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분야 스타트업 업계를 대표해 운송 플랫폼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려던 한 협회의 시도가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스타트업 협회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하 코스포)은 7월 28일 오전 ‘여객자동차법 개정 이후, 운송 플랫폼 활성화를 위한 스타트업계 제안 기자간담회’를 열 예정이었지만, 하루 전인 27일 오후 늦게 일정을 취소한다고 돌연 밝혔다.

간담회가 무산된 배경에는 국토교통부의 보이지 않는 압력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개정안 후속 조치를 논의하는 ‘모빌리티 혁신위원회(혁신위)’가 권고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잡음(?)이 새어나오지 않도록 스타트업 업계 목소리를 차단했다는 것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3월 서울 중구 시티타워 KST모빌리티 사무실에서 모빌리티 업체와 간담회를 하는 모습/ 국토교통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3월 서울 중구 시티타워 KST모빌리티 사무실에서 모빌리티 업체와 간담회를 하는 모습/ 국토교통부
3일 익명을 요구한 모빌리티 업계 한 관계자에 따르면, 코스포가 간담회를 취소하는 과정에 놀랍도록 치밀한 국토부의 훼방 전략이 가미됐다. 코스포 회원사인 모빌리티 스타트업 기업에 국토부 관계자가 개별 연락해 간담회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는 것이다.

코스포는 여러 회원사들로부터 국토부의 의중을 전달받았고, 결국 일정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코스포에 연락을 취한 곳에는 스타트업 외에 규모가 큰 카카오 모빌리티도 있다. 이 회사는 택시업계의 반발이 클 것이란 얘기를 했다. 결과적으로 국토부는 손에 피 묻히지 않고 원하는 결과를 얻었다.

모빌리티 업계 한 관계자는 "국토부는 간담회와 관련해 코스포에 직접 연락없이 카카오모빌리티, KST모빌리티, 코나투스, 벅시 등 개별 기업과 접촉해 간접적으로 압력을 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민간 의견을 수렴하는 게 정부의 일인데, 국토부는 개정안 시행 이전부터 업계 목소리를 완전 차단하려는 목표를 세운 것처럼 행동했다"고 꼬집었다.

코스포는 법무법인 태평양에 용역을 맡겨 간담회에서 발표할 제안서를 준비했다. 단순 입장만 담긴 자료가 아닌 기여금 산식 및 총량 등에 대한 분석, 개정안 시행 이후 전망, 업계 활성화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담았다. 하지만 코스코가 만든 제안서는 혁신위에 잘 전달하겠다는 국토부의 약속과 함께 민간에 공개되지 않았다.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개정안은 미래 등장할 기업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법으로, 정부는 스타트업 업계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귀기울여 들을 필요가 있다"며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이 정부 정책에 반하는 보고서를 발표한다고 정부 부처가 강제로 입을 틀어막은 것과 이번 사건은 다를 게 무엇이냐"고 호소했다.

이어 "스타트업의 공개 제안을 두려워 한 국토부가 건네받은 제안서를 혁신위에 제대로 전달할지 조차 의문이 든다"고 덧붙였다.

코스포는 그동안 모빌리티 정책과 관련, 지속적으로 국토부와 날을 세워왔다. 타다금지법으로 인식되는 여객법 개정안이 3월 국회를 통과했을 때도 우려의 뜻을 밝힌 바 있다.

IT조선은 7월 8일 [단독] 플랫폼 운송 총량 제한 없다…스타트업 기여금 99대까지 면제 보도에서 혁신위가 합의한 권고안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해당 보도가 나간 후 코스포는 플랫폼 운송사업을 하는 스타트업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제안서를 준비하는 계기가 됐다.

물론 코스포에 대한 불편한 지적도 있다. 모빌리티 업계 일각에서는 코스포가 협회 목소리를 핑계로 오히려 업계 분열을 일으키려 한다는 것이다.

스타트업 업체 한 관계자는 "코스포 내에서도 의견 정리가 안 되면서 국토부 핑계를 대는 건 구차한 변명이다"라며 "간담회 취소가 결국 협회 역량 부족을 인정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코스포 간담회 취소 이유를 알지 못하며, 연관성도 없다고 해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코스포 간담회 일정에 대해 국토부가 관여할 문제는 아니라 모르는 사안이다"라며 "제안서를 전달받았지만 특정 단체의 의견만 특별히 검토·반영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