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1상, 건강한 성인 대상 금주 내 항체 투여 진행
2상서 안전성·효능 뛰어나면 긴급사용승인 요청 계획
임상 3상까지 내년 상반기 안으로 완료 목표
"은퇴 계획 변함없어…내년부터 후배들이 지휘"

국내에서도 코로나19 치료제 상용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20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2상에서 안전성에 문제가 없고 효능이 확실히 있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긴급사용승인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 회장은 "건강한 성인 50명 안팎을 대상으로 하는 이번 임상 1상에는 약 1개월~1.5개월 정도가 소요될 예정"이라며 "그 단계를 넘어서면 경증 환자와 산소 호흡기를 필요로 하는 중등증 환자 등을 대상으로 2, 3상을 진행하는데, 표준 치료제에 셀트리온이 개발한 항체를 투여하는 방식으로 부작용과 효능을 확인하게 된다. 내년 상반기 안으로는 항체 치료제 임상과 허가 절차를 모두 끝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셀트리온의 항체치료제 개발 계획을 공유하고 있다./ 셀트리온 유튜브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셀트리온의 항체치료제 개발 계획을 공유하고 있다./ 셀트리온 유튜브
셀트리온은 현재 코로나19 항체치료제(CT-P59)를 개발하고 있다. 페럿을 대상으로 한 효능시험에서 폐의 염증 수준이 현저히 개선되고 바이러스 역가가 100분의 1로 감소하는 결과를 보였다.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한 햄스터 실험에서도 바이러스가 200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 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7일 셀트리온의 인체 대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했다.

연말까지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주력…9월부터 생산 돌입

셀트리온은 올해 연말까지 코로나19 치료제의 모든 임상 절차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올해 3분기 안으로 임상 1상을 완료하고 제품 생산에도 나선다. 이후 2,3상은 각각 200~300명과 2000~3000명 규모의 참여자를 대상으로 한국과 유럽 등에서 진행할 계획이다.

서 회장은 "내년 상반기 허가가 나거나 임상 절차에 앞서 긴급사용승인이 떨어질 때를 대비해 9월부터 송도 공장에서 상업 생산에 돌입하겠다"며 "승인 이후 상황을 사전에 준비하겠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이어 "임상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은 시점이라 긴급사용승인 신청 여부를 확신하기는 어렵지만, 임상 2상에서 안전성과 효능이 높다고 판단될 경우엔 긴급사용승인을 요청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긴급사용 승인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임상 3상을 조건부로 코로나19 환자의 셀트리온 항체치료제 투약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르면 올해 말쯤에도 환자 치료에 활용될 길이 열리는 셈이다.

‘얼마나 저렴하게 내놓느냐’가 관건

현재 세계 51개 기업은 코로나19 항체치료제를 연구 중이다. 항체치료제는 부작용이 크지 않고 동물실험 기준 좋은 효과를 보이지만 제조원가가 높다는 한계가 있다. 바이러스 변이 대응 여부와 대량 생산 가능성도 큰 난관으로 지적되고 있지만 무엇보다 약값이 비싸 보급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게 세계 제약사의 가장 큰 고민으로 꼽힌다. 얼마나 저렴하게 제품을 시중에 내놓느냐가 제품 개발의 성공 여부를 결정 짓는 셈이다.

셀트리온은 항체치료제를 최단 시간에 상업화하는 동시 가격을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서 회장은 "항체 치료제는 지금까지 동물실험 등으로 테스트한 결과를 바탕으로 좋은 효과가 기대된다"며 "관건은 얼마나 저렴하게 이를 보급할 수 있느냐다. 셀트리온은 코로나19 치료제를 공익적 목적으로 개발하는만큼 여느 회사보다도 최대한 가격을 낮추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생산량을 최대한 확보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서 회장은 "생산시설을 최대 가동했을 때 셀트리온의 코로나19 항체치료제는 연간 최대 600만명까지 투여가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며 "유통 과정과 제품 판매를 위해서는 1년 6개월치 재고를 보유해야 문제없이 판매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1년 6개월치를 보유할 수 없을 경우를 대비해 CMO(위탁개발) 업체와의 협력 추진 계획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은퇴는 예정대로 올해 연말로

서 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올해 연말 은퇴하겠다는 의사를 재확인하기도 했다. 앞서 그는 올해 초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은퇴 의사를 공식 발표했다.

현재 셀트리온에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직접 진두지휘하는 서 회장은 "올해 연말까지 직접 나서서 제품 개발에 주력할 예정이다"라며 "연말이 지나면 후배들이 지휘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셀트리온은 내가 회장으로 있으면 개발이 잘 되고, 물러나면 개발이 안되는 회사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