는 것은 ‘반미 선언’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균형자 역할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선언'한다고 되는 건 더더욱 아니다. 누구나 인정하는 국력이 있어야 한다. 만약 그런 국력이 받쳐준다면, 그냥 소리 나지 않게 하는 게 균형자 외교이다.

    퇴임 후 회고록에서 로버트 게이츠 전 미 국방부 장관은 균형자 역할이 한국의 외교 사명이라고 강조했던 노무현 대통령과 만난 일을 기억했다. 게이츠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신에게 "한국에 대한 최대의 안보 위협은 오히려 미국과 일본에서 온다"고 강조했다면서 "정신 나간"(crazy) "반미"(anti-American) 인사로 회고했다. 게이츠 전 장관의 판단이 옳고 그름을 떠나, 미 국방부 장관에게 속내를 그대로 드러내는 ‘순진한' 한국 대통령을 미국이 어떤 관점에서 보고 판단하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2007년 11월 방한한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이 청와대를 방문해 노무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그는 2014년 1월 발간한 회고록 '임무(Duty)'에 이날의 느낌을 공개했다. /조선DB
    미국과 전통적인 동맹 관계를 유지하면서 중국과도 우호적인 통상 관계를 유지하는 게 한국에게는 가장 이상적인 실용 외교이다. 양다리를 걸칠 수 있다면 걸치는 게 중소국이 추구해야 할 외교 목표이다. 국제관계에서 영원한 동맹도 적도 없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 양국을 모두 만족시키기는 앞으로 더욱 어려워진다. 동북아 ‘균형자 외교’는 한국이 꿈꾸는 이상이지만 현실에서는 환상일 뿐이다.

    미중 갈등이 11월 대선을 넘어 계속될 경우 중국은 우선 외교적으로 그리고 서서히 경제적으로 고립된다. 중국은 아직 미국에 맞설 수 있는 군사력을 갖추지 못했다. 선진국 투자와 대외 무역에 의존하는 중국의 경제력도 (중국인의 착각과 달리) 실제로는 허약하다. 미국과 유럽 일본 기업이 속속 이탈할 경우 중국 경제는 오래 버티기 어렵다. 특히 무엇보다 중요한 (중국이 간과해온) 국제 사회의 신뢰와 지지가 없다.

    코로나 발생을 한 달이 넘게 숨겼다. 발생 이후에도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전세계를 죽음으로 몰고간 팬더맥 와중에 보인 중국의 무책임한 행동에 세계는 경악하고 있다. 트럼프의 독선에 질려 비교적 중국에 친근감을 보였던 유럽연합도 다시 중국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독일과 프랑스 역시 중국은 코로나 바이러스 발생 경로를 정직하게 밝혀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유럽 언론도 중국으로부터 배상을 받아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국은 섣불리 미국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군사적으로는 절대 도전하지 않겠다’는 중국의 ‘평화적 부상'(Peaceful Rise)을 침이 마르게 미국에 와서 강조했다. 중국에 경제원조와 투자를 해주면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에 들어와 미국의 동맹국으로 그리고 서서히 민주국가로 변신할 것으로 기대했다. 미국 스스로의 오판에 대한 자책감이 중국에 대한 배신감으로 변질한다.

    유럽과 일본 심지어 동남아 국가까지 모두 철저하게 미국 편에 설 것이다. 코로나 발생 이전에 실시된 조사에서, 대부분의 유럽인은 중국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더욱 부정적으로 변했을 것이다. ‘중국에 공산품을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얻은 유럽과 일본은 이미 스스로 탈중국 계획을 입안한다. 일본 정부는 중국으로부터 일본 기업의 귀환을 유도하기 위해 이미 23억 달러의 예산을 지난 4월 책정했다. 러시아도 (반미 전술에 한정된 제한적 군사 협력을 제외하면) 중국 편에 설 아무런 이유가 없다. 러시아에게 중국은 길고 긴 국경을 맞댄 잠재적 적국이자 경쟁국이다.

    미국은 생산기지를 중국 대신 인도와 베트남으로 옮기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지금 구체적으로 입안 중이다. 인도 베트남 둘 다 중국과 국경 분쟁 및 전쟁을 치렀던 반중(反中) 국가이다. 핵을 포기하면 미국의 신 경제블록에 편입시켜 경제발전을 시켜주겠다고 트럼프는 계속 북한을 설득할 것이다. 한국 주도의 한반도 통일보다는 우선 북한을 중국으로부터 이탈시키는 게 미국의 선결 전략이다. 북한에는 "일본은 백년의 원수요 중국은 천년의 원수"라는 말이 있다
    ’북한에게 중국은 천년의 숙적 유튜브 동영상

    김일성부터 김정일, 김정은에 이르기까지 ‘북한 지도자들이 속으로는 중국을 가장 혐오한다’는 사실을 미국은 잘 알고 있다.

    중국 내 체제가 변하거나 시진핑정부가 사실상 백기를 들지 않는 한, 바이든이 집권해도 맞짱을 뜨자는 중국과의 갈등은 불가피하다. 노조가 지지기반인 민주당은 (클린턴 대통령 이전까지만 해도) 자유무역과 생산 공장의 중국 이전을 강력하게 반대했다. 미국의 경우, 자유무역은 (미국 대선을 결정하는) 남중서부 백인의 경제적 몰락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내에서도 계속 중국에 투자하고 자유무역을 지향하자는 목소리는 이미 꼬리를 감추었다.

