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50 아재 세대는 장난감 업계의 주요 타깃이다. 업계는 스타워즈부터 백 투더 퓨처까지 1970~1990년대 인기 영화·만화를 소재로 한 상품을 전면에 내세우고, 레트로 감성을 듬뿍 담은 제품을 내놓는 등 공격적 판매 전략을 내세운다.

장난감 업계가 성인 소비층을 노리는 가장 큰 이유는 어린이 수가 감소하는 탓이다. 최대 규모의 시장이라는 평가를 받는 미국 등 선진국은 물론 한국 아동 수도 줄어드는 추세다.

미국보건통계센터(NCHS)에 따르면 평균 출생아 수를 나타내는 합계출산율이 2018년 기준 1.7295명으로 4년 연속 하락했다. 15~44세 미국 여성이 출산한 신생아 수는 그 해 380만명에 그쳤다. NCHS는 30년만에 최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레고 테크닉 ‘람보르기니 시안 FKP37 / 레고그룹
레고 테크닉 ‘람보르기니 시안 FKP37 / 레고그룹
장난감 시장에서 한국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일본은 미국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1973년 연간 209만명이던 신생아 수는 2019년 86만명으로 급감했다. 합계출산율은 2018년 1.42를 기록했다.

한국도 어린이 수 감소로 고민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한국 합계출산율은 일본 보다 낮은 0.98이다. 세계적인 어린이 수 감소가 장난감 업계의 눈을 성인층으로 돌릴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바꾼 것이다.

3일 장난감 업계 한 관계자는 "장난감 주요 시장인 북미·유럽·일본을 중심으로 어린이 수 감소세가 뚜렷하며, 글로벌 장난감 제조사들은 예전부터 성인층 공략을 위한 상품군을 점차 늘렸다"며 "최근 한국에서도 다수의 장난감 업체들이 성인과 어린이를 동시에 공략할 수 있는 상품이 눈에 띄게 출시하는 중이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절박한 장난감 업계의 성인층 공략 움직임을 부추긴다. 전체적인 소비 감소와 함께 장난감 매출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장난감 업계에서는 업계 전체가 코로나로 매출 감소를 보이는 상황에서 ‘레고'만 기존 매출을 유지했다고 평가했다. 장난감 대표 아이콘인 레고는 성인 대상 상품을 다채롭게 선보여 왔다.

레고그룹은 2020년 새해 벽두부터 성인층 공략에 적극 나섰다. 영국 BBC 탑기어와 손잡고 랠리카를 선보였고, 1월말 축구팬을 타깃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올드 트래퍼드 구장' 상품을 내놨다. 2월에는 레고팬이 만든 ‘ISS 국제우주정거장'을 출시했다. 6월에는 이탈리아 슈퍼카 제조사 람보르기니와 손잡고 ‘레고 람보르기니 시안 FKP37’과 레트로 감성을 녹인 ‘레고 미키·미니 마우스’를 선보였다.

레고 아트 시리즈 ‘아이언맨' / 레고그룹
레고 아트 시리즈 ‘아이언맨' / 레고그룹
회사는 8월, 전 세계 아재 게이머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레고 슈퍼마리오' 시리즈와 마블 아이언맨과 스타워즈 캐릭터 일러스트를 레고 브릭을 이용해 팝아트 액자로 만들 수 있는 ‘레고 아트' 시리즈를 선보일 예정이다.

레고그룹이 성인층 공략에 적극적인 이유는 전체 매출에서 성인이 차지하는 비중을 늘리기 위한 것이라는 것이 장난감 업계 중론이다. 레고그룹에 따르면, 전 세계 연간 레고 브릭 세트 판매량 중 성인 소비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18~20% 수준이다.

레고 브릭을 이용해 자신이 직접 작품을 만들고 공유하는 열성적인 성인 레고 팬은 전 세계 1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레고그룹은 이들 성인 레고 팬을 ‘아폴(AFOL, Adult Fan Of LEGO)’로 규정한다. AFOL이 레고 웹사이트에 올린 작품 아이디어는 2만가지 이상이며, 이중 25점 이상은 실제 제품화 됐다.

1980년대 영화 콘텐츠를 소재로한 장난감도 성인층의 눈길을 끈다.

백 투 더 퓨처 타임머신 드로리안
백 투 더 퓨처 타임머신 드로리안
독일 플레이모빌은 2017년 영화 ‘고스트버스터즈’에 등장하는 차량 ‘엑토1(Ecto-1)’을 장난감으로 선보인 것에 이어, 올해 1985년작 SF영화 ‘백 투 더 퓨처'에 등장했던 타임머신 드로리안 차량으로 성인 영화팬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타임머신 드로리안은 1일 한국에서 한정수량으로 판매를 시작했지만 반나절도 안돼 품절됐다.

플레이모빌 타임머신 드로리안은 영화 속에서 미래 기술을 더해 만들어진 핵융합 장치와 공중부양 장치는 물론 드로리안 차의 특징인 걸윙도어도 고스란히 재현하는 등 성인 영화팬의 시선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한 디테일을 자랑한다.

플레이모빌은 최근 영화애니메이션 등 인기 콘텐츠 지식재산권(IP)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영화 ‘고스트버스터즈'와 ‘백 투 더 퓨처' 등을 소재로 한 장난감은 성인층에서 인기를 얻고 있으며, 드림웍스의 ‘드래곤 길들이기'와 ‘스피릿' 등 애니메이션 작품을 소재로 한 장난감은 어린이층에서 수요가 높기 때문이다. 회사는 플레이모빌 IP 강화를 위해 2019년 7월, 플레이모빌을 소재로 한 극장 애니메이션도 선보인 바 있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