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속 신약 개발 박차…국내 제약·바이오, 美 ASCO서 임상 결과 발표

입력 2020.06.01 18:37

코로나19 방역으로 K바이오 위상을 높인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 참여해 주요 신약 관련 임상 중간 결과를 잇달아 발표했다. 대다수가 긍정적인 결과를 과시해 K바이오 위상을 더욱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1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GC녹십자와 셀트리온헬스케어, 한미약품, 유한양행, 삼성바이오에피스 등은 온라인으로 열린 ASCO에서 신약 개발 성과를 공개했다.

/ASCO 홈페이지 갈무리
5월 31일(현지시각) 막을 내린 ASCO는 미국 3대 암 학회 중 하나로 1956년 처음 개최돼 올해 56회를 맞는 연례학술대회다. 매년 76개국에서 암 전문의와 연구원, 글로벌 제약사 관계자 4만명 이상이 참여한다. ASCO는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자사 신약 파이프라인을 소개하는 자리로 통한다.

한미약품 "오락솔 복용 혈관육종 환자 27.3% 완전관해"

한미약품은 이번 학회에서 미국 아테넥스사에 2011년 라이선스 아웃한 경구용 항암 신약 ‘오락솔’의 임상2상 결과를 발표했다. 오락솔은 앞서 2018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혈관육종 치료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유럽 의약품청(EMA)은 2019년 이를 연조직육종 치료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했다.

이번 임상에서 한미약품은 절제 불가능한 피부 혈관육종 노인 환자를 대상으로 완전관해(암치료 후 검사에서 암이 있다는 증거를 확인하지 못한 상태) 등 오락솔의 약효와 내약성을 확인했다. 임상 등록환자 26명 중 평가 가능한 환자 22명은 모두 종양 크기가 축소됐다. 완전관해 27.3%(6명), 부분관해 22.7%(5명), 안정병변 50%(11명)를 기록했다.

관련업계는 혈관육종 분야에 있어 아직 제대로된 치료제가 없다는 점에서 이번 임상 결과는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평가한다.

GC녹십자 "표적 항암 신약 GC1118서 기대 이상 항암 효과"

GC녹십자는 목암생명과학연구소와 공동개발 중인 표적 항암 신약 ‘GC1118’의 임상 1b/2a상 중간 결과를 공개했다. GC1118은 대장암 환자의 과발현된 상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EGFR)를 타깃하는 표적 항암제다.

임상 1b상에서 환자 10명 중 3명은 종양 크기가 30% 이상 줄었다. 평균 무진행생존기간(PFS, 암이 추가적으로 진행하지 않거나 사망에 이르지 않은 기간)은 12개월로 나타났다.

GC녹십자는 1차 치료에 실패한 환자의 2차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임상 1b상 결과를 바탕으로 GC1118과 폴피리(Folfiri, 대장암 환자 대상 1차 치료로 기존에 인정되던 항암화학요법) 병용투여 항암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임상 2a상을 진행하고 있다.

셀트리온헬스케어 "허쥬마 삼중요법, 진행성 위암 환자 종양 축소 확인"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유방암·위암 환자 치료용 바이오시밀러 허쥬마(성분명 트라스트주맙)와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 화학요법을 함께 적용하는 삼중요법 임상1b/2상에서 환자 종양 크기가 감소되는 효과를 확인했다. 고가 신약끼리 병용투여하지 않더라도 유사한 효능이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이번 임상은 라선영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교수 연구팀 주도로 진행된 연구자주도 임상(IIT)이다. 위암 환자 43명이 대상이다. 중앙 추적기간은 18개월이다.

임상 결과 객관적반응률은 76.7%, 질병통제율은 97.7%를 기록했다. 약 95.3%에게서 종양 축소(54.6%)가 나타났다. 이번 임상 참여 환자의 무진행생존기간은 8.6개월, 전체 생존기간은 18.4개월이었다.

유한양행 "레이저티닙, 타그리소 앞서"

유한양행이 개발중인 비소세포폐암 신약 레이저티닙도 다국적 제약사 제품보다 효과가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레이저티닙은 상피세포성장인자(EGFR)에 돌연변이가 있는 비소세포폐암 표적치료제로 개발 중인 약물이다.

기존 치료제 투여 중 EGFR 단백질에 돌연변이가 나타나 저항성을 갖게 된 환자 76명에게 레이저티닙 240mg을 투여한 결과 객관적 반응률은 72.4%로 나타냈다. 무진행생존기간도 13.2개월을 기록했다.

경쟁 의약품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폐암 치료제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의 임상3상이 객관적 반응률 71%, 무진행생존기간 10.1개월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주목할 만한 성과다.

가장 흔히 나타난 이상반응은 발진(35%)과 가려움(33%), 감각이상(32%)이다. 대부분은 경증으로 조사됐다. 이상반응때문에 투여를 중단한 환자는 5%에 불과했다.

특히 폐암의 뇌전이가 발생한 환자의 두개강 내 항종양 효과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뇌전이가 발견된 비소세포폐암 환자 64명를 대상으로 레이저티닙 20~320mg을 투여한 결과, 두개강 내 질병조절률은 90.6%로 나타났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온트루잔트, 오리지널만큼 우수"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온트루잔트’는 4년 간 추적 관찰 임상에서 오리지널 의약품 허셉틴만큼 우수한 안전성과 효능을 확인했다. 온트루잔트는 유방암과 전이성 위암에 쓰이는 바이오시밀러다. 2019년 1월 미국 FDA 허가를 받아 올해 4월 미국에 출시됐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추적 관찰에 동의한 367명 환자를 대상으로 온트루잔트와 오리지널 의약품의 효능과 안전정을 비교 연구했다. 총 추적 관찰 기관은 53개월이다. 회사는 이번 발표를 위해 최초 4년간 데이터를 집계했다.

그 결과 이상 기능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인 좌심실박출률(LVEF) 수치가 저하된 환자는 온트루잔트 투여군 중 1명, 오리지널 의약품 투여군 중 2명으로 낮은 수치를 보였다. 또 다른 안전성 지표인 울혈성심부전증(CHF) 관련 이상 징후는 두 집단 모두에게서 발견되지 않았다.

무사건생존율(EFS, 치료 후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는 비율)은 온트루잔트 투여군에서 83.4%, 오리지널 의약품 투여군에서 80.7%를 나타냈다. 전체 생존율(OS, 치료 후 일정 기간이 경과했을 때 환자가 생존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전체 생존율)은 온트루잔트 투여군에서 94.4%, 오리지널 의약품 투여군에서 89.6%을 기록했다.

이 밖에도 제넥신과 에이치엘비, 신라젠, 지트리비앤티, 엔케이맥스, 메드팩토, 이뮤노멧 등도 임상1상과 2상에 대한 결과를 공개했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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