    (서구 자본주의 체제를 확실하게 제압할 힘을 갖출 때까지) 오로지 경제발전에만 매진하라는 덩샤오핑의 ‘도광양회’(韜光養晦) 유훈을 시진핑은 기억했어야 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전쟁 수준까지 확산하면, 미국은 물론 중국도 자기편이 누구인지를 분명하게 하려고 할 것이다. 경제는 물론 군사 안보 측면에서 한국은 미국을 붙잡고 있어야 한다. 동시에 통상 관계 그리고 북한 관리라는 측면에서 중국과 등을 질 수도 없는 지정학적 ‘딜레마'에 빠져있다.

    경제적 피해가 있더라도, 한국은 이제 확실하게 미국 편임을 보여주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 바이든 전 부통령이 당선된다고 해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박근혜정부 때 방한했던 바이든은 당시 중국과 밀착하려는 한국에게 "미국 반대편에 베팅한 게 좋은 선택이었던 적이 없다"는 노골적인 경고를 한 바 있다. 미국 내에서조차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작심하고 내뱉은 계산된 발언이었다.


    2013년 12월 6일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한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부통령이 ‘한국의 중국 베팅'에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2020년 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다. / 조선DB
    당시 한국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로 일본과 자존심을 건 감정싸움을 하고 있었다. 미국의 시각에서 보면, 중국과 북한을 제어하는 한미일 공조가 와해될 위기에 처해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일본을 압박하기 위해 서방 어느 민주 국가도 참석하지 않는 (한국 전쟁 당시 적이었던) 중국의 ‘전승절' 군사 열병식에까지 참석해 논란을 일으켰다 .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누가 당선되든, 한국은 불필요한 역사 갈등을 부추겨 일본과 대립하는 어리석음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일본과 척을 져서 잃을 것은 많아도 얻는 것은 없다. 일본과의 감정싸움은 한국 내 불필요한 좌우 이념 갈등을 폭증시킬 뿐이다.

    반일 역사교육은 이미 시효가 지났다. 한국식 주입 교육이 아니라면 지나간 역사 문제를 개인의 감정 문제로 체화해 이웃 국가와 국민을 증오할 신세대는 단 한 명도 없다. 맹목적 반일 시각에서 주장하는 ‘굴종의 식민역사’가 설혹 모두 다 ‘사실’이라고 해도, 김대중 대통령이 철학과 비전을 갖고 추진했던 ‘미래 지향적 한일관계’로 나가야 한다.

    지난 1998년 10월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총리는 과거의 족쇄를 벗어던지고 미래 지향적 한일 관계를 구축하자는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에 서명했다. 일본은 정중하게 다시 ‘사죄’ 했고, 한국은 더이상 일본에 과거사를 묻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 한국은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존중해야 한다. 매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보상이나 사죄를 요구하는 건 국제법을 존중하는 성숙한 민주 국가가 할 행동이 아니다. 베트남처럼 역사적 가해자를 오히려 용서하고 포용할 줄 알아야 한다.

    1998년 10월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총리는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통해 양국 간 신시대를 열었다. 양국 관계가 악화될 때마다 재조명을 받는 ‘김대중·오부치 선언’이다. /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
    한일 갈등은 한미일 삼각 동맹을 와해시키는 한국과 일본 모두의 치명적인 자충수이다. 한일 간 유일한 군사협정인 ‘지소미아' 파기를 일본에 대한 맞대응 수단으로 선택한 것 역시 감정에 이끌린 어리석은 짓이다. 한미일 삼각 동맹은 미국이나 일본에게만 유리한 동맹이 아니다. 중국의 주권 침해와 러시아의 군사적 남하를 견제하고 북한 핵 위협을 제어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다. 한미일 삼각 동맹이 차후 한국 주도의 평화적 통일 가능성을 현실적으로 보장해 준다.

    중국, 러시아, 북한은 전체주의 독재 국가이다. 실용외교를 한다고 그들의 정체성을 잊어 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만약 미국을 버리고 중국 편에 서는 게 이익이라고 판단한다면, 주한미군 유지비를 갑자기 500% 이상 올려 내라는 트럼프에게 차라리 철수하라고 당당히 요구하는 게 타당한 수순이다. 주한미군 한국 부담금에 대한 과도한 트럼프의 인상 압력은 양다리를 놓지 말라는 경고이기도 하다.

    서구에 대한 중국의 오랜 피해의식과 열등감은 과도한 중화적 자만심으로 왜곡되어 나타난다. 바이든이 당선되어도, 중국이 ‘힘'으로 세계 제 1의 패권국이 되겠다는 어리석은 야망을 포기하지 않는 한, 양국 관계는 개선되기 어렵다. 유럽과 일본 동남아조차 ‘오만한' 중국에 등을 돌린다. 진정한 대국으로 존경받는 첫 걸음은 국제법에 의거한 선린 외교 임을 중국은 먼저 배워야 한다.

    미국 주도로 중국이 고립되기 시작하면 중국은 백기를 들 수밖에 없다. 아니면 경제 파탄으로 시진핑 독재 체제가 무너질 것이다. 미국인가 중국인가? 한국에게도 선택의 시간이 다가왔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남시중 박사는 실리콘밸리에서 변호사 및 엔젤 투자자로 20년 넘게 활동했다. 최첨단 기술 시대의 윤리 철학 문제에 관심을 두고 미국에서 저술 활동을 해온 철학자이기도 하다. 국내 출간 저서로는 동물의 도덕적 문제를 다룬 <개를 위한 변명 - 보신탕과 동물권리론에 관한 철학적 성찰>과 초기 인터넷 혁명을 실리콘 밸리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고 미래를 전망한 <벤처@실리콘 밸리>가 있다.


    키